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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해외 유수 박물관 한국실의 활성화와 문화재 반환운동의 필요

최태만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내셔널 몰(National Mall)에 있는 스미소니언 산하 프리어(Freer Gallery of Art)와 젝클러(Arthur M. Sackler)갤러리는 아시아의 훌륭한 문화유산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아시아박물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작 프리어갤러리의 한국실을 방문하는 한국사람들은 초라한 소장품과 좁은 전시공간으로 실망할 경우가 많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도 사정은 별반 다를 바 없다. 중국실과 일본실에 포위당한 듯 좁은 전시공간도 비교될 뿐만 아니라 전시품들의 질과 양 또한 빈약한 까닭에 세계 곳곳에서 이 박물관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주지는 않을지 우려해야 할 처지인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프리어갤러리에서 마침내 한국을 ‘도자기의 나라’로만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으로 발전할 지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리어갤러리 한국실의 전시품은 모두 도자기로만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프리어갤러리의 도자기들이 질적으로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한국실의 초라하고 빈약한 소장품은 프리어갤러리 특유의 소장정책에 기인한다. 

국립인 이 박물관은 디트로이트 출신의 사업가 프리어(Charles Lang Freer, 1854-1919)의 개인 소장품과 기금기부를 기반으로 설립되었고, 기증자가 이 갤러리 소장품이 아닌 한 전시를 할 수 없도록 유언했기 때문에 대여 등을 통한 전시는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다. 더욱이 프리어갤러리의 직원에 따르면 미국정부의 국고지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국실의 개조는 커녕 그나마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정리할 여력도 없다고 한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실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기금을 조성하고 전문직원을 파견하기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지 않을 수 없다.

문화재 반환운동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에 힘입어 국제교류재단이나 삼성문화재단은 물론 기업과 개인 등에 의해 외국의 유수한 박물관에 한국실 개설을 지원하거나 소장품을 기증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이 전시공간들이 세계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거점이 되고 있음은 반가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한국사회에서 문화회관과 같은 거창한 규모의 건물만 세우는데 주력하여 정작 이 하드웨어를 채울 소프트웨어는 빈곤한 문제를 드러내었듯이 외국의 박물관에 설치한 한국실이 정작 한국의 문화예술을 제대로 소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한국미술 전문가를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중국이나 일본미술 전문가가 한국미술도 담당하는 한 참신한 전시기획은 고사하고 상설전시의 품질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한국실의 개설 못지않게 해외의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나라 문화재를 연구하고 실험적인 전시를 개발하며, 교류와 교육을 담당할 전문가를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기증자의 유언에 따라 다른 나라의 박물관으로부터 작품을 대여받아 기획전시를 개최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리어갤러리는 인접한 젝클러갤러리의 전시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도자기 일변도인 한국실을 다녀간 방문자들이 한국미술에 대한 흥미를 잃고 다시는 방문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이 다양하고 우수한 역사, 전통, 문화예술을 지닌 나라이자 역동적인 현대미술이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임을 알리기 위해 한국미술 전문가가 이 박물관에 상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관한 한 국제교류재단이 그 현황을 파악하여 도록으로 발간한 바 있지만 이 문화재들의 국내전시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불법적으로 약탈당하거나 소장경로가 명확하지 않은 채 국외로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은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 현황을 파악하여 지속적으로 반환운동을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문헌들과 일제시대 일본으로 반출된 문화재는 말할 것도 없고 1948년부터 1963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추방될 때까지 두 차례에 걸쳐 주한미국대사관의 문정관으로 근무한 바 있는 그레고리 핸더슨(Gregory Henderson)이 한국에 근무하던 중 수집하여 미국으로 가져간 고려청자, 조선백자를 포함한 보물 중에서 비정상적으로 수집한 문화재의 반환도 신중하게 검토되길 기대한다. 핸더슨은 이 값진 문화재들을 하버드대학에 기증하였고 현재 아서 젝클러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다. 만약 핸더슨이 이 보물 중에서 소문처럼 한국의 관리들로부터 뇌물로 받아간 것이 있다면 한국에 반환해야 마땅할 것이다.


- 최태만(1962- ) 동국대 미술사학 박사.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부산비엔날레 현대미술전 전시감독 역임. 현 국민대 미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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