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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공공조형물과 문화사회

조광석

최근 주변에서 조형물을 쉽게 접하게 된다. 법령에 의해 일정 면적 이상의 건물을 신축할 때 ‘건축물 미술 작품’을 설치토록 하여 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문화적 재생산에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작가들에게) 창작 기회 확대로 순수문화예술의 진흥과 삭막한 도시환경의 개선을 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라고 언급하지만, 이 제도가 실시된 지 25여 년이 지났어도 아직 올바르게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도시 환경개선이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고 대중에게 예술적 감수성을 일깨워 주는 데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작가들에게 골고루 창작 기회가 확산되지 않는 점도 문제가 된다.

명시적인 정책을 통해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문화 환경을 조성하기는 쉽지 않다. 건축물 미술 작품의 경우 행정 당국은 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작가들에 의한 주관적 해석은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평가될 수 있으나 소비자인 대중에 대한 배려는 논의 되어야 할 부분이다.



김성복, 꿈나무, 2017, 브론즈, 교원공제회관

미술 작품들이 공공장소에 설치되지만 대중의 주체적 담론을 가름하기 어려운 현실과 작품 제작에서 감상자를 배려하기보다는 건축주, 작가 중심의 작품이 여전히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기업 건축물에 설치되는 미술 작품의 경우 주최 측이 일방적인 결정권을 지니고 있다. 최근 SNS를 통해 대중은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고 하지만 예술적 감수성을 각자 다르게 주장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가져오고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우리 삶과 밀접한 미술 작품은 실제 보이는 것을 넘어서 상징적 형식을 통해 인간 가치를 규정한다고 한다. 도시에서 공공조형물은 지역문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공간을 점유하는 물리적 상황이 지역의 역사 문화와 같은 사회적 특성을 조성하고 유기적인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주민들에게 심리적으로 미적 관심을 증대시키고, 오락적, 문화적 서비스의 한 부분이 되어 원주민이나 이주민, 그곳에서 활동하는 근로자들, 잠재적 관광객들이 그 도시를 좋아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물 미술 작품은 문화사회발전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적 문제들을 풀어가는 매개체나 순기능으로서의 역할도 증가할 것이라 기대한다.



박찬걸, Sliced Image 다비드, 2011, 스텐레스스틸, 파라다이스시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건축물 미술작품은 법령에 의해 의무적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지자체는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미‘문화도시’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원칙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 없이 다분히 추상적이다. 각 지역에서는 이를 정책적인 개념으로 수용하고 지역적 특성에 맞는 마스터플랜을 설계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큰 비용이 투자 되는 도시 환경 설계와 함께하는 공공조형물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요구된다. 작품 설치를 위해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기본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디자인, 설계를 선발해 예시하고 장소적 특성에 대한 제시와 해석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곧 작품설치에 대한 심의 제도에 영향을 줄 것이고 작품설치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제도가 널리 정착됨에 따라 공간, 환경, 사람 등 감상자 중심으로 활력과 감수성을 일깨워 주게 될 것이다. 그러한 조형물은 장소가 지닌 상징적 지표기능, 지각기능, 심미적으로 장식적 기능, 실용적 기능, 미적 질서 부여기능 등의 문화사회적인 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예술 생산자나 공급자로부터 제작된 건축물 미술 작품을 할 수 없이 일방적으로 수용하여야 하는 ‘수동적 소비자’ 입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시계획에 의한 조형물, 지역민과 문화 공동체를 형성하는 공공미술로 성장해야 한다.


조광석(1954- ) 프랑스 파리8대학교 조형예술학 박사. 경기대 명예교수,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 상파울로비엔날레커미셔너, 현대미술학회회장, 프랑스 E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Arts Décoratifs 연구교수 역임. 현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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