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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문화체육관광부가 말하는 ‘지역 축제’와 미술

박소희


문화체육관광부, 「2022년 지역축제 개최 계획」. 출처: mcst.go.kr


K-Culture의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세계적인 아트페어가 한국에서 개최되면서 해외 갤러리와 미술계의 주요 인사의 한국 방문이 늘어났다. 마켓과 직접 연결된 전시를 기획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이 분위기는 사뭇 나쁘지 않다. 여러 미술 행사가 동시에 열리고 공기관, 사기업 할 거 없이 서로 돕고 상생하는 외국과 달리 한국의 상황은 어떨지 들여다보자. 

아트페어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미술 행사는 국가나 지자체 지원으로 진행된다.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그 운영 체계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 예로 2010년부터 3년마다 개최되는 세토우치트리엔날레가 있다. 매회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하는 일본의 대표 미술제로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베네세 그룹이 전액 출자한 자회사인 후쿠다케재단의 이사장과 가가와현 지사의 협력과 리더십이 꼽힌다. 중앙 정부의 제도적·재정적 지원 없이 나오시마가 세계적인 예술 섬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후쿠다케재단 이사장의 확고한 비전과 예술가 선별과 영입에 대한 탁월한 안목 그리고 재정 지원 덕분이다. 또한 소비적인 레저 시설로 인한 관광수익이 아닌 문화예술적 개발을 목표로 한 가가와현도 섬의 발전 방향 설정에서 후쿠다케재단과 동일한 비전을 수립하고, 적절한 공조 관계를 맺어 왔다.1) 

2021년부터 사기업 문화재단에서 근무하며 재단이 속한 지역에서 올해 2회 미술 행사를 기획하여 준비하고 있다. 특정한 도시를 기반으로 한 ‘어떤’ 미술 관련 행사를 만들기 위해, 먼저 방향성을 고민하면서 여러 자료를 살피던 중 문화체육관광부 웹사이트에서 「2022년 지역축제 개최 계획」이라는 문서를 발견했다. 2022년 기준 전국에는 총 944개의 지역 축제가 존재한다. 그 가운데 “※작성 제외 대상”을 보면, 기존 지역축제의 분류에서 ‘미술제’는 ‘특정 계층만 참여하는 행사’ 그리고 ‘순수 예술행사’로서 ‘제외 대상’에 포함된다. 즉, 국가적 관점에서 ‘지역축제’는 ‘예술’과 공존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 콘텐츠를 지역 행사로 등록하고 알리기 위하여 ‘축제’라는 이름을 사용했다.2) 작년이 첫 번째 행사다 보니 여러 면에서 시행착오도 많고 전시장 중 한 곳은 도심 속 공원으로 사용하는 곳이라서 허가를 받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11월 개막식이 다가올 무렵, 안타깝게도 그 즈음 국가에 큰 비극이 일어났다. 국가적인 애도 기간이 정해지자, 준비 중이던 행사가 위치한 지자체 또한 도에서 주최·주관하는 축제를 취소하거나 개최 시기를 미룬다고 했다.3) 공공 재원에 기대지 않는 행사로 권고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여러 차례 내부 회의를 거친 끝에 준비 중이던 행사는 예정한 대로 개최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도시 곳곳에 마련된 전시 공간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거리를 거닐고, 함께 지역 특산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슬픔을 치유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페스티벌을 진행하는 도시에 큰 산불이 났다. 시청 앞에 내걸린 큰 현수막에는 ‘여행이 최고의 자원봉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시는 도시를 살리고자 여러 행사를 기획해 진행하였고, 그중 한 행사에는 필자가 일하는 재단에서도, 재단이 속한 기업 제품을 후원하고 행사에 참여했다. 후원 기업이나 참여 리테일 샵 모두가 자유롭게 운영되었으며, 바닷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행사를 포함해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했다. 각자의 역할이 구분되고 거기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좋은 영향력으로 발전하려면, 이렇듯 각각의 역할과 위치에 맞춰 자율성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그 존속에 대해서는 누군가의 공략이나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 미술계도 각자의 역할을 구분하고 독립적인 구조가 되기를 바라며, 지원(금)이 결코 권력이 아닌 말 그대로의 ‘지원’이 되길 바란다.

- 박소희(1977- ) 영은미술관 전시팀장, 서울-문체부 공공미술프로젝트 ‘닷츠브릿지’ 대표, 2020-21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감독, 창원조각비엔날레 특별전 협력큐레이터 역임. 파마리서치문화재단 이사,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감독. 


1) 김선희, 백경진. 『[해외리포트] ‘섬과 예술’의 융합을 통한 지역 활성화와 바다의 회복 : 일본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추진 사례』,  통권349호(2010.11) 참조.
2)(재)파마리서치문화재단, 어떤콜렉티브 『제1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도록』, 167 참조.
3) 박건상, 「강원도 내 이태원 희생자 발생…축제 취소·축소 잇따라」, 『헬로TV뉴스』, 2022년 10월 31일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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