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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평화의집 회담장의 <북한산>을 보면서

함혜리

“이건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겁니까?”
“서양화인데 우리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것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집 1층 벽에 걸린 민정기 화백의 작품 <북한산> 앞에서 나눈 대화다.


민정기, 북한산, 2007, 청와대 제공


화사한 청록색조에 북한산 전경을 담은 민 화백의 2007년 작품 <북한산>은 두 정상의 역사적 만남부터 중요한 순간에 배경이 됐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획기적인 사건이었지만 미술을 아끼는 필자의 입장에선 무엇보다도 남과 북이 새로운 화해의 역사를 만드는 중대한 순간에 미술 작품들이 가교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우리 사회가 이제 진정 예술의 위력과 가치를 인식하게 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화의집 외벽을 미디어아트로 장식하고 사운드아트를 가미한 환송행사 ‘하나의 봄’은 그 하이라이트였다. 무뚝뚝하고 심술궂게 서 있는 줄만 알았던 평화의집이 분단의 상징에서 진정한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예술 작품을 매개로 민감한 주제들을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의미 있게 대화로 풀어나갔다. 과거 남북회담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문화예술이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문화예술을 매개체로 활용했다는 것 자체만 놓고 봐도 분명한 변화다.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런 변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냉정하게 되짚어 보자. 우리 문화예술계의 토양이 그만큼 숙성한 결과로 봐야 할까? 질문을 바꿔보자. 우리 사회가 안정되고 성숙한 만큼 문화예술계가 발전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아니라고 본다.


미술 지원정책 변화의 필요성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했던 것은 위로부터의 변화였다. 보다 더 이상적인 변화는 아래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이 피어나고 우리 사회 전반에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다. 수준 높은 문화와 예술을 국민 모두가 향유하고, 세련되고 품위있는 나라 대한민국은 그렇게 완성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까지의 예술 관련 지원정책부터 바뀌어야 한다. 매번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기획전시에 공적자금이 지원되고, 포트폴리오를 잘 만드는 선수들이 기획공모전을 휩쓸고,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며 예술가들에게 적선하듯이 돈을 나눠주는 이런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촘촘한 지원체계를 갖춰 예술가들을 지원한다는데 정작 젊은 작가들은 왜 못살겠다고 아우성일까. 문화 관련 인프라는 많아졌는데 그것을 채울 제대로 된 기획은 왜 없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문화예술은 아티스트 혼자만의 힘으로 클 수 없으며, 인프라를 갖췄다고 예술이 만개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재능 있는 아티스트가 있어야 하고 작품을 발표할 공간이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평론가(혹은 비평가)와 기획자(큐레이터)의 역할이다. 평론가는 창작물의 가치를 부각시켜주고 미술사적 의미를 부여해 주며 기획자(큐레이터)는 작품과 작가를 심미적으로 포장해 전시한다. 예술가들의 활동과 작품의 의미를 대중들에게 알려주는 아트저널리즘의 역할도 중요하다. 미술의 경우 우리 정부의 정책과 지원체계는 예술가 중심으로 짜여 있다. 겉으로 보면 효과적일 것 같지만 예술을 담론으로 끌어올리고 국제적인 작가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양성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는 문화예술의 지원은 ‘선택과 집중’ 보다는 ‘골고루’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다양한 시각을 지닌 평론가들이 소신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기획자들이 국제무대에서 자랑스럽게 한국의 작가들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 함혜리(1960- ) 전 서울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현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 『아틀리에, 풍경』(2014, 서해문집), 『미술관의 탄생』(2015, 컬쳐그라퍼) 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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