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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의 빗나간 궤적

이경모

2004년도부터 시작한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는 ‘2006 pre-국제인천여성비엔날레’로 이어졌고 2007년과 2009년, 그리고 2011년의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로 행사가 진행되면서 인천지역은 물론 국내외 미술계에 큰 관심을 끌어왔다. 그러나 여러 가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등 인천의 여러 전시장에서 격년제로 열렸던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는 미미한 기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사실 해를 거듭할수록 이 행사는 여러 부분에서 이전과는 다른 진전된 양상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인천 외부의 평가도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한 미술평론가는 “인천이 내놓은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는 향후 인천이 지향해 나갈 문화예술의 브랜드 창출과 관련하여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성성을 전면에 내건 여성비엔날레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가치가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모든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예술이 남성주의 또는 가부장적 제도 아래서 전개되어 왔으며, 또 현재 사정이 다소 호전돼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여성이 사회 모든 부분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이 예술행사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며 틈새로서의 ‘여성성’ 또는 여성주의 미술의 가치에 주목한다. 또 주최 측에서도 행사 때마다 고무적인 자체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치러진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는 적지 않은 논란거리를 남겼다. 쉽게 보기 힘든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인문적 시각으로 주제를 정하고 이에 접근하고자 하는 태도는 나름의 공감을 획득하면서 순항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첫 번째 행사부터 지역미술인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출발한데다가 기획의 전문성이나 치밀함이 부족하여 횟수를 거듭할수록 이 행사는 칭찬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지역의 한 화가는 여성비엔날레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논의 과정이 생략됨으로써 사업의 적정성, 전문성, 객관성 등의 문제점이 야기되었다고 비판하고 모호한 주제의식과 전시의 수준을 문제 삼은 바 있고, 지역미술계 역시 수미일관하게 이 행사의 문제점을 비판함으로써 이 행사가 종지부를 찍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의 부활을 기대

아울러 여성(성) 또는 페미니즘을 모토로 추진하는 여성비엔날레가 남성의 대립각으로서의 ‘여성’ 그리고 ‘국제’나 ‘비엔날레’와 같은 가부장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이 행사의 숙명적 모순이기도 했다. 화해의 담론보다는 여전히 대립의 시각에서, 여성성보다는 가부장적 시각의 극복에서 여성미술과 페미니즘을 구명하였던 것이다. 포스트모던 담론 하에서 우리가 논의했듯이 여성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주류미술 속에 편입되는 문제보다는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 자체의 무력화가 선행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볼 때 페미니즘 논리는 이론화, 고착화된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생성, 변화, 순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유기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담론이다. 다시 말하면 여성성 자체를 하나의 억압 이데올로기로 보고 이에 저항한 후 여성의 생물학적 조건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여성 특유의 본질적 속성을 부각시키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그 어떤 대립적 구분과 배제 방식도 버리고 완전한 조화와 화해를 꿈꾸는 것이 페미니즘의 속성이다.


그런 점에서 생산적 가치이자 해방의 외침이고 끝날 수 없는 논의인 이 담론은 무궁무진한 예술적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를 예술적 생성논리로 변화시켜 인천여성비엔날레에 적용하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적인 논의를 통한 문제점의 최소화, 더 투명하고 공정한 행사의 운영, 그리고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문을 열고 다가서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제의 설정과 이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문화, 역사 등 인간적 삶의 전 영역에서 여성주의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가치를 찾아내고자 하는 인문정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전제된 ‘인천국제여성미술비엔날레’의 부활을 기대해본다 



이경모(1963- )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사. 인천대 미술학과 겸임교수, 월간 미술세계 편집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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