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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공동체 예술, 어떻게 보여지는가?

주윤정

도라 가르시아, 녹두서점, 2016광주비엔날레


최근 예술계에서는 예술과 사회의 접점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1970-80년대에 민중미술처럼 많은 예술가가 사회의 부조리와 문제를 표상하고 시각화하는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졌다면, 최근에는 예술가들이 사회에 들어가 공동체를 매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사회문제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빈민운동, 장애인운동, 환경운동, 젠트리피케이션반대운동 등 다양한 투쟁의 전선에 예술가들이 개입하고 있기도 하다. 다양한 조건과 맥락 속에서 예술가들은 공동체에 투입되기도 한다. 예술은 파편화되고 단자화된 개인들 간에 새로운 관계를 구성하는 매개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서 예술은 단순히 보이는 것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본질적 경험에 접근하고 있다. 어찌 보면 사회가 붕괴되어가고 공동체가 파편화되어 있는 삶의 현장에, 예술가들은 ‘공동체예술’, ‘시민예술’이란 명목으로 무방비로 던져지고 있는 셈이다.

예술장이란 안전한 공간에서의 예술활동과 달리, 삶의 현장에 투입된 예술가들은 모든 활동이 불안하고 경계선에 위치해있다. 무엇이 예술인지, 예술가의 독자적인 영역은 존재하는지, 예술가의 활동에 대한 보상은 무엇인지, 예술에 참여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은 금전적 보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지 등등 모든 것이 의심과 논쟁의 대상이 된다. 예술장 안에서는 암묵적으로 합의되고 지켜지고 있는 예술가의 역할과 그에 대한 보상, 예술적 행위의 의미 등이 삶의 현장이란 다른 장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 예술가와 협업을 통해 예술적 행위에 익숙해진 주민들은 본인들이 예술가가 되기를 원하며, 이에 대한 보상을 욕망한다. 공동체 예술을 마을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공공행정기관은 예술가들에게, 예술 행위에 대한 객관적 지표와 양화 된 산출근거, 보고자료들을 요구한다. 어찌 보면 공동체예술은 이런 방식으로 생활세계와 체계를 매개하는 것 자체가 목적일 것이다. 공동체예술을 통해 나온 작품, 공예생산품 보다도 다양한 근대적인 행정체계와 주민들의 생활세계를 가로지르는 어떤 사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 그를 통해 근대적 체계의 틈과 사이를 비집고 제3의 공간과 활동영역을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할 것이다. 그 틈을 만들어내는 방법론은 퍼포먼스일 수도, 연극 공연일 수도, 공예작업일 수도 있다.
소비자 주체로, 혹은 국민이란 주체로 주어진 역할을 기능적으로 수행하는 삶의 방식에 익숙한 이들이, 본인 개인의 주체성을 각성하고, 시민으로서 자율성과 협업, 공생의 가능성을 예술이란 매개를 통해 모색하게 된다. 때로는 치열한 더러는 느슨한 삶의 현장들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예술가들은 이런 활동을 매개하며, 근대가 규격화한 학교, 병원, 복지시설, 군대, 도시의 벽들에 작은 균열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동체 안에서 소통과 경이의 순간을 형성해가는 것과 이 순간을 시각화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예술가들은 경이로운 기적의 순간을 만드는 마술사인 동시에, 또한 이것을 냉철하게 기록하는 아키비스트로도 기능해야 한다. 

비엔날레 국제적 예술성 추구, 지역개발?
비엔날레의 시즌인 2016년 가을, 이런 공동체 예술을 미술관의 현장으로 소환해 이를 전시하는 시도들이 전개되고 있다. ‘2016광주비엔날레’는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에 대해 무언가를 행할 수 있는 예술의 능력과 역할에 대한 탐구와 기대를 가지고 예술이 매개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의 ‘별자리 지도’와 같은 전시를 표방하고 있으며 ‘미디어시티 서울’은 전쟁, 재난, 빈곤 등 원치 않는 유산을 어떻게 미래를 위한 기대감으로 전환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며 “가변적인 공동체와 그 안에서 통용되는 미술 언어의 가치를 실험”하고자 했다. 

하지만 별자리 지도와 같은 전시는 소통과 경의의 순간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한 공동체 예술 활동가는 “공동체 예술이 실제로 사회와 공동체 속에 자리 잡고 뿌리내리기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짧은 미술 전시 기간 동안 그런 과정과 관계성을 시각화하고 형상화하여 보여주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비가시적이고 느린 작업의 결과물들이, 지역개발과 국제적 수준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비엔날레 주최 측의 목적과 얼마나 어울려 상호작용 혹은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지 찬찬히 살펴볼 일이다.


- 주윤정(1974- )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 『에이블 아트:차이와 소통의 예술(2006, 사회평론)』 편역. 소수자 예술운동에 대한 연구 진행중. 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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