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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0년

강승완


김태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스케치



1996년 『과천이전 10주년 기념 국립현대미술관 사료집 1986-96』 출판을 담당하며 동분서주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올해 8월 25일이면 미술관이 과천으로 신축이전, 개관한지 30년이 된다. 과천관 준공은 1969년 설립한 국립현대미술관이 경복궁, 덕수궁 시대를 거치며 단순한 전시관 기능의 수행에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더욱 다양한 미술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30년의 성과는, 문화자산인 소장품이 대폭 확충되었다는 점이다. 1971년부터 소장품을 수집하기 시작, 과천관 시대에 수집한 작품은 총 7,782점(2015.12.15 기준) 중 5,776점으로 전체 소장품의 74%에 이른다. 소장품의 범위도 근·현대, 국제현대미술을 포괄하는 내용으로 확대되었다. 


과천관 이전 개관의 가장 큰 의미는, 비로소 건물과 소장품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직원이 직제에 포함된 것이다. 정원 8명으로 시작한 경복궁 시기를 거쳐 정원 20명의 덕수궁 시기에 이르기까지 초기 미술관 체제를 만든 10여 년간 모두 8명의 관료가 기관장이었으며, 미술관은 일반 행정기관의 구조와 유사했다. 미술 이론가, 작가, 교수, 경영인 등이 관장을 역임한 것은 1981년 이경성(제9대) 이후이고, 김세중, 이경성, 임영방, 최만린, 오광수, 김윤수, 배순훈, 정형민,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로 이어진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개관기사(동아일보 1986.8.23)


정원 100명의 과천관에서 학예연구직제의 정식 도입은 1989년에 이루어졌다. 1998년 12월 덕수궁 서관에 분관 개관, 2013년 11월 숙원이던 서울 도심의 서울관 분관 개관, 청주관 분관 설립 등 미술관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대규모 사업들이 추진되었다. 이러한 사업들을 수행하기 위해 많은 전문인력들이 필요했으나, 2006년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 후 그 이듬해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추진 중인 법인화로 추가 인원확보는 완전 동결되었다. 2년 전의 서울관 분관 설립도 덕수궁관을 비우면서 모든 학예직을 과천관 본관에서 통합 운영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미술관 소장품은 근·현대미술의 전 분야를 망라하므로, 전공분화에 따른 전문성 축적을 통해 수집, 전시, 교육, 연구학술 등 미술관 활동을 연계하여 미술관 기초 역량 강화를 위한 든든한 자산을 구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천관 본관 학예연구직은 소수(18명)인데다 학예1실(전시), 학예2실(수집, 아카이브), 교육문화과 등에 분산 배치되다 보니, 최소한의 전공 시기나 분야 구분도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서울관 분관 개관 후 채용, 배치된 전문계약직 학예직들(20명)은 분야별로 채용되어 과천관 본관과 합치면 총 38명에 이르며, 작년 4월 필자가 학예연구1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전문분야별 분과회의를 구성, 운영하기 시작했다. 


분과 구분은 시기(근·현대), 지역, 부문을 혼합하여 근대미술분과, 국제미술교류분과, 회화·조각·판화분과, 공예·디자인·건축분과, 사진·뉴미디어·퍼포먼스분과의 5개 분과로 하였다. 미술관의 정책적 고려나 학예직 전공에 따라 분과를 구성하고, 전시 발의와 소장품 수집 제안을 분과 중심으로 추진하도록 하였다. 물론 현대미술 장르간 융합 양상을 감안하여 프로젝트에 따라 탄력 운영하되, 분과 간 협업을 통해 추진하는 것을 가능케 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직제와 별개로 운영되므로 한계가 있어 향후 직제 개편 시, 적극 검토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전문화 방안이 성과를 거두고 연구업무의 집중도를 높이려면, 미술관 운영의 기타 주요 분야인 미술행정, 전시운영, 재원활용, 마케팅, 고객관리, 미디어홍보, 출판 등의 전문 인력확충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올해는 서울관 개관 후 관심에서 다소 멀어진 과천관 본관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면서 지난 30년의 성과를 정리, 기념하는 전시, 교육, 문화행사, 출판물 발간, 미술관 브랜딩 프로모션 등을 연중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8월부터 ‘미술관 제도’ 안에서의 현대 미술작품의 생명주기에 대한 특별전시를 전관에 걸쳐 개최할 예정이다. 예산 미확보로 불발되었으나 사실 올해 가장 추진하고 싶었던 것은, 과천관 야외를 둘러싼 500m 길이의 성벽을 부수고 인도에서 바로 길을 내는 것이었다. 수원성을 모델로 한 과천관은 20세기 이상적 미술관인 ‘신전’의 건축컨셉이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열려진’ 21세기 아닌가. 올 상반기에 ‘미술관의 탄생’전을 하는 과천관 설계자 김태수 건축가에게 작년에 이 아이디어를 얘기했더니, 흔쾌히 좋단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되는 2019년에는 담도 허물고 미술관과 대중, 미술계 사이에 놓인 벽을 허무는 것이 가능해질까.



강승완(1961-)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동대학원 미술사 석사, 박사수료. 보스톤대 미술사 석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건립운영팀장, 덕수궁미술관장, 사업개발과장 등 역임. 자랑스런 박물관인상(2008) 수상. 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1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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