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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길을 찾기 위한 내부로의 시선

최흥철

대공황시대로의 돌입을 알리는 우울한 뉴스들 사이에서도 영화와 스포츠, 음악 등의 다양한 문화예술 각 분야에서 김연아, 박지성 등 한국인 스타들이 세계 정상의 무대에서 활약하며 우리를 자랑스럽게 하고 있다. 한국사회가 이룩한 성장이 성숙해져 가면서 시각예술분야의 창작지원환경이 질적으로 변화하였고 대중들의 미술문화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음은 이미 불문가지이다. 연이어 개최되는 성공적인 블록버스터 전시의 경우 2~3개월의 전시기간 사이 20만명 이상이 관람하는 전시 대중화시대가 열렸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규모가 형성되니 미술시장 동향이나 블루칩작가같은 예전에는 생소하거나 쓰이지 않았던 개념의 신조어가 탄생하고 정확한 의미가 정립되지도 않은 채로 미디어를 타고 대중들 속으로 퍼져버렸다. 모두가 미술계의 호시절 풍경이다.


최근 화랑들은 기획전시로 졸업장도 따지 않은 학생들의 졸업작품을 신인발굴 내지는 창작지원을 앞세워 수집하고 진열하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화랑이나 옥션에서 왜 신인작가를 앞다투어 발굴하고 지원할까? 본래 화랑은 마켓 그 자체이지 신인작가발굴과 육성을 위한 매니지먼트 기관이 아니다. 넘쳐나는 졸업작품 컬렉션전은 근래의 어지러운 상황이 만들어낸 한 편의 블랙코미디로서 화젯거리로 주목도 받고시즌의 분위기상 선물용 그림으로 적당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기회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은 젊은 작가들을 위한 호의적인 환경과 충분한 지원제도가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이미 여러 작가들이 세계 무대를 누비며 작가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활약하는 소식들은 잘 알려지고 있지만, 타 분야에 비해 성과가 아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오히려 국내용으로 역선전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 우리 작가들이 창의성이나 높은 완성도, 작품성에서 결코 손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던 백남준 이후 데미안 허스트나 제프 쿤스처럼 강한 개성으로써 세계적으로 통하기 어려운지 우리의 환경을 짚어봐야 할 일이다. 인접국가사이의 활발한 교류와 이주를 통해 예술의 국경이 급격하게 허물어지고 있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리고 현대미술은 오늘날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유용한 국제 소통 수단으로 기능하므로 당대 문화 예술의 횡단면을 수월하게 대조해 볼 수 있으며 작가들의 비교 역시 마찬가지로 가능하다. 한중일3국을 보면 각 지역내에서의 이슈가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잠재적인 포텐셜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중국의 현대 미술의 잠재력은 선도 시장으로서 높은 구매력과 작가 후보군의 압도적인 규모, 사회적으로 우월한 작가 지위, 그리고 정치를 제외하고 거의 무모할 만큼 제한없는 표현과 아이디어의 실현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젊은 작가들은 개방적인 소재의 다양함과 친근함, 강한 개성과 조화를 이루는 기법의 치밀함, 체계적으로 잘 조직되고 운영되는 전시기반, 국제적으로 높은 선호도, 작품가격의 경쟁력 등에서 보다 강점이 있다. 


소재주의, 진취적인 미래미술, 관람문화 점검이 필요
역지사지로 이웃끼리 비교해보면 우리의 현 주소를 발견할 수 있지만 지면상 몇 가지를 짚어본다. 우선 상당수의 젊은 작가들이 지나친 소재주의에 함몰되어 있다. 일찍 찾아온 성공에 젖어 없이 반복하는 그림은 영혼이 없고 스타일로만 보이는 상품만 양산한다. 이런 작가들이 주목받아왔고 거기에 비평가의 찬사까지 더해지니, 미래의 작가들에게 왜곡된 작가상을 심어주는 악영향이 염려스럽다. 또한 내숭의 문화가 팽배하여 창작의 자기 검열이 지나친 점도 우려되는 점이다. 선정적인 작품을 터부시하고 정제된 작품에 대한 선호 분위기를 표현수위에 대한 모순적인 조정으로 수용하여 스스로 표현영역의 스펙트럼을 엷게 만든다. 물론 우리 미술에도 한 때 금기에 스스럼없이 도전하고, 담론이 풍성하고 격정적인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한국 미술이 있기까지 주류 아카데미즘과 긴장을 주고 받았던 실험미술, 민중미술, 반항의 예술의 후예들은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 진취적으로 미래의 미술을 맞이 할 준비가 필요하다. 

그 외에 우리가 미처 온전히 갖추지 못한 전시 관람 문화도 걸림돌 중의 하나이다. 다소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전시장에서는 입장연령에 거의 제한을 두고 있지않은 점은 문제다.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위험해 보이는 작품이 공공미술관에서 전시되어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 반대로 성인들을 위한 작품도 비슷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럴바에 차라리 영상물처럼 적절한 관람연령대 구분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미술관인지 이마트인지 분간이 어려운 불량한 관람매너도 다시 손질해야 할 것이다.



- 최흥철(1971- ) 국민대 미술이론 박사과정. 모란미술관 큐레이터, 미디어시티 서울 전시팀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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