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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예술 생태를 읽어내는 비평’, 두 번째를 말하겠다

김종길

미술창작은 문학과 달리 텍스트(언어, 문자)가 아닌 이미지 생산의 역사이고, 그 현장의 지속이다. ‘개념’이 극단적 이미지 텍스트로 등장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포괄적 상태에서 이미지에 소속되었다. 문자가 이미지에서 창출되었다는 주장으로 그 또한 이미지의 범주에 있다고 주장하면, 반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 그것이 이미지이냐 아니냐의 중요성이 아니라 ‘미술’이 이미 문자를 떠나 있고, 또한 그 결과의 생산성이 사물(object)로 등장한다는 매우 일차적 사실을 재인식해 보자는 것이다. 이 사실에서 우리는 미술비평의 역할이 과연 무엇인지 재론할 여지를 갖기 때문이다. 문학비평이 문학 자체에서 인용을 불러와 그 텍스트의 중심 해제를 시도하지만, 미술비평은 이미지를 대상으로 하는 비평이기에, 절대로, 이미지를 문자로 인용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고, 비평가는 대상으로서의 ‘미술’을 문자로 전환설명한 후 다시 자신의 텍스트를 해제해야 하는 모순적 상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술비평은 대상의 ‘미술’을 전환설명하지 않고 있으며, 직관에 의한 즉자적(卽自的) 판단의 미술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소통의 난해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소통불능 미술비평의 한쪽에는 ‘미술현장’의 부재라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유가 존재한다. 미학, 예술학, 미술사의 대상이 ‘미술’ 그 자체에 있다면, ‘미술’을 이루는 다양한 미술 생태적 관계로 파고드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설령, 각 비평자(혹은 미술연구자)의 연구지점이 당대 현장이 아니라 역사 층위의 어느 지점을 향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지극히 단순한 당위일 터이다. 이럴진대 현대 미술비평에 목적지향을 두고 있는 비평자라면, 미술 생태의 다층적 관계로 시야를 확장해야 한지 않겠는가. 뿐만 아니라 서울 중심의 전시장 미술에 한계 지워지는 매체미디어의 취재 전략은 지역 미술담론의 사막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더불어서 미술의 활동영역이 급격히 수도권으로 집중하는 기이한 상황을 노정하고 있다.


자발적 '비평지구대'의 형성제안

물론 그 어느 때나 중심 지역은 있어왔고, 담론의 '중심' 또한 부정할 수 없이 그 지역을 통해 이뤄져 왔다. 이것은 선택의 의지가 아니라 필요의 의지이며, 미술 생태계의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미지 해제 비평의 역할이란 측면에서 전시장 미술의 좁은 마당을 나와 너른 길로 걷자는 것이며, 그 길과 맞닿아 있는 '바깥미술'과 만나자는 것이다. 또 하나의 미래 미술사의 참조점으로 작동할 당대의 미술비평이 서울이라는 기형적 중심체를 벗어나 전국 지역의 미술현장으로 퍼져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각 비평가에 의한 자발적 '비평지구대'의 형성을 제안한다.


현재, 서울외의 전국 지역에는 지자체 수부도시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중심축이 순환되고 있으나 아사 직전의 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그 상황에서도 미술가들은 삶의 터를 꾸리고, 개별적이며 산발적인 미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때로 그들의 지역 네트워클르 구축해 전시담론을 형성하기도 하며, 공공미술 비평담론, 작업실 '개방-소통' 운동뿐만 아니라 지역 향토사, 지역 신화, 지역 문화예술정책, 지역과 지역 예술교류의 주체적 활동을 전개한다. 그러나 지역 미술 생태계의 이러한 활동 축에 비평가는 없다. 지역비평의 완벽한 부재가 지역 미술사 기록의 참조점을 상실케하고 있다. 때문에 지역 미술인의 '미술'에 대한 비평에 있어서도 그 내러티브로 깔려 있는 '지역성(역동으로서의 지역)'을 읽어내기 힘들며, 창작 주체인 그 '미술인'에 대한 탐구 또한 논외로 밀려나 버리고 있다. 미술비평은 이미지와 이미지 생산자, 그리고 역학관계를 대상으로 새로운 창작을 완성하는 문학 영역의 한 분야이다. 이 부분에서 대중소통의 길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품해제의 도상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미술생태계의 생동하는 현장으로 자리 이동해야 하며, 비평가의 관심영역과 맞물리는 지역으로 비평지구대의 기치를 세워야 할 것이다.



김종길(1968- ) 경희대 예술경영학과 석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평론상 수상. 모란미술관 학예연구사 역임. 현 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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