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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인사동, 진짜와 가짜

조운조

지난 12월호 서울아트가이드 전시안내면을 보면 서울 인사동에 75개 갤러리 315개 전시가 있다고 소개된다. 지면에 안 나온 상설화랑과 공예갤러리 등 기타 화랑까지 합하면 인사동 화랑이 180여 개에 이른다. 여기서 늘 전시가 이뤄지고 수많은 미술인들이 찾기에 인사동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미술중심지라 아니 할 수 없다. 액자집과 재료상, 화실, 골동품점 등 연관 장소까지 합하면 미술품 전시와 거래에 관한 지역 집중도가 인사동만큼 높은 곳은 외국에도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인사동에 오는 관광객 수도 엄청나다. 평일엔 2만에서 5만 명, 주말엔 6만에서 10만 명까지 인사동 일대를 찾는다. 이 사람들 중 상당수가 외국 관광객이다. 어떤 날은 외국인이 더 많아 보인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에서 오는 관광객이 많다. 그런데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왜 이렇게 많이 인사동을 방문할까? 인사동에 가면 한국적인 문화와 예술에 관한 볼거리가 많다고 소문났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특색 있는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상점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인사동 갤러리로 들어와 3년을 보낸 필자가 보기에 ‘인사동은 위기’처럼 보인다. 예술은 사라지고 장사만 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인사동다움은 사라지고 나날이 늘어나는 관광객 숫자도 조만간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인사동 풍경


왜냐하면 인사동엔 가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인사동 중심 길에 늘어선 상점에서 파는 기념품 대부분은 중국산이고, 길거리 골동품들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문화재를 흉내낸 모조품들이다. 1년 내내 인사동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지팡이 아이스크림과 호떡이다.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할 것 없이 모두 아이스크림이나 호떡을 입에 달고 다닌다. 물론 호떡도 좋고, 먹거리 문화도 중요하지만 갤러리 상호를 붙여 놓고 거리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생겨날 정도이니…. 갤러리 간판 밑에서 양말, 장갑, 패션잡화를 파는 곳도 여러 곳이다. 불경기에 미술품 거래는 안되고, 문화지구 업종규제가 있다 보니 이런 식으로 탈법 운영한다. 이렇다면 인사동에서 전통도 문화도 미술도 머지않아 모두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과연 아이스크림이나 호떡, 장갑 등을 팔아 관광수지에는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돈 버는 쪽으로 쏠리는 자본의 강력한 속성에 인사동 일대를 방치한다면 갤러리가 먼저 밀려날 것이고, 고미술이나 서화, 도자기 등을 취급하는 전통 화랑들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인사동에 가면 싸구려 중국산 물건이나 간식거리가 판치는 것을 목격한 관광객들은 다시 방문할 매력도 못 느끼고 주변에 입소문도 안낼 것이다. 외국관광객은 줄어들 것이고 나중에는 지속적인 자본의 힘에 의해 건축 규제가 풀리면서 호텔이나 오피스 빌딩들이 들어설 수도 있는 것이다.


인사동보존회 윤용철(윤갤러리 대표)회장은 “정부 차원에서 인사동의 가치를 확실히 인식해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 진짜 문화와 예술을 지원하고 가짜들을 퇴출시키면 된다.”고 핵심을 제시한다. 즉, 인사동을 유명하게 만든 전통예술과 현대미술의 전시와 판매에 관한 지원을 대폭 늘리고, 국적불명 상품과 변칙 영업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력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동은 종로구청에서 지원과 관리를 담당한다. 예산과 행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나 국가차원에서 지원해야 퇴보적 현상이 멈출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산 2% 달성을 공약하고, 국회는 최근 문화기본법까지 통과시킨 마당에 전통예술과 현대미술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인사동을 변질시킨다면 문화융성을 말할 자격도 없다. 3,000억이나 된다는 관광진흥기금일부를 ‘인사동 제 모습 찾기와 보존하기’에 투입해 100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예술의 거리 인사동이 되어야만 세계인이 찾는 곳으로 남게 된다. 다행이 인사동길 양쪽 입구(D빌딩 자리와 D빌딩 지하)에 미술컨벤션센타와 예술체험센터 등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몇몇갤러리도 신규 오픈해 희망적인 점도 있다. 3,300여 m²(1,000평) 정도로 설계된 미술컨벤션센타가 차질 없이 완공돼 인사동에서 아트페어도 하고 미술전시도 더욱 활발해지기를 소망한다.



조운조(1961- ) 홍익대 예술학과 석사과정. 중앙일보 출판국 및 월간미술 기자, 광주비엔날레 전시부 팀장 역임. 현 리서울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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