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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공원 전시란 무엇인가

채영

2018년 10월 5일 가을비가 내리던 아침. 이날은 ‘난지유아숲체험마당’에서 전시 개막식이 있는 날이다. 월드컵공원의 깃대종인 맹꽁이를 주인공으로 부엉이, 잠자리, 황소 등 50여 종의 동물들이 나무 조각으로 만들어져 공원 숲에 자리를 잡았다. ‘월드컵공원 동물사랑 나무작품 전시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2014년부터 버려진 폐목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작품들은 올 해 운명의 전시기획자를 만나 꽃을 피우게 되었다. 옆에서 지켜본 필자는 공원을 뛰어다니며 작품을 설치하던 열정과 개막식 당일 기획자이자 작가의 신분으로 소개되었을 때 수줍게 상기되던 이들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독자는 이들이 누구인가 궁금해 할 것이다. 이들은 퇴직을 앞두신 서부공원녹지사업소장님과 손재주 있으신 주무관님, 기간제분들로 이날의 축하와 집중된 이목에 어리둥절 하던 모습이 나는 그들이 만든 작품보다 더 작품 같았다.


부엉이&올빼미, 월드컵공원 동물사랑 나무작품 전시회


공원이라는 장소에서 이런 일이 이루어지고 있나 의아해할 수 있다. 여가 시간의 증대에 따라 도시민들의 문화 활동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공원의 기능도 산책, 휴식 등 전통적 휴양 기능을 넘어 시민의 다양한 여가문화 수요를 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0년 이후 생태, 문화, 도시재생 등을 기반으로 하는 테마 공원을 확충하면서, 위와 같은 전시는 물론 각종 행사,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 운영하여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공원에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은 생태와 가드닝, 환경, 탐방 등 여타의 문화기관에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과는 다른 결과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현재 재직하고 있는 문화비축기지는 문화공원, 예술공원이라는 브랜드로 수년간 공원에서의 문화예술프로그램이 어떠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을지에 대한 고민과 역량의 누적으로 만들어진 공원 버전의 전위적 실험처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공원에서 전시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공원 전시는 어떠한 모양새가 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매번 직면하게 된다. 미술관과 같이 시스템이 갖추어진 환경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원 전시=야외 설치작업’이라는 도식으로 단순화할 문제도 아니고,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의 클라우드 게이트나 크라운 분수처럼 시각적 스펙터클로 결론 낼 문제도 아닌 듯하다. 얼마 전 공원프로그램 담당자들이 모여서 ‘시민 여가활동을 위한 공원프로그램 현황분석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수차례 연구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각자가 질문을 던졌다. 요즘 유행하는 근본을 묻는 질문들을 던진 것이다. ‘공원에서 생태교육은 무엇인가’, ‘공원에서의 가드닝이란 무엇인가’ 등. 필자에게 다가온 질문은 ‘공원 전시란 무엇인가’였다. 



우정아, 빛과 바람의 놀이터, 문화비축기지 탱크4


공원 전시는 미술관 혹은 여타의 문화기관 전시와는 다른 배경을 가진다. 자기 취향과 목적성으로 전시를 찾는 관람객과는 다른, 우연한 관람객이 공원의 전시를 보러온다. 아니 그들은 전시를 우연히 마주친다. 공원 산책자들이 맞닥뜨리는 뜻밖의 전시라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전시기획자에게 뜻밖의 관람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문턱이 가장 낮아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문화 공공재, 공원프로그램은 한 해 평균 330만 명 이상의 시민들에게 서비스되고 있다. 공원 전시는 이러한 공원프로그램의 무한한 가능성 아래 함께한다. 그래서 학술적인 미술관 전시나 뾰족한 이슈의 비엔날레 전시, 첨예한 미술시장의 흐름과는 다른, 또 다른 지류의 전시가 공원에서 만들어질 것은 확실하다. ‘공원 전시란 무엇인가.’ 질문에 대한 답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걱정이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다. 다만 그 지류는 사람을 자연으로 이끌고 환경문제 앞에서 공생을 생각하는 공원프로그램과 같이, 일상과 예술의 화해 그리고 전문예술가와 일반 시민이 함께 어우러져 흐르기를 희망한다.


채영(1977- ) 연세대 영상예술학 박사 수료, 환기미술관 학예사(2005-15) 등 역임. 현 서울시 문화비축기지 전시담당 주무관,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문화행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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