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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미술품 감정을 바라보는 시선

서성록


30년만에 결과가 뒤바뀐 렘브란트의 <자화상>



B.베렌슨이 원작자를 밝힌 조반니 파울라 아우구스티노의 <이탈리아 귀족 남녀>



미술품 감정을 떠받치는 세 축으로 안목과 출처, 그리고 테크니컬 검사를 든다. 세 요인은 미술품 감정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세간에 ‘과학감정’이란 신조어가 남발되면서 ‘안목’과 ‘출처’의 중요성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시되거나 폄하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과학’을 무오류성을 가져다주는 ‘요정’으로 바라보게 되었을까? 감정의 기틀을 세운 조반니 모렐리(Giovanni MORELLI)가 화면 속 신체 부위를 따로 스케치해 감정에 참고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어도 과학이 감정을 대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 사람들은 ‘과학의 손길’이 닿은 곳마다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진실에 이르는 유일한 통로로 우러러보는 경향이 있다. 과연 과학적 검사는 미술품 감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과학적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해준 예로 렘브란트의 <자화상 >을 들 수 있다. 영국 버클랜드수도원에 소장된 이 작품은 30년 전에 감정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렘브란트의 제자가 스승을 따라 그린 것으로 판단 났다. 그런데 새로 테크니컬한 분석을 받아보니 렘브란트가 애용하였던 포플러나무와 버드나무가 사용되었고 재료도 일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과학적 접근으로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게티미술관이 1,000만 달러에 구입한 <쿠로스>가 그것이다. 이 작품은 두 차례의 과학 분석(탄소와 산소 동위 원소측정과 탈백운석화 과정)을 거쳐 외관과 형태에 대한 의혹, 인위적으로 탈백운석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 위조된 출처, 영국에서 나온 똑같은 위조품 등으로 점점 의심만 키워갔다. 조지아대 노먼 허츠 교수와 캘리포니아대의 스탠리 마골리스의 검사 등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검사도 믿을 게 못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감정이 꼭 과학 장비를 사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버나드 베렌슨(Bernard BERENSON)이 <이탈리아 귀족 남녀>를 보는 순간 직감으로 벨리니(BELLINI)의 것이 아니라 조반니 파울라 아우구스티노의 것임을 알아챘다. 남녀가 입은 옷과 모자, 그리고 장신구들은 ‘밀라노식’이 아닌 ‘베네치아식’이라는 것, 서명이 밀라노 <피에타> 서명과 유사한 점을 들어 그는 원작자가 누구인지 밝혀낼 수 있었다. 그는 작품을 보는 순간 14년 전에 밀라노의 교회에서 본 아우구스티노의 <피에타>가 떠올랐고, 동일 미술가의 것임을 밝혀냈다.


과학적 분석에 의한 감정 문제에 대해 IFAR의 샤론 플레커(Schron FLECKER)의 대답은 명쾌하다. 플레커는 “사람들의 인식과는 반대로 우리는 복잡한 과학적 테스트가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했다. 즉 전문가들의 ‘눈’으로도 얼마든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에 의하면, 재료분석은 오래된 재료를 실험대상으로 삼을 경우 그 작품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시기로 측정하는 오류를 낳는다고 한다. 플레커는 약간의 주관성에도 불구하고 감정가(Connoisseur)의 안목과 식견이 진위를 가려내는 데 있어 훨씬 신뢰할만하다고 말한다. 미술품은 작가 고유의 흔적과 습관이 필적처럼 배어있어 자세히 살펴보면 누구의 것인지 유추해낼 수 있다. 여기에 출처 조사와 테크니컬한 검사까지 보태진다면 한층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감정은 화가의 작품세계에 정통한 감정가의 안목과 식견이 관건이다. 특히 출처가 전무하거나 미비할 때 감정가의 역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안목없이 감정한다는 것은 운동감각도 없는 농구선수가 코트를 누비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잇단 위작 시비로 미술계가 시끄럽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나면 났지 결코 잦아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향후 위작 시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유능한 감정가를 양성하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서성록(1957- )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학사, 동 대학원 미학과 졸업. 미국 동서문화센터 연구원 역임. 『한국현대회화의 발자취』, 『한국의 현대미술』, 『동서양 미술의 지평』, 『전후의 한국미술』, 『박수근』, 『렘브란트』, 『미술관에서 만난 하나님』 등 지음. 현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한국미술품감정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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