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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작가들을 위한 실전정보가 생산되어야 한다

안인기

작년 초 작가 유현미의 노력에 의해 『비주얼 아티스트를 위한 아트맵』이란 책이 출간되었다. 국내의 갤러리, 작가지원 프로그램과 재단 등의 정보를 담고 있는 이 책의 서문에서 그는 자신의 미국 유학기간 중 무수한 작가 지원 제도나 프로그램 등을 소개한 책자를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다양한 수혜를 얻은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국내 미술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작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보조하는 현장 정보의 공유와 소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안타까워하였다. 그의 지적처럼 우리 미술 환경에도 많은 정보가 양산되고 유통되지만 정작 작가들에게 실리적인 도움을 주는 정보는 제대로 모아지지도 않고 관리되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어찌 보면 미술계의 토양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정보의 한 축이 그 긴요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생산 관리 유통에 상당한 한계와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미술계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작가들이 무조건 열심히 작업하는 것으로는 능사가 아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작업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공부도 많이 해서 똑똑해져야 하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숙지하고 활용할 수 있는 요령이 덧붙여져야 한다. 간단히 말해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치열해지는 시대이다. 그러므로 작가 데뷔 이전부터 작가로서의 성장 발전을 이루는 전 과정에 합당한 적절한 지식정보는 더욱 절실하다. 이때의 정보들은 아무렇게나 널려있고 누구나 아는 일반 정보가 아닌 보다 정확하고 유익하고 실전적인 정보인 것이다. 기존의 잡지들은 다른 분야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질의 정보를 담고 있으나 대부분 담론 생산과 비평적 진술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은 미술의 현장이기보다는 현장을 보는 의견의 일종이다. 그 외 미술계의 정보라는 것은 사안, 장르, 관심사, 사건, 인물, 기관, 단체에 따라 무수하게 흩어져 있다. 한 예로 매일처럼 올려주는 미술기사와 단신들의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달진닷컴과 같은 정보 종합 사이트도 지극히 피상적인 사실 정보만을 담고 있다. 있었던 일, 전시나 행사 등의 일정과 개요가 대부분이다. 인터넷은 정보환경을 급격하게 바꿈으로써 소통과 네트워킹에 획기적으로 기여했지만 거의 동일한 정보들이 끊임없는 복제 생산됨으로써 정보의 쓰레기도 함께 양산하였다. 



실전 미술정보의 필요성

사실 실전적인 미술정보는 아직 우리 미술계가 제대로 정리하고 체계화한 적이 없는 것들이다. 이러한 정보 중에는 개개인의 경험을 통해 특정인들에게만 비밀처럼 은폐되어 전달되는 정보들이 있는가하면 작가의 효과적인 포트폴리오 제작 방식이나 요령과 같은 보다 일반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정보들도 있을 것이다. 대개 아트 매니지먼트와 관련되는 이러한 정보들은 현재 미술 현장의 현황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되 적절한 필터링을 통해 순도와 질이 높은 정보로 가공하여 제공하여야 한다. 아무개 작가는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높이고 명성을 쌓으며, 미술계의 주요한 작가로 성장하였을까? 미술관객의 입장에서 흥미로운 성공 스토리는 많이 들었지만 미술생산자의 입장에서 긴요한 정보들, 즉 성장 과정에서 만들어졌던 각종 계약서, 증빙서류, 절차 과정에 대한 지식 등은 대개 묻혀지고 개인화되어 있다. 그래서 작가들이 그러한 절차 과정에 닥쳤을 때는 누구나 초보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작가들은 대부분 이러한 요식 절차, 서류, 법률, 세무 등에 대한 지식에 무관심하며 그것이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형물을 힘들여 제작하고서도 소득세 징수로 파산하는 사태가 왕왕 있는 것 아닌가. 우리 미술계가 수집하고 관리하고 널리 알려야 할 정보들의 목록은 무척이나 많다. 신진작가의 데뷔 과정과 루트 및 방식에 대한 정보, 전국적, 전세계적 정보 선별을 요하는 다양한 작가 지원 제도와 실시기관 정보, 작가가 직접 만들어야 할 최소한의 자기 홍보물 제작 및 관리방법(각각의 필수 사항, 이력 및 자기소개나 작품소개서 작성법 등), 다양한 전시장 및 관련 기관에 대한 정보, 나아가 각종 계약문서 양식 및 작성법, 해당 문서에 대한 법률지식, 미술가를 위한 회계 및 세무지식, 저작권 등 창작자가 알아야 할 법적 권리 및 보호와 관련되는 사항들, 미술관련 법규와 제도, 규제 사항들, 미술시장 동향, 접근 방법, 화랑 및 딜러 정보, 합리적인 작품가격의 책정, 주장, 협상 방법, 작품 거래 체결을 위한 노력들, 자신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한 활동들, 명성의 관리 방법들 등. 너무나도 많고 구체적인 정보들은 대부분 문서화되지도 않고 기록되지 않으며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 미술의 성장을 위해 보다 질 좋은 실전정보를 서비스함으로써 수요자인 작가들의 실질적 요청을 반영하는데 관심을 기울일 때다. 무수한 발품도 필요하고 창작자를 위한 공공적 성격을 띠는 정보 생산인 만큼 그 초석은 문예진흥원과 같은 기관의 주도나 적극적 참여가 요청된다. 더불어 이러한 정보 생산은 관리와 지속성이 보다 중요한 관건이다. 미술현장은 매일같이 바뀌고 있지 않은가. 때문에 이러한 정보 생산을 전담할 지속적인 기구나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시스템은 분명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작가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보광장이 될 것이다.



- 안인기(1967- ) 서울대 박사과정. 월간미술수석기자 역임. 현 한양대학교 응용미술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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