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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한국 현대미술의 ‘세계화’, ‘국제화’ 그리고 ‘글로벌화’

이지윤

8월 8일 광주비엔날레 국제심포지엄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사람들’ 카스퍼 쾨니히(뮌스터조각프로젝트 예술감독) 발제
사진출처: (재)광주비엔날레

바쁜 광복절 하루를 보냈다. 프랑스 일간신문『르피가로(Le Figaro) 』의 기자인 지인이 아들과 한국을 방문했다. 처음엔 출장업무에 아들을 데려온 줄 알았더니, 놀랍게도 자신의 중요한 여름 바캉스를 그야말로 ‘서울’로 정해서 온 것이라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이번에 대학가는 아들이 한국을 꼭 오고 싶어했고 자신도 한국을 꼭 한번은 개인적으로 연구해 보고픈 연유라 했다. 그 뿐 아니라 잠자리도 북촌의 하루 10만원 미만인 한옥에서 머물며, 지난 10일간 한국의 주요 문화기관과 현대미술 작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있었다. 어쩌면 아무 일 아닌 듯하지만, 이러한 피가로신문 미술기자의 방문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더 이상 우리나라 특정기관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초청하지 않아도, 이젠 한국이 해외 주요 문화계 인사들이 방문하고 싶은 장소가 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년간 한국의 경제성장과 동반한 ‘한국의 세계화’ 정책과 함께 진행된 한국 글로벌화의 영향이다. 더불어 우리도 한국의 미술을 글로벌 문맥 안에서 바라보기를 할 수 있는 방향성을 경험한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의 이 시점에서 한국현대미술의 ‘글로벌화’가 과연 무엇이며, 또한 어떤 전략과 비전을 가져야 할지 질문해야 한다. 그 답은 우리가 늘 혼용하며 사용하는 ‘세계화(Segyehwa)’,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글로벌화(Globalization)’라는 단어들의 개념정리에서부터 시작하고 싶다. 세 가지 모두 비슷한 개념으로 혼용되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이 개념들은 서로 다른 중요한 차이를 갖는다.

즉, ‘세계화’라는 개념은 민족적인 맥락에서 ‘한국의 것’을 외국에 소개하고 알려야 한다는 1993년 김영삼 정부의 정책기조였다. 교류보다는 다소 일방적으로 우리의 것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그에 반해, ‘국제화’는 서로 다른 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상호간의 인정 및 수용이 필요하다는 개념으로써, 우리 것이 국제화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것에 대한 정체성 확립이 더욱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이러한 개념은 일본 작가 타츠오 미야지마의 인터뷰로도 알 수 있다. “1989년, 내가 처음으로 해외에서 참여하게 된 퐁피두 ‘지구의 마법사들’ 전시를 통해, 내 작품이 가장 ‘일본적인 것’이어야 가장 국제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 현대미술을 더욱 글로벌화 해야 한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중요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안건이다. 사실 그에 앞서, 어떤 것을 선택해 무엇을 글로벌화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글로벌화라는 슬로건 하에 진행되는 글로벌과정은, 예전처럼 그저 일방적으로 한국현대미술을 소개하고 보여주는 민족주의적 세계화를 넘어선 개념이어야 한다. 이미 현대미술의 현장은 활발한 상호교류 등을 통해,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발견하는 국제화적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글로벌한 시각에서, 우리가 더욱 민감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정치적 국경을 제외한 많은 국경들이 붕괴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글로벌화는 과거의 문화교류 차원의 미술 전시들을 넘어선,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맥락에 기인한 프로젝트를 통한, 정치적 국경 이외의 많은 경계들의 붕괴를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가치 창출을 의미한다. 2004년부터 초점을 받는 아시아 미술시장의 해외시장으로의 확대는 이러한 새로운 글로벌 미술시장경제의 한 면을 보여준다. 또한, 글로벌화를 한다고 그 어떤 새로운 전략과 방법만 찾을 것이 아니라, 지난 20년간 우리가 쌓아놓은 다양한 문화 국제화를 위한 인프라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9월부터 한국이 지난 십여 년간 축적해 온 주요 국제행사가 연이어 열린다. 세계 각지에서 중요 미술기자, 작가, 큐레이터들이 다양한 프로그램, 행사와 연계되어 연이어 한국을 찾는 중요한 기회의 시간이다. 작품 하나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거에 비해, 이젠 우리의 현장과 문화적 맥락에서 우리의 미술을 소개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미술현장은 과연 어떤 전시와 작품들이 한국 ‘여기’, 이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글로벌한 오리지널인지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글로벌 한국을 방문한 미술인사들을 위한 배려있는 프로그램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지윤(1969- ) 런던 골드스미스대 미술사 석사, 씨티대 미술관·박물관경영학 석사, 코톨드미술연구원 미술사 박사. 런던과 서울에서 글로벌큐레이팅사무소 ‘숨아카데미&프로젝트’ 운영. 50여 개의 국제현대미술전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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