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23)청년작가전 유감

박정구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취지의 전시나 프로그램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웬만한 미술관이나 미술관련 기관, 그리고 화랑에 이르기까지 너나없이 전시나 레지던스 프로그램, 그밖에 이런저런 사업들을 만들어내 이처럼 ‘풍성’하기는 근래 몇 년 사이 들어서인 듯싶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은 덜하지는 않을 듯 해 보인다. 가능성과 참신함을 갖춘 신예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은 우리 미술의 발전을 위하는 기관이라면 당연한 과업일 테고, 이윤을 꾀하는 사업으로서도 물론 효과적인 방안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심사가 내내 반갑고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닌 것이 사달이다.


우선은 여기저기서 ‘발굴’해내고 만드는 전시가 많다보니 어쨌거나 그 밀도가 희석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하는 것이 염려의 하나다. 새로이 배출되는 신진 작가들이 늘어가는 것에 비해 이들이 자신을 제대로 드러낼 공간과 기회가 적은 현실에서, 보다 많은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전시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측에서 보면 작가를 겹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일 터이다. 그러니 작가의 수는 늘어나는 행사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진행 측으로서도 해마다 반복되는 선발이 늘 충분히 만족스러운 것이 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는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일이 있는 것이, 그것도 대세라면 대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들 사업을 진행하는 측의 기호가 다소 치우치고 굳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인상이다. 시기에 따라서 사회를 비롯한 문화, 미술계의 주된 관심과 경향, 그리고 소위 유행이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근래에 만들어져 관심을 끄는 전시들에서는 몇몇 요소들이 공통되는 편향성을 여러 곳에서 쉬 읽게 되는데, 이러한 편향성은 자연스럽게 신진 작가의 선발로도 이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전시의 경향과 추세까지 연결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젊은 작가들로서도 선발을 위해 자신의 작업을 맞추고 수정하는 일이 생겨난다면 그것은 결국 다양과 다원이라는 미술의 근본적인 생명력에 문제를 드리우게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염려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공모전 스타일, 혹은 국전 스타일 같은 것이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은 지나친 것 일 테지만…


중견이 처량한 세대로 몰리고 있다

다른 하나는 근자의 환경이 지난 세대에 비해 많이 나아져서 지원과 관심을 받을 기회가 늘어났음에도 그것이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에 집중되어 그 이전 세대 작가들에게는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견의 소리를 듣는 작가는 차치하고 삼, 사십대 작가들만 하더라도 지금만한 여건을 갖지 못했었는데, 이제 좀 나아지니 관심은 아랫세대에 가버린 ‘처량한’ 세대로 여기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젊을’ 때는 패기와 신념으로 버틴다 해도 이 때쯤 되면 그것도 많이 소진해버리고 사는 일이 사방으로 윽박지르는 것을 감당하기 어려운 때일 터이다.


이것은 지난 미술을 잘 갈무리한 위에서 오늘의 미술을 바라보는 일이 미흡한 우리 미술의 오랜 습관과 친척뻘 쯤 되는 현상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으로 이어진다. 길게 보자면, 시간이 지나도 소위 근대 이후 우리 미술을 단단하게 정돈하는 숙제는 그다지 진척이 없는 듯하다. 전시나 미술계의 논의로 느낄 수 있는 관심도 오히려 이전만도 못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이제는 숙제가 끝난 것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루한 것 밀쳐놔 버리고 새것 즐기는 것이 나은 일이기 때문일까… 그래도 미술관이든 기관이든 ‘권위’든지, 여건이든지, 혹은 능력 같은걸 가진 곳일수록 여기에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의무도 있는 것이 아닐까. 젊고 좋은 작가에 주목하더라도 그 여정을 내내 지켜볼 수 있어야 종내는 우리 미술을 든든히 하는 일의 하나 되는 것은 물론일 터이다. 그래야 미술판에 발 걸치고 산 일에 나중에라도 덜 흉잡힐 노릇 한 건더기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허망한 입놀림이나 하는 혼미한 나의 찰나 같은 의ㆍ식ㆍ회ㆍ복…?



- 박정구(1961- ) 홍익대 미술사학 석사. 금호미술관 큐레이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역임.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