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25)젊은 작가를 향한 잔소리

김정락

얼마 전 예술의전당에서 ‘블루 닷 컴’이라는 전시가 있었다. 이 국제적인 전시를 평가할 능력은 없지만, 주관적인 소감만은 피력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소위 뜨는 젊은 작가들이 이제 거대해진 미술시장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것 같은 비전을 주는 것 같았다. 다양한 주제와 형식들, 현대미술의 최첨단에 있는 그들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은 화려하고 매력적이다. 분명한 것은 그들 중 몇몇은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 것이고, 미술시장을 달아오르게 할 것이다. 그리고 미술수요자들은 새로운 투자처와 대상을 만난 기대에 들떠 있다. 여기에 더해, 베이징이 현대미술의 가장 중요한 도시가 되었다는 느낌이 강력하다. 서울이나 도쿄는 변방으로 밀려난 듯하다. 이제 파리나 뉴욕을 넘어서는 일도 시간문제인 것 같다. 이와 같은 추세에, 가장 부정적인 측면에서, 위험에 노출된 나라는? 바로 한국이며, 여기에 있는 대다수의 젊은 작가들이다. 현상적으로 보다 좋은 미술환경에 있다는 것으로 결코 위로 받을 수 없는 이 작가들에게 약간 쓴 소리를 하려고 이 기회를 사용하고자 한다. 나도 내가 싫다.


한국에서도 대학을 갓 졸업한 혹은 대학원을 마친 젊은 작가들이 갖가지 기획전과 공모전 그리고 창작프로그램과 옥션을 통해 스타처럼 등장한다. 물론 언론플레이와 화랑들의 적극적인 홍보에 힘입고, 거기다 비평가들까지 가세해서 그들을 그렇게 추켜 올린다. 대부분 이들의 작품들은 센세이션을 불러온다. 아니 그 작품들이 그렇다. 그런데 이런 날 것보다 더한 센세이션이 나에게 그다지 호소력이나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아니 그 작품들 대부분은 겨우 몇 분 만에 식상해진다. 그러니까 작품을 보고 놀라고 진정되기까지 그리고 잊어버리기까지 겨우 전시장을 나올 시간밖에 걸리지않았다는 이야기다. 내가 찾은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물론 이것은 나만의 주관적인 평가일 수도 있다. 즉 그들의 작품이 가지는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읽혀지는 경솔함과 가벼움이다. 물론 그들의 경력과 연륜에 비하면 타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염두에 둔 것임에도 그렇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화려한 수사학에 비하면 그 메시지가 빈곤하고, 너무나 개인화된 감각주의는 대중잡지의 화보에 비해서도 함량미달인 경우가 많다. 또한 어딘가에서 본 듯한 식상함도 한 몫을 한다. 나의 이런 판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독일에서 돌아온 후 5년 간의 감상이 줄곧 그렇다. 만약 미술에서의 센세이션이 있었다라고 한다면, 독자들에게는 우습겠지만, 20년 전 안창홍이나 박불똥이 내게 보여주었던 그 ‘충격적인(sensational)’작품들이었다. 그 인상은 그들이 당시에 지녔던 비판적 발언을 받쳐 주었던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것은 요즘 젊은 작가들에게서 보기 힘든 구체적이고 진지한 비판이었고, 그 정신이었다.


젊은작가 자기관리가 중요하다

내가 너무나 구세대의 정치적인 발언을 재방송하고 있다고 지적한다면, 나의 대답은 이렇다. 미술은 작가 자신을 포함한 사회의 진지한 발언이며, 고민의 흔적이고, 자성의 울림이다. 그렇기에 예술의 감정은 순수하게 사람들의 정서에 다가가서 감동으로 전이되는 것이다. 비록 신랄한 욕설을 담은 작품이라도 그것을 통해 카타르시스와 각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형식에 대한 고민과 실험을 축적하여 미술의 본질을 밑바닥까지 캐는 집요함으로 다른 의미의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가 정말로 각 개인과 한국의 미술을 발전시키는 동기가 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대략 10년 전 나는 장샤오강의 작품을 바젤에서 처음 보았다. 그때 그의 작품은 유치하기 그지없었다. 지금에 그는 무섭도록 발전 된 모습으로 한국의 미술시장에서 주인공처럼 돌아다닌다. 그의 인기는 물론 국제적인 미술시장과 영합된 상업주의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 발전의 근원에는 아무리 비난한다 해도 부정할 수 없는, 과거의 유치함 속에 들어있었던 장샤오강의 진지한 태도였다고 생각된다.


호황을 맛본 미술시장에 이제 발을 디딜 젊은 작가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관리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 진정한 자기관리인지 그리고 어떤 태도로 세상을 보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 할 것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들뜬 환경에 쉽사리 그리고 너무나 순진하게 어울리지 말고, 적어도 한번쯤 진정으로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길 바란다. 한때 ‘잘나갔던’기획자 신정아가 말했던 것처럼.......who are You?



김정락(1965- ) 독일 프라이브르크대 미술사 박사.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 역임. 현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