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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국립민속박물관 재정의를 위한 제안

김홍남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일한지 1년 반이 넘었다. 그 동안 내가 놀라워하고 고민해온 것은 이 박물관이 현대한국사회의 문화 예술인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는 사실과 또 박물관직원들도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거나 문제시하지 않아왔다는 사실과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과거유물의 보존과 연구는 기본이고, 나아가 현재와 미래의 한국문화를 위한 “샘이 깊은 물”이 되지 않는다면 한 박물관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믿어왔다. 아래의 글은 한국인들에게는 유길준 컬렉션으로 잘 알려져 있는 미국 메사추세츠 주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의 Dan Monro 관장이 최근 우리 박물관을 방문하고 많은 대화를 나눈 후 돌아가서 내게 보낸 편지를 일부 번역한 것이다. 그 내용은 “민속박물관”의 문제와 나의 고민에 대한 그의 무척 진솔한 생각들로 국립민속박물관 뿐 아니라 다른 박물관들에도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의 문화유산을 한국인 및 전 세계인에게 보여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유지하기 하고, 박물관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또한 최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하여, 그리고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개념적 틀(interpretive framework)에서 운영하기 위하여 본인은 국립민속박물관이 현대적인 각오로 그 사명(mission)을 재정의 하거나 수정 또는 업데이트하기를 제안합니다.

본인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러한 권고를 합니다. 우선, 한국은 역동적이고 급격히 변화하는 나라입니다. 한국의 전통생활 요소가 유지되고 있지만, 한국인은 새로운 생활과 문화를 받아들이고 창조해가고 있습니다. 기존 전시 중 조선시대 전시에 초점을 둔다면, 국립민속박물관은 그 대상 관람객의 삶과의 연관성을 감소시키고 있습니다. ‘전통 문화’라는 것은 매우 복잡한 개념입니다. 모든 문화는 역동적이고 모든 전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문화나 그 속에는 많은 ‘전통’이 있으며, 단지 하나가 아니라 시대에 걸쳐 변화합니다. ‘전통적인’ 한국 문화는 지역, 시대, 교역, 교류 그리고 다른 많은 요소에 따라 수많은 층들의 전통으로 구성됩니다. 문화 전통들을 하나의 너무나 단순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일부 관람객들을 오도하는 결과를 나을 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통적인’ 한국 문화의 많은 요소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조선시대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국립민속박물관이 한국의 근대와 현대의 생활과 문화의 영역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는 위험에 빠뜨리는 일입니다.

본인은 또한 국립민속박물관이 사명(mission)을 명확히 하고 재정의(refine)하기를 제안하는데, 이는 박물관이 성취하고자 하는 결과물이 관람객에게 주는 영향을 중심으로 보다 구체화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립민속박물관의 사명을 재정의 하는 일은 현재로서 국립민속박물관의 관람 경험에서 볼 때 비교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유물 활용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새롭고 재정의된 사명을 반영하면서 국립민속박물관은 다음과 같은 이슈를 거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어떠한 계층의 관람객들에게서 국립민속박물관이 최대의 성과를 얻고자 하는가?
● 이러한 성과들은 측정가능한가?
● 국립민속박물관은 유물을 어떻게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가?
●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예술(art)’의 역할은 무엇인가?
● ‘전통 문화’란 무엇인가? 언제 ‘전통 문화’가 ‘전통’으로 되며 국립민속박물관은 어떤 방법으로 전통문화를 사람들의 생활에서 보다 중요한 부분이 되게 할 수 있는가?
●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시와 프로그램에서 현대 한국의 미술 및 문화를 취급해야 하는가?
● 국립민속박물관이 원하는 성취 수준의 기준은 무엇인가?
● 국립민속박물관이 어떠한 지적인 틀(Intellectual framework) 안에서 사업을 수행하는가? 

새롭거나 수정된 사명은 국립민속박물관에 새로운 일관성(coherence)과 에너지를 부여하고, 국립민속박물관이 국립박물관으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그 책임을 완수하게 할 것입니다.” 


- 김홍남(1948- ) 예일대 미술사학 박사.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역임. 현 서울문화재단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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