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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989년부터 2009년의 미술계

이원주

1989년부터 2009년의 미술계

_ 포기해야 하는 것과 포기하면 안 되는 것



10년을 주기로 미술계를 되돌아보았을 때 앞으로 다가올 2019년까지의 미술계를 내다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미술시장은 주식 시장과는 전혀 다른 시장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미술과 미술시장이라는 단어들이 마치 투자종목처럼 거론되고 일종의 투자 붐을 일으켰던 투기 세력들은 금새 미술시장이 침체되었다고 한숨을 짓는다. 20년 전인 1989년에는 서세옥, 황염수, 이대원, 변종하, 장욱진 등 대가들의 작품을 컬렉터들이 집안을 꾸미기 위해 사들이고 있었고, 간간히 해외유학파 전시와 해외 미술품들이 장식품으로 컬렉팅 되었다. 특히 일본의 기업들은 당시 인상파 작품들에 열중하여 전체 경매의 15% 가량을 사들였다. 그리고 아직도 그 후유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997년 경제위기가 찾아 오면서 일부는 작품을 소더비에 되팔아 환율폭등을 기회로 이익을 보기도 하였지만 1999년 미술계는 본격적으로 침체되기 시작하였다. 밀레니엄을 맞이 하였지만 1991년 호황이었을 때 거래되었던 그림의 가격은 당시 가격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시장이 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당시의 서울의 경매실적은 총 경매액이 33억 수준에 머물렀고, 고작 1회에 1억 오천만원이 안되었다. 지금은 침체기로 접어들긴 하였으나 한 회의 총 경매액이 100억은 훌쩍 넘으며, 이에 2차, 3차시장까지 고려한다면, 지금의 침체기는 올 것이 온 것이고 왔어야 할 것이 온 것일 뿐이다.


1999년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움직여 온 미국의 미술시장은 2004년 단숨에 해외 점유율의 43%를 장악하였고 프랑스 시장은 미국시장에 맞설 수 없었다. 마치 자존심 싸움처럼 미국의 콜렉터들과 자본을 지닌 사람들은 미국 작가들을 키웠고 사람들은 앤디 워홀, 잭슨 폴록, 제프 쿤스와 같은 미국 현대 작가들의 소더비 최고 경매가 기록들에 열광했다. 이에 2006년 프랑스 정부는 1,200억원을 투자하여 프랑스작가들을 격려 하였지만 지금도 프랑스는 경매 회사만 있을 뿐 이렇다 할 스타 작가 배출은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금융의 힘은 미국작가의 작품값을 올려 놓았으며, 소더비와 크리스티, 필립스 3대 옥션회사들은 살아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200억이 넘는 액수에 가뿐히 낙찰 시켰다. 이에 미술투자붐이 한국시장을 사로 잡았다. 경매회사들이 금융투자자들과 자본금을 바탕으로 투자설명회를 열었고, 살아있는 작가들의 작품가가 연신 갱신되었다. 미술시장은 숨고를 여유도 없이 그 부피를 늘려갔다. 


폭발적인 미술 시장의 성장으로 미술품은 돌아다니는 현금이 되었다. 대형 경매회사들의 경매에서 젊은작가들의 작품가는 계속해서 상승했지만 원로작가들의 작품은 맥을 못 추었다. 미술품을 보는 감각과 취향은 그 의미를 잃었다. 이에 조용히 장사를 해왔던 100 여개의 화랑들은 경매회사를 비난하고, 발 빠른 화랑들은 굵직한 컬렉터를 찾아 강남으로 옮겨왔다. 그것도 잠시 경기가 바뀌면서 2008년 KIAF에서는 한 점도 팔지 못한 화랑들이 속출하고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한 화랑들은 한 두 점 파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호황이 한 순간에 사라졌음을 실물경제로 느끼면서 이제 화랑가는 2009년을 다시 한 번 긴 호흡으로 맞이해야 한다. 이십년 동안의 두번의 호황과 두 번의 불황, 4년 호황에 4년 불황을 빼면 나머지 12년은 그냥저냥 살아남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이제 우리는 2년간의 불황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6년을 준비하여 다시 올 호황을 꿈 꿔야한다. 다시 안 올지도 모르지만 내가 바라는 호황은 좀 더 성숙된 모습이다. 우리는 그다지 실망할 필요가 없다. 가시적이 된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10년 동안 미술공부를 하고도 데뷔조차 못했던 천재들이 반드시 있다. 또한 미술계에 존재하는 삼만 명의 작가들과 새로 졸업하는 오천 명의 작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많다. 화랑과 미술관은 좋은 전시들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인재들을 경기 침체와 같은 이유로 소홀히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 미술시장이 침체 되었다고 걱정하기 보다우리가 포기하지 말고 가져가야하는 보물들이 많다. 10년 넘게 미술 공부를 한 졸업한 학생들이 작가로서 데뷔할 무대가 마련되어야 하며, 미술계의 동향과 전시일정, 자료를 꼼꼼히 모아온 자료 박물관은 10년 앞을 위해서도 우리가 함께 가야할 보물이다. 무수히 많은 책을 읽고 평론을 써온 평론가와 발품을 팔아가며 좋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큐레이터들, 비행기에서조차 쉬지 않고 연구하는 전시기획자들… 어느 하나 소홀하게 여겨져서는 안될 미술계의 보물들이 돈이라는 굴레에 갇히지 않길 바란다. 원래부터 미술계는 돈과 거리가 멀게 살아왔었다. 반짝 호황이 긴 세월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이원주(- ) 현대조형연구소 팀장, 갤러리LM 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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