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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역사와 문화의 보고 사립박물관ㆍ미술관, 지원을 서둘러야

최병식

최근 '민족의 역사의식'이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여기에 문화경쟁시대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니듯이 문화와 역사, 국민의 정서함양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곳이 박물관과 미술관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미국, 독일, 일본 등의 405천개소와 비교하면 10% 정도에 머무르고 있으며, 그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사립의 경우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국내의 사립박물관·미술관은 전체 198개관(2005년 4월 30일 기준)으로 전체 400개관에서 거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소중한 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시, 교육, 연구를 통한 국민의 문화 향수권 신장이라는 핵심적인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공립이나 기업과 연계된 사립박물관·미술관과는 달리 개인이나 재단 등의 비영리적인 성격으로 유지하는 경우 대부분 사재를 털어 운영할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른 시스템 운영과 시설, 인력 확충의 어려움 등으로 중요한 소장 자료가 사장되고 박물관·미술관의 핵심 기능인 소장과 전시, 교육 등의 본래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내용들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러한 사립박물관·미술관은 종교박물관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120여 곳에 이르며, 경기도가 가장 많고 충청지역과 전라남북도가 비교적 적은 수에 그치고 있다. 대도시 분포가 거의 미미하고 대다수가 산간벽지나 군단위, 면단위에 소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도시를 중심으로 볼 때, 부산에는 1개관, 인천에는 강화도를 제외하고는 전무하며, 대구에 1개관, 대전에 1개관, 광주에 2개관, 청주에 1개관이 있고, 울산, 전주, 춘천, 창원시 등지는 전무한 실정이다. 2004년도 9월부터 2005년도 4월까지 전국의 120개관을 순회하여 직접 실태조사를 해본 결과 사립박물관·미술관의 어려움은 전반적인 면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를 정리해 보면 3대 조건인 유물이나 작품, 전문 인력, 시설 모두에서 평균치 이하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사업은 50%대에 머물렀고 후원회는 80%대가 운영되지 못하고 있었다. 특별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실시되었으나 순수한 교육이나 정기 강연, 지역민을 위한 서비스 등이 대부분이었다.


눈물나는 학예사 대우

이들 전국의 사립박물관 및 미술관에 대한 지원책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건비 지원이다. 학예사에 대한 지원은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로서 이는 6월 1일 현재 설문을 통해 조사한 결과를 보아도 얼마나 열악한지를 실감하게 된다. 우선 급여에서도 100-130만원대가 평균치로 꼽혔고, 아예 무보수인 경우, 최저생계보장치에도 못미치는 경우 등이 적지않았다. 보너스지급 퇴직금과 같은 부분에서는 60%대 이상이 아직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험가입도 41.76%가 미가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반면에 57%가 석박사 학위소지자이며, 10%는 외국학위 소지자로 나타나 최고수준의 전문직 학력수준을 나타냈다. 전체적으로는 학사 이상이 93.42%를 차지하고 있어 보유하고 있는 전문성과 지식에 비하여 보수가 너무나 열악한 상태임을 직시할 수다. 주요업무로는 관리, 전시기획, 교육홍보, 입장료 등 고루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청소, 관장업무보조, 운전 등 다양하게 나타나 학예직의 업무가 얼마나 과중한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자유건의 내용에서는 고학력과 전문성에 비하여 너무나 열악하고 불안정한 직업, 열악한 대우,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입장 개선, 전문성 향상 등이 우선이었으며, 휴일에도 근무하고 과중한 업무 등이 불만사항으로 꼽혔다. 사립관들에 대한 상대적인 지원대책이 없는 것과 각 관들의 경영난을 걱정하는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와같은 결과는 현재 우리의 현실이 박물관과 미술관의 핵심인력인 학예사들의 처지와 대우가 문화경쟁시대라는 시대적인 주제에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상황임을 말해주고 있어서 이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다. 학예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관장의 경우는 어떠한 급여제도도 없을 뿐 아니라 관의 전체 경영을 책임지는 상황에서 거의 평생을 박물관과 미술관에 희생하는 예가 대다수이다. 그러나 평생 의지만을 가지고 운영할 수는 없다. 헐벗고 굶주려도 유물 수십만점을 소장하고 있다는 경기도의 모 과장은 아예 단두대를 달아놓고 자신의 사명감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눈물로 되새겼다. '문화전쟁'이니, '체험학습'이니, '주5일제근무'니 하는 말은 무성해도 국가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그 선구적 역할을 하는 이들에게 지자체나 국가가 이렇게 손을 놓고 있어도 되는 것인지 원점으로 돌아가 되새겨볼 일이다.



최병식(1954- ) 성균관대 대학원 철학과 박사. 현 경희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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