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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어쨌든, ‘미술’책을 내(고 싶)다!

류동현

땡스북스 서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다양한 미술책을 팔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1.얼마 전 모 미술전문지에 흥미로운(그러면서 안타까운) 기사가 실렸다. ‘필요하지만, 아직 번역이 되지 않은’ 미술책에 대한 기사였다. 
#2. “서점 미술 서적 코너에서 요즘 집어들 책이 거의 없어요.” 어느 자리에서 작가와 얘기하면서 들은 말이다. 특히 미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읽을만한 책이 없다는 불평이었다.

앞의 두 예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미술이론 전문서의 부족 현상이다. 요즘같이 출판계 불황이 심한 상황에서 이른바 ‘말랑말랑’한 미술책이 아닌 미술이론서의 경우 출간하기가 힘들다. 메이저 출판사도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 출판사는 더욱 힘들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물론 ‘말랑말랑’한 미술책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넓어져야 한다는 생각이기에 파이를 크게 키우려는 이러한 노력은 매우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중서와 전문서가 좀더 대등한 비율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데 있다. 대중성과 전문성의 조화, 즉 대중서로 독자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면, 이에 대한 심화학습이 필요하다. 특히 컨템포러리(당대) 미술에 대한 조망과 전망, 연구에 필요한 저작물이 많이 나와야, 우리 미술의 발전에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한국미술정보센터 내부. 다양한 미술책이 출간되어야 한다.

출판은 물론 영리활동이다.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미술이론 서적과 번역서가 출간되지 않는다고 출판사를 비난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무턱대고 미술책 출간에 대해 무제한적인 지원을 바랄 수도 없다. 그러나 책이라는 것이 단순히 경제 논리로만 이야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가 크기에, 효율적인 미술이론서 지원 등 좋은 미술책 출간의 활성화를 위한 좀더 예리한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물론 현재도 미술비평, 이론서에 대한 지원은 존재한다. 이 지원을 받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필자는 다행히 이번에 문화예술위원회의 시각예술비평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두 큐레이터가 쓴 젊은 미술가들 16명의 작업세계를 촘촘하게(말 그대로!)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이었다. 이 책 또한 ‘팔릴 만한’ 책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활발히 우리 미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과 전시와 작업세계까지 세세하게 살펴본 이 책은 우리 미술계의 베이스를 탄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리라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된다.

『톡톡! 미술가에 말걸기』 출간 기념 세미나.

출간 기념으로 연 세미나에도 많은 미술관계자와 학생들이 참석해 이러한 미술책의 출간과 행사가 미술계에 필요한 활동임을 목도할 수 있었다. 앞에도 언급했지만, 이러한 지원을 ‘따는’ 것이 쉽지 않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국내 미술이론서의 출간에 좀더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기획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원을 좀더 광범위하게 한다면, 생각할 부분이 바로 미술책의 도판 문제다. 앞에서 언급한 현대미술에 관한 이론, 번역서의 경우, 번역 계약건도 문제지만, 책에 들어가는 도판의 저작권 비용도 만만찮다. 텍스트로 이루어진 이론서는 상관없겠지만, 기본적으로 미술책은 시각적으로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이미지 도판들이 책의 일부분을 이룬다. 과거 출판사에 있을 때 동시대 미술책을 기획하면서 이 도판 저작권 문제가 골칫거리였다. 최소한 도판 저작권 이용에서 광범위하고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미술 출판의 외연이 더욱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당연히’ 우리 미술의 파이가 더 커지고 미술계의 발전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고 말이다.


- 류동현(1973- )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10여 년간『월간미술』 기자로 재직.『런던-기억』,『서울 미술산책 가이드』(공저),『한국의 근대건축』(공저) 등. ‘Sculpture spoken here’과 ‘Retro’ 공동 기획. 현재 미술저널리스트 겸 페도라 프레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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