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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009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성공을 기원하며

김노암

현대미술이 전통미술 또는 장식미술을 제치고 시각미술의 중심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화, 도자기, 목공예 등 많은 미술활동이 매우 빠른 기간에 위축되었고, 전통미술이나 공예라는 폭넓은 용어에 뭉뚱그려 넣어져 축소되어왔다. 미학적으로는 창작에서 장식으로 이해되었고 존재론적으로 예술에서 기술의 차원으로 변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젊은 세대의 문화에서 실버세대의 문화로 이동한 것이기도하다. 미술현장에서 전통미술이나 공예는 현대미술에 비해 전시기회는 물론 전시장소 또한 축소되어왔다. 물론 시대의 정신이나 문화의 자연스런 변화에 따른 영향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그정도가 심하다. 지난 몇년간 미술시장의 활황과 미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호의적으로 변했지만 그것은 일부 현대미술에 국한 된 것이었다. 사실 광주비엔날레나 부산비엔날레 또는 서울미디어비엔날레 등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적 공헌과 현대예술을 교육하는 대학의 확대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현대예술의 중심 덕목인 창조 또는 창작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예술적 창조나 창작에는 대상이나 현상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포함하고 있으며 거기엔 어떤 오류나 오해 또한 당연히 포함한다. 또한 아주 없는 것을 고안하고 창작하는 것과 더불어 본래 있던 것을 전승하고 개량하는 폭넓은 의미의 창작이 포함된다. 물론 이런 창작을 모방이라 말한다. 어째든 창작이 반드시 사회적이나 윤리적으로 심지어 미적으로 반드시 좋은 것만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상하고 역겨우며 부도덕하며 좋지 않는 것 또한 만들어낸다. 추의 예술이나 미학이 용인되면서 예술분야에서 창조나 창작을 관습적으로 미덕으로만 보는 인식은 19세기 이후에 형성된 것이다. 사디즘이나 마조히즘을 비롯해 키치, 캠프, 패러디, 패스티쉬등 많은 예술개념, 미적인식, 문화가 확산되고 사회적으로 동의 내지 묵인을 받아낸 이후이다. 창조의 터를 만들고 보듬는 것은 모든 예술분야의 공통된 책무이자 권리이다. 현대예술 또는 현대미술이라는 20세기의 문화가 한국사회에서 짧은 기간 가장 우세한 문화가 되었다는 엄연한 사실인식과 함께 그럼에도 여전히 전승되고 다른 가치와 인식, 역사를 전개하는 광의의 전통예술에 대한 인식과 성찰이 또한 필요한 것이다.

지난 시기 한국사회의 편벽한 경쟁의 문화, 일등 독식의 문화 속에서 우리 사회가 오랜 동안 축적해 온 다양한 분야의 예술적 행위와 맥락이 내동댕이쳐지는 모습을 보아왔다. 그 과정에 한국화, 불화, 서예, 도예와 같은 전통미술은 물론 금속, 유리, 목공예 분야가 뛰어난 예술적 창조성과 전통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와 같은 정치경제사회의 경쟁력 강화의 이데올로기와 비합리적으로 결합하면서 현대미술에서 배재되어 왔다. 한국사회 전체가 IT산업이나 콘텐츠 산업과 같은 탈산업사회니 지식경제니 하는 보다 개인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분명하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한 사회 경제적 인식과 활동에 영감과 공헌을 하며 또 공식적으로 요청받기도 한다. 그런 시대의 변화는 다종다양한 개성과 아이디어로 각축을 벌이며 아무도 생각해 본 적 없는 형식과 표현의 아수라장인 현대미술이 보다 전통적인 가치나 미디어를 전승하는 예술 활동에 경쟁우위를 점하는 배경이 된다. 획일화된 인식의 확대재생산의 결과 90년대 이후 각종미술제도와 인프라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젊은 신예미술가들 대부분은 설치미술, 멀티미디어아트, 프로젝트성 예술 등 가장 최신의 현대미술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욱이 지난 몇 년간은 한국사회에서 미술시장은 부동산이나 주식의 뒤를 이을 투자처로서 현대미술이 부각되는 모습이었고, 또 많은 젊은 미술인들이 그에 환영하며 올인했다.


창조하는 예술가는 분명 존중받는 것이 오늘날 현대의 보편적인 문화이고 윤리이다. 그러나 모든 시간 모든 장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존중받는 창조적 예술이란 불가능하며 그것은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만남을 찾아서(Outside the box)’를 주제로 9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청주에서 열리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돋보인다. 서울, 광주, 부산, 대구 등 전국에서 벌어지는 현대미술을 주제로한 수많은 국제행사들 틈에서 그 존재와 약진을 기대한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획일성이 아닌 종의 다양성이 예술적 창조와 상상력을 낳고 양육한다는 점을 되돌아 보게한다.


- 김노암(1968- ) 홍익대 미학 석사. 사비나갤러리 큐레이터, KT&G 복합문화센터 상상마당 전시감독 역임. 현 아트스페이스 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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