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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큐레이터쉽의 위기, 이대로 둘 것인가?

양은희


2018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크리스티나 리쿠페로(좌), 외르그 하이저(우)



작년 연말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2018년 전시 감독 공개공모에 나섰다. 그동안 추천위원회와 선정위원회를 거치며 임명했던 것과 달리 일부 추천과 공개공모를 병행하기로 한 것이다.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물들과 공개적으로 응시한 큐레이터들이 경쟁하는 구도를 취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추천위원회를 거쳐 4인이 나왔고 국내외 26인이 공개공모에 지원하여 총 30인(팀)이 경쟁했다고 전해진다. 비엔날레 관행상 드문 이 공개공모에 외국인 지원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그중에는 세계적인 미술제를 맡았던 인물들이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그런데 1차 스크리닝을 통과한 5인 모두 외국인 큐레이터였고, 최종 선정된 인물도 외국인으로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크리스티나 리쿠페로(Cristina RICUPERO)와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교의 교수 외르그 하이저(Jörg HEISER)로 이루어진 팀이 선정되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공모 시 내건 전시 감독의 요건은‘비엔날레 또는 이에 준하는 국제 전시기획 경력이 있는 사람, 부산비엔날레와 부산의 정체성, 역사, 문화, 미래를 전시로 구현할 수 있는 사람,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편적인 요건들이었다. 그런데 공개적인 경쟁과정에서 국내의 큐레이터(팀)가 1차 스크리닝에도 들지 못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1990년대 이후 성장한 국내 비엔날레의 규모와 늘어가는 미술관 수에 비례해서 국내의 큐레이터층도 두터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엔날레 기획에 대한 큐레이터들의 관심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현대미술 큐레이터쉽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담론’ 찾기에서 외국 큐레이터에 비해 국내 인력의 역량과 설득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만든다. 국내 큐레이터쉽의 위기는 이미 작년 하반기 모 신문에서 지적된 바 있다. 최근 국내의 미술관과 여러 비엔날레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사례를 언급하며 “양질의 기획전시는 보이지 않고 미술관장 같은 감투 자리 등을 둘러싼 암투와 갈등”이 퍼지고 있으며 “직종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인식수준이 얕다”고 평가하며,“기획자 출신 관장들도 관 앞에서 자리보전이나 진급을 위한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학예사들이 관료화의 타성에 젖어 큐레이팅 본령보다 관장 길들이기에 치중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확대해석해 보면 정부와 지자체가 미술관과 비엔날레의 인사와 운영권을 행사하고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사립미술관이 많은 국내의 열악한 현실의 결과라고 하겠다.


그것뿐일까? 지난 20여 년간 국내는 ‘문화’와 ‘예술’을 포함한 전공의 증가와 미술관과 비엔날레의 확산 등으로 외형과 인력풀이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 그러나 질적인 성장을 했는지, 새로운 큐레이터들이 성장하며 역량을 기르며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었는지 반성할 시점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사유하는 힘이 약해진 젊은이들, 미술에 관한 긴 글뿐만 아니라 책을 읽지 않는 풍토와 그로 인해 미술잡지의 텍스트가 짧아지는 현상, 전시기획자를 양성할 수 있는 국내 대학과 대학원이 ‘고객’인 학생을 배려하며 몸집을 키우는 동안 약화된 프로그램의 질, 우리 사회 특유의 집단 문화 때문에 끼리끼리 모여 다니며 국내미술계에 보이지 않는 파벌을 만들고 스스로 사고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태도, 미술관과 비엔날레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경계 때문에 독립된 활동보다 제도권의 학예사를 선호하는 풍토 등의 경직된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면 큐레이터쉽의 위기는 오래갈 것이다.



양은희(1965- ) 뉴욕시립대 미술사 박사. 스페이스D 디렉터, 대진대 초빙교수. 건국대 글로컬문화전략연구소 연구교수, 4.3미술제 예술감독(2017),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커미셔너(2009) 역임. 『22개 키워드로 보는 현대미술』(공저, 2017), 『디아스포라 지형학』(공저, 2016), 『뉴욕, 아트 앤 더 시티』(2010) 지음. 현 스페이스D 디렉터, 대진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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