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22)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하자!

신항섭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미술가들은 그 어느 해보다도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누구보다도 한국화 작가들이 느끼는 올 겨울은 한마디로 살을 에는듯싶은 한파나 다름없다. 각종 미술경매에 나오는 명성 높은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 가격을 보면 그야말로 땅을 치고 통탄할 일이다. 소위 6대가들의 경매 출품가격이 기백만 원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유찰되기 일쑤이니, 이는 단순히 미술경기의 부진 때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일이다. 현대미술이 강세를 보이다보니 전통미술인 한국화는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이다. 미술대학에서 한국화과가 폐지되거나 통합되는 일이 다반사인 실정이고 보면 한국화에 대한 미술애호가들이나 컬렉터들의 관심저하는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이러한 문제가 한국화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다. 전통적인 사실주의 및 자연주의 그리고 인상주의와 같은 재현적인 회화가 처한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근현대를 대표할 수 있는 작가들의 작품 가격을 보면 한숨이 나올 정도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은 고사하고라도 도대체 거래가 성립되지 않으니 구상회화의 미래가 그저 암담할 따름이다. 2000년대 이후 정규미술대학 졸업자들 가운데는 한국의 근현대를 대표할 수 있는 작가들의 존재조차 모르는 일이 허다하다. 현대미술 중심의 교육으로 인해 전통회화 또는 구상회화는 그저 한물간 것으로 받아들이는 풍조와 무관하지 않다. 대학에서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러하니 미술애호가들이나 일반인들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전통회화 또는 구상회화가 미술애호가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체계적으로 보고 배울 수 있는 국립근대미술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미술대학 커리큘럼이 현대미술 중심이라고 할지라도 국립근대미술관이 존재하면 한국의 근현대미술의 실체를 보고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하지만 국립근대미술관이 존재하지 않으니 미술대학을 졸업한다한들 전통회화 및 근대미술에 대한 개략적인 지식은 물론이요 그 가치를 제대로 알 턱이 없다. 한국의 전통회화 및 구상회화의 일부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근현대미술의 일부만을 형식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 편년을 중심으로 하는 체계적인 전시가 아니다. 일부 작가들에 국한된, 그저 구색 맞추기라는 인상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명칭이 말하고 있듯이 현대미술 중심의 미술관이다. 그러기에 전통회화나 구상회화의 입장에서 볼 때 곁방살이나 다름없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적지 않은 수의 전통회화 및 구상회화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에서는 전통회화 및 구상회화에 관한 기획전을 매년 수차례 개최함으로써 어느 정도 갈증은 해소하고 있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런데 기획전이라고는 하지만 특정 인기작가 및 유명작가의 개인전일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따라서 전통회화 및 구상회화가 가지고 있는 광범위한 내용을 일괄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전시회는 거의 없다. 작가 중심의 기획전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전통미술 및 구상미술의 전체를 시대별로 정리해서 전체를 관통하는 일목요연한 전시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립적인 국립근대미술관의 설립은 필수불가결한 과제이다. 

근래 미술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전통회화 및 구상회화가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그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다는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 다시 말해 이들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 및 장소가 없으니 그 예술적인 가치를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치를 모르는 작품이기에 미술애호가들은 물론이려니와 일반시민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져가는 것이다. 만일 국립근대미술관이 존재한다면 전통회화 및 구상회화에 대한 지식 및 식견을 자연스럽게 갖추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미술관에 전시되는 작품적 가치를 재인식함으로써 그 소중함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국립근대미술관이 설립된다면 최적지로는 용산가족공원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옆이다. 용산가족공원은 국립근대미술관이 들어설 만한 여유의 땅이 있을뿐더러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계시킴으로써 관람객 유치라는 측면에서도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면에서 국립근대미술관은 그 내용으로 보아 현대미술관보다 박물관에 더 가깝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항섭(1952-) 1982년 현대미술 12인의 작품론집 ‘현대미술의 위상’으로 평론활동 시작. 2007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장, 제2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평론부문) 수상, 2010년 상해 무린화랑, 2011년 인사동 토포하우스 초대 사진전. 현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 Getty Images 작가.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