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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백남준 이후, 한국 미디어아트의 과제

이은주


백남준아트센터 ‘굿모닝 미스터 오웰 제작 30주년 기념전’ 전시장면, 2014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영향으로 새로운 매체의 기술과 내용이 작품을 통해 어떻게 예술화되어 가는지 목격했다. 그는 TV, 인터넷, 위성, 가상현실 등 기술 매커니즘 양식이 사용되기 이전 즉각적인 기술실험이 불가능한 시기에 개념이 드러나는 앞선 시도를 했다. 가령, TV는 일방향적 소통을 지향하는 매체이다. TV 이후에 등장한 인터넷 아트는 유저들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방식의 쌍방향적 매체이지만 백남준은 TV를 매체로 컴퓨터기술 이후 가능할 법한 기술개념 구현을 적극적으로 시도한다. <참여 TV(1964)>는 기존의 모든 이미지가 결정되어 수송하는 미디어 방송시스템의 일방향적 소통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향후 참여방식을 띤 예술개념은 미디어아트의 상호작용성 특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즉 기술이 개발되기 이전에 작업의 개념으로서 작가의 사고가 발현된 경우이다.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비디오아트, 인터넷 환경, 미디어산업 등의 다양한 원천인 위성예술을 탄생시켰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에 들어서야 원활할 수 있었던 원격현전(Telepresence)과 같은 실시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개념을 적용시켰을 뿐 아니라, 미디어아트와 미디어방송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기술형식의 속살을 들여다보자면 미디어를 통해 담아내는 이미지는 오늘날 지향하고 있는 융·복합을 띤 콘텐츠 개념이다. 무용가, 미술가, 패션디자이너, 대중가수, 엔터테인먼트, 뉴스, 음악가 등이 총출동되어 장르의 해체를 넘어선 융합에 이르러 있다. 이러한 다발적 콘텐츠를 물리적 장소를 뛰어넘어 실시간 연결시켰다. 여기엔 위성기술만 드러나지 않으며, 기술의 표피적 해석도 뒤따르지 않는다.  


1984년에는 향후 몇십 년의 징후를 예견하듯 펼쳐졌다. 즉 백남준의 사고는 플럭서스, 아방가르드를 넘어 미래지향적 예술형식을 띤다. 미디어아트가 향후에 진화해 나가는 양식화를 선구적으로 다루었다. 하지만 지금 미디어아트에서의 예술과 기술의 상관관계는 어떠한가? 최근 한국의 미디어아트 현장은 어떠한가? 국가의 미래창조경제를 내세워 융·복합 예술의 혁신을 이루고 있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실상 그 수요가 예술에는 미치지 않는다. 즉 미래형 고부가가치로서 거론되는 예술의 문제와 개입 여부의 행방은 불명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기존의 기술보다 앞으로 펼쳐질 기술이 훨씬 인간의 기능 이상을 뛰어넘을 것이며, 현실과 가상이 일체시키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더 치밀하게 현장을 보자면 새로운 기술 탐구를 담보로 했던 미디어 작업생산에서 기술 기피현상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2000년대 초·중반 과학과 예술의 연합을 빌어 콜라보레이션 예술형식 확장을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 타 장르와의 협업이 진행되었다. 기본적으로 미디어아트는 과거의 설치작업들과 가장 유사성을 띠고 있다. 설치가 한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나면 그 이후에 똑같이 재현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 미디어설치, 퍼포먼스 등이 현대미술장르에 중요한 실험 축으로 등장하면서 기존의 전시 패턴으로 운영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렀다. 고가의 장비, 설치, 오브제, 퍼포먼스 등으로 연출되며 때에 따라서는 기계적인 움직임과 과학적 상상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존의 미술체제로 구성된 작가 지원금은 장비만을 담당하기도 턱없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과학 분야에서 얼마만큼 예술을 수용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이다. 즉 1990년대 이후 급부상하고 있는 미디어아트 형식은 기존 미술관 패러다임에도 부적합할 뿐 아니라 기술, 과학 전문분야에서도 예술자체의 목적만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환경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미디어아트가 중요한 측면은 미래에 대한 자유로운 발상에 대한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30여 년 전 백남준의 위성예술이 오늘날 미디어아트의 주요 속성을 담아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날 예술양식은 산업화의 과정에 불가피하게 노출되어 있지만, 산업에 적용되는 즉흥적 결과를 낳을 수 없다. 막대한 예산과 고도의 기술이 매개되어 산업화의 실패된 현상을 만들어 내야 선도적인 미래형 예술이 도래할 것이다. 미래의 예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확고부동한 조형언어 위에 미래에 관한 전략적 모색이 뒤따라야 한다. 마치 인간이 우주를 정복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실험을 되풀이하는 과학분야처럼 말이다.



이은주(1979- ) 홍익대 대학원 예술학과 박사과정. 기억의방_추억의 군 사진전(2011), 한국미디어아트 프로젝트(2011-15), 미디어극장(2011-15), 사진의 방(2012) 등 기획. 현재 서울문화투데이 자문위원(2011-), 미술과담론 편집위원(2012-), M.A.P(미디어아트플랫폼) 예술감독, UP출판사 대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표창(2009) 수상. 현 아트스페이스정미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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