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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고려백자와 미술품수집

박옥생

고려백자


어느 날 해외 인터넷을 떠도는 한국문화재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수집벽 또는 학문적, 국가적 사명감에 사로잡힌 수집 또는 환수가 시작되었다.

크리스티 경매 그리고 불교조각
위험하긴 하나 인터넷에서 즉시 구매가 가능한 작품은 무난히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경매를 통한 해외에 있는 우리 작품들은 시차(時差)와 언어장애 등으로 소장하기가 어려웠다. 해외 경매에서 드디어 18세기 용 항아리가 등장했는데 경매에 도전, 그 높은 가격을 부르는 데로 따라가다 차순위를 낙찰받았다. 그러나 좋은 항아리였지만 대단한 낙찰가에 차순위였음을 그나마 다행이다 생각하고 돌아서는데, 낙찰자 포기란다. 헉! 크리스티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가격을 흥정키로 했다. 소장가와 몇 번의 의사가 오갔지만 내가 들여올 수 있는 가격의 작품이 아니었다. 얼마 전엔 스위스 취리히에서 조선시대 불화가 경매에 올려졌다. 작품의 세부 사진과 정보들을 받아놓고 예약 가격을 추정가보다 높게 써 넣고 경매 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내게 오지 않았다. 그 날 오후 신문에 해외소재 문화재단에서 불화를 낙찰받았고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다행이다. 그 사이 내가 가져오려는 작품이 도난품인지 아닌지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지 문화재청 사이트와 전국 사찰소장 문화재 도록을 뒤지기도 했다. 한번은 18세기 제작된 1m에 달하는 금칠불상을 가져오려고 가격까지 지불하고도, 소장가의 사정으로 인해 들여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진품, 가품 그리고 고려백자
나 같이 개인이 수집하는 문화재는 진위가 가장 문제된다. 조선시대 도자기는 왕실 자기를 구워내던 분원 자기와 지방가마에서 구워낸 지방자기가 있다. 사실 도자기는 깨짐, 수리, 유약의 색, 형태를 세심하게 관찰하여야 한다. 항아리는 형태가 당당하고 균형이 좋아야 하는데 입술이 수리되거나 굽의 형태와 모래받침 또는 비짐의 유무를 확인하는 게 좋다. 소장에 있어 그 시대와 유물의 쓰임에 따라 나오는 미술사적 양식을 꼭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소장가가 너무 많은 학습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불화와 같은 종교미술품은 양식상 독특한 색감, 바탕 재질, 화기(畵記)와 같은 명문들이 남아 있음으로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외국인 소장가들이 열광하는 작은 채색 동자상들은 지물(指物)이 있느냐 없느냐, 채색을 제작 시기에 한 것이냐 최근에 개채(改彩)한 것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물론 환수의 의미에서는 다 좋다. 조선시대 회화는 도자기만큼이나 가품이 많다. 특히 추사 김정희는 중국 청말 대가였던 정판교의 글씨체로 추사의 낙관을 찍어 놓은 사례도 허다할 만큼 당시 중국에서 유입되었던 또는 조선 말기에 만들어진 가품, 근자에 연출된 가품 등 글씨 구분이 쉽지는 않다. 특히 화원이 그렸다고 화제와 낙관이 있는 작품들은 글씨와 낙관을 믿었다간 큰일 난다. 수작(秀作)들은 대부분 일본이나 미국으로 구한말,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그 이후 다양한 형태로 해외로 반출되어 있어 우리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 작품들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양식파악이 쉽지가 않다.

그 가운데 고려백자가 있다. 고려백자는 고려청자와 함께 제작되었다. 참외 형태로 손잡이와 소담한 뚜껑이 달린 16cm의 백자는 그 가품과 진품, 시도하기 힘든 도자기 가격들 가운데 내가 한국으로 모셔온 귀한 작품이다. 우리 토종의 참외 형태를 하고 사이사이 유약이 두껍다. 청색이 많이 도는 백색 유약이다. 고려백자는 태토와 유약은 백색이나, 기술적으로 고려청자와 같이 깨짐이 많아 완형이 드물다. 이 작품은 뚜껑과 손잡이에 내부에는 조금 투박스럽지만 태토를 손으로 성형한 고려인의 손자국이 꾹꾹 눌러져 있다. 고려시대 불상과 같은 미술품에서 느낄 수 있는 옹골차고 젊은 기운이 있다. 이처럼 문화재 수집은 어렵다. 그러나 보람은 남다르다.


박옥생(1977-) 동국대 미술사학과 대학원 졸. 월정사성보박물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재)한원미술관 학예연구사 역임. 홍익대, 숙명여대, 동덕여대, 전북대,  미술사 및 포트폴리오 작성. 창의와 상상력 강의.『월간조선』,『신동아』(2009), 『월간전시가이드』미술평론 집필(2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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