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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공공 미술의 개념과 정의의 공론화부터

윤익영

최근 공공 조형물 설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이에 관련된 미술 정책의 재검토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 제도가 대중들의 미술문화에 별다른 혜택을 주지 못한 채 관례적으로 유지돼 온 데에 불만이 생겨났다. 과연 이 제도는 폐기돼야할 만큼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제도 그 자체는 바람직한 것으로서, 그 틀을 그대로 유지하며 개선해야 할 것인가? 대중들의 불만과 제도상의 문제점들이 무엇이며, 문제 발생의 근본적 요인들은 무엇인가? 이런 미술계 일각의 현안들이 진지하게 연구돼야 할 것이다.


올 봄엔 “환경 조형물 실태 조사서”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고(윤범모), 여름에는 “공공미술품 보존관리가 허술하다.”(김광섭)는 볼멘소리도 있었다.(『서울아트가이드』, 2006. 4. 2004. 7)  전자의 경우 “철거해야 할 조형물 목록 작성”을 통해 그야말로 공공 조형물 관리 백서 자료집을 작성하자는  것이고, 후자는 공공 조형물들이 거의 폐기물처럼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음을 한탄했다.




최근엔 문화관광부가 추진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아트인시티 2006’이 공공미술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전국 11개 지역에서 새로운 차원의 공공미술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세계일보, 2006. 10. 9. 김준기/공공미술추진위원회 팀장) 이 사업은 ‘주민참여 벽화’로 많은 호응을 얻었고, 서울시 낙산 일대에도 대규모 주민벽화 사업이 추진 중이라고 했다.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다가서보겠다는 공공미술의 발전적 취지에 기대를 건다. 그러나 누가 생각해도 그렇듯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공공 미술품의 수준과 대중정서의 관계, 예술품 심의 방식 문제, 예술성과 작품가격의 문제, 미술에 대한 대중들의 일반적 인식 문제, 공공장소 및 공공의 개념 등 여러 입장에서 논의 검토돼야 할 것이 많다. 이런 논의는 지속적이고 점진적이어야 할 만큼 중요한 미술사회의 현안들이다.


공공미술의 공론화 필요이런 의미에서 ‘환경 조형물 실태 조사’는 일차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철거 작품을 분류하는 일(필자도 결국은 해야 한다고 보지만)은 좀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공공의 개념과 정의가 어떻게 인식되어 있는지 조차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무엇을 서둘러야 한단 말인가. 특히 문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아트인시티 2006’의 활동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왜냐면 이 일을 주관하는 공공미술추진위원회는 - 공공의 개념과 정의가 공론화되지 않고 지금까지의 환경 조형물 실태 파악도 정리 분석되지 않은 채 - ‘주민참여’라는 단순한(뿌리 없는) ‘참여정신’에 큰 가치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미술의 새로운 ‘사례’를 만들겠다는 더 불안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와 개성, 창의를 탐색하는 예술을 좀 쓸게 하는 것이 바로 무수한 사례들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사례는 관행을 낳고 판박이 재생을 조장하는 힘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금 허다한 사례 반복적 공공 미술품이 나돌고 있어서 문제되고 있지 않은가? 


이제 공공 조형물의 문제점들을 외면하기 어려워질 것 같다. 예술가와 학자들이 나서서 시민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예술성이 풍부한 공공 미술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관행들을 개선해야 바람직하다. 이것은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연구로 될 일도 아니고, 어느 특정 단체의 힘이나 의지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기초부터 세우는 것이 먼저이다. 그것은 공공미술의 개념과 정의의 공론화 이다.



- 윤익영(1952- ) 프랑스 파리 1대학 미술사학 박사. 한국미술협회 평론 이사 역임. 현 창원대 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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