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23)비평과 창작 사이

김용민

비평은 작품의 가치를 비판하는 활동으로 작가에게 있어서는 그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감상자에게 있어서는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언어화하는 작업이다. 최근 들어 나는 이러한 비평의 정의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지금의 미술에 있어서 비평은 무엇인지 그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지. 종종 비평 글이 도록의 좋은 장식으로 보일 때가 있다. 왠지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고상한 것 같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성심성의것 글을 쓴 글쓴이와 소위 ‘글을 받았다’는 표현으로 감격해 하는 작가를 비꼬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다. 어떻게 보면 모두들 한국미술의 짧은 근·현대화 속에서 아등바등 거리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 애틋하지 않은가. 나는 4년 동안 무작정 작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었고, 2년 정도 안성에서 작가들의 작업실을 탐방하는 프로젝트에 참여 했으며, 실시간 포트폴리오를 들고 오는 작가들을 맞아들이며 작업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렇게 작가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고 겸손한 감정을 갖게 되었다.


작업은 작가의 삶이다. 내가 무엇이기에 오랫동안 해온 작업을 몇 번 보고 이런저런 선입관으로 그 작업들을 단언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작품에 대하여 같이 얘기를 나누고 시선이 읽어가는 대로 글을 쓸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작가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다. 이는 작품에 대한 찬양이 아니라 작업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말이다. 나는 같은 세대의 작가들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미술로 건전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며 미술로 순수하게 서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5년이 지나면 대학원에서 졸업한 미술인들 중 많은 수가 작업을 그만두거나 인테리어, 액세서리 판매와 같은 일로 전업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가타부타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10, 20년이 지났을 때 미술현장에서 비평가와 작가, 기획자가 미술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 어찌 벅차지 않은 일인가. 미술로 같이 늙어가고 한 세대를 더불어 만들어가는 일. 이렇게 젊은비평가는 냉철한 눈과 뜨거운 심장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작가를 보는 비평가의 두 가지 시선 

비평가가 작가를 바라볼 때 크게 두 가지 관점을 떠오르게 한다. 하나는 ‘작가의 눈’, 다른 하나는 ‘비평가의 눈’이다. ‘비평가의 눈’은 작품을 이해하고 설명하고자 하는 접근방식이라 할 수 있으며 ‘작가의 눈’은 작품A를 통하여 작품A를 생산해 내는 작업이라 할 것이다. 이말은 비평가가 비평가이면서 동시에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며 그 글은 (문학)작품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각)비평은 예술철학과 예술현장에 걸쳐있는 박쥐와도 같다. 그것이 비평의 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한다면 절름발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비평가 역시 작가다워야 한다. 비평가와 작가는 작업을 한다는데서 서로 만난다. 마치 프로젝트와 같다. 작가는 작업으로 비평가는 글쓰기로 하나의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렇듯 비평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목이다. 안목, 이 볼 줄 아는 힘 역시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작품을 전제로 했을 때, 작가가 말하고 싶어했던 부분을 말로 끌어내는 일이다. 두번째는 작가가 몰랐던 부분을 논리화 하는 일이다. 특히, 내가 만난 대부분의 작가들은 이 두 번째 대목에서 목말라 했는데, 글이 거칠고 문장이 어법에 잘 맞지 않더라도 동일한 미적 태도로서 작품에 적확한 내용의 글로 인정해 준 사실이다. 즉, 비평을 하기 위해서는 비평되어야 한다. 자신을 향해 쏜 화살을 피하지 않고 한 손으로 받아냈을 때 비로소 활을 쏠 수 있다. 왜냐하면 비평가에겐 화살이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말이 매우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참이다. 비평가는 좋은 작가와 작품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하며 그 작업을 통하여 자신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


최근 갤러리로 포트폴리오를 들고 오는 작가들을 보면 반갑기 그지없다. 작업의 질도 질이지만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고 설명하고자 하는 모습이 좋다. 그 시간만큼은 내가 사랑하는 불멸의 화가 고흐전을 감상하는 것보다 더 값지다. 작가와 함께 작업에 대하여 토로할 때면 서로 심장이 떨리고 말 한마디 한마다에 전기가 오는 것을 동감하게 된다. 나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긍정한다. 어떤 작가들은 손기술에 능하며 공예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 또 어떤 작가들은 논리적이며 완벽한 내러티브를 재현하거나 개념화 할 줄 안다. 이는 큰 장점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그 수고와 고생에 악수하고 어깨를 두드리거나, 작품에 머쓱히 돼 매뉴얼 한 권을 습득하는 일보다는 고유하고 독특한 작가 자신의 얘기를 듣고 싶다.



김용민(- ) 홍익대 미학 석사. 갤러리쿤스트독 큐레이터.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