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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아카이브 열풍, 바로 보기

황정인

2014 프로젝트 비아 그룹리서치 라운드테이블 발제 장면

최근 몇 년간 국내 미술계에서는 ‘아카이브(Archive)’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전시장 한켠에 작가의 삶과 예술적 행보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각종 자료를 비치하여 전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거나, 아카이빙 방식을 현대미술의 방법론으로 활용한 창작활동도 많이 눈에 띈다. 전문적인 문화예술기관에서도 아카이브 구축에 대한 문제는 미술관 콘텐츠 개발 과제와 맞물려 하나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2014 프로젝트 비아(Project Via)사업의 일환으로 ‘아트아카이브’를 주제로 한 그룹리서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문화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현직 아키비스트와 아카이브와 관련한 연구 및 기획을 진행하고 있는 기획자를 지원함으로써, 국내 미술계 아카이브의 현황과 과제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 비아의 그룹리서치 프로그램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ARLIS/UK & Ireland(The Art Libraries Society)의 공동 기획으로 이뤄졌다. 참고로 ARLIS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전문 사서와 아키비스트가 모여 아카이브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와 과제를 논의하고 매해 그와 관련한 학술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실무자 네트워크다. 두 기관의 공동기획으로 이뤄진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런던의 주요 시각예술 아카이브 기관과 각 기관의 책임자 및 실무자를 직접 만나 아카이브 운영현황과 현재 기관이 당면한 과제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특히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 ARLIS의 아트앤디자인아카이브위원회(CADA: Committee for Art & Design Archives)의 주최로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은 영국과 한국의 실무자들이 아카이브를 둘러싸고 마주한 고민들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국내의 아카이브 관련 실무자들은 한국의 아트아카이브 현황을 솔직하게 진단하고 앞으로 해외 주요 기관의 아카이브와 민간차원에서 진행되는 독립적인 아카이브의 사례를 통해 국내 미술계가 풀어나가야 할 당면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더 아트로 홈페이지(www.theartro.kr)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아카이브 개념의 혼동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한 그룹리서치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난 해외 아카이브 현황과 운영실태를 살펴봤을 때, 아카이브의 규모나 역사적 측면에서 국내 아트아카이브를 해외의 그것과 단순 비교하는 것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오랜 기간 축적된 자료와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인적, 물적 자원과 전문적인 식견과 노하우, 체계를 갖춘 해외의 주요 아트아카이브에 비해 아직 국내 아카이브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진입했을 뿐이다. 우려되는 것은 아카이브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하나의 문화현상이나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지금의 현상이다. 아트아카이브가 구축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관들이 일회성 짙은 이벤트를 위한 아카이브의 일시적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특정한 목적에 의해 수집한 자료를 일시적인 전시를 위해 단순 나열식으로 배치한 후 다시 먼지 가득한 창고에 쌓아두기를 반복하거나, 기관이 발행한 출판물로 가득한 자료실을 아카이브의 개념과 혼동하는 일이 태반이다. 아카이브를 담당하는 전문가가 없이 아카이브를 일종의 단순한 자료관리 업무로 생각하여 이제 막 미술관 일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이나 기존의 인력에게 업무를 떠맡기는 식의 운영행태, 심층적인 연구활동이 기반이 된 전시기획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기관의 운영현실도 아카이브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낳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아카이브는 그것의 태생자체가 오랜 시간의 축적을 담보로 한 것인 만큼, 전문가의 관리 아래 장기적인 시각에서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사고, 적절한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아트아카이브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와 기관의 관행을 수정하려면, 아직 국내 미술계에서는 할 일이 많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해 10월에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연구센터와 11월 발족한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는 국내 아트아카이브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당면 과제들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내린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인력확충, 제도마련 등의 구체적인 방안이 국내 미술계에 건강하게 수립될 수 있도록 국내 아트아카이브의 길잡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나가야 할 것이다.


황정인(1980-) 홍익대 예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런던 골드스미스대 대학원 문화산업과 석사. 사비나미술관 큐레이터로 재직(2003-2009)했으며, 현재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온라인 큐레이토리얼 리서치플랫폼 ‘미팅룸(meetingroom.co.kr)’의 편집장을 맡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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