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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간송미술관의 행보

이진명

DDP, 간송문화 1부 전시전경


간송미술관이 앞으로 갈 행보를 밝히는 것보다도 이곳이 어떤 곳인지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여기는 아주 특별한 곳이다. 위창 오세창, 간송 전형필, 혜곡 최순우, 가헌 최완수 등 우리 고미술사에 수를 놓는 인명들이 간송미술관과 밀접한 인연을 맺고 있다. 위창은 19세기 개화기부터 6·25 전쟁 때까지 활동하셨던 대문호이자 국학자, 한국 최고의 감식안의 소유자였다. 간송은 1906년에 태어나서 1962년에 서거했을 때까지 전 재산을 바쳐 우리문화유산을 지킨 특별한 사람이었다. 혜곡은 개성삼걸(황수영, 진홍섭)로 칭해지면서 우리나라 고미술의 연구방향을 결정한 인물이었다. 위창과 간송이 확실한 안목으로 나라의 문화를 지킨 수호자였다면, 혜곡의 세대는 우리문화로부터 아름다움을 찾고자 했던 순례자였다. 그 다음 세대 가헌은 또 어떤 인물인가? 최완수는 위 두 세대의 인물들이 수집했던 문화재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분이다. 숙종부터 순조까지의 125년간의 조선 황금기를 진경문화라는 패러다임으로 설명한 장본인이다. 이분의 제자들은 정병삼, 강관식, 방병선, 백인산, 오세현, 탁현규 등으로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제는 명물이 된 봄가을의 두 번 전시의 전시장은 조선 왕후가 제사를 지내던 선잠단의 북쪽에 위치한다고 해서 북단장이라 불리던 곳의 터를 구입해서 보화각을 지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우리문화를 안전하게 연구하고 보존하기 위함이었다. 1971년 가을 ‘겸재전’으로부터 시작한 전시도 벌써 80여 회를 상회한다. 40년 동안 연구하면서 축적된 우리나라 고미술에 대한 지식과 감식안은 실로 놀라운 것이다. 문화재를 통해서 각 시대의 의미를 읽어내는 경지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시대를 읽는 눈으로부터 연출한 전시이기 때문에 그 동안 특별한 감동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 관계자들은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즐기던 특별한 감동을 보다 대중적으로 확산시킬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현재 간송미술관은 새로운 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한류 문화의 세계적 확산은 한국 고유 문화에 대한 적극적 관심으로 이어졌다. 조선시대, 고려시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 각 시대의 문화와 삶에 대한 재해석이 일어났다. 드라마, 영화, 연극, 오페라까지 우리나라의 고사(古史)를 해석해서 연출했다. 이중에서 혜원 신윤복과 단원 김홍도의 활약을 가상적으로 다룬 <바람의 화원>이나 혜원의 미의식을 다룬 <미인도>가 대표적이며,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다룬 거장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은 칸 영화제 감독상까지 받았다.


이러한 여파로 2008년 보화각 설립 70주년 기념전인 ‘조선서화대전’이라는 전시에는 하루에 수천 명이 운집하는 등 총 8만여 명의 관객이 관람했고 2013년 가을 전시인 ‘진경시대화원’이라는 전시는 앞서 말한 인원수를 초과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승기류 속에서 2013년 8월에 간송미술관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공익 재단으로서 고미술 연구에 대한 적극적 후원과 간송 소장품의 연구와 보전, 전시, 컬렉션을 위해 설립되었다. 2014년부터는 이른바 DDP, 즉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에 간송미술관의 전시장을 만들어서 일반 관객의 관심을 드높였다. 이곳에서 간송미술관의 골든 레퍼토리가 된 ‘진경산수’, ‘풍속화’, ‘인물화’, ‘사군자’ 등의 전시회를 구상하고 있다.


이제 고미술을 다루는 프랑스, 일본, 중국 등의 미술관들이 협력적인 교류전시를 제안하기도 한다. 우리미술의 청아한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간송미술관 연구원들이 지속적으로 진행했던 연구실적을 정확하고 유려한 외국어 번역문으로 소개하려는 장기적 목표도 병행해서 구상하고 있다.



- 이진명(1974- ) 홍익대 예술학과, 동 대학원 미학과 졸업. 아트광주13 디렉터, 갤러리 아트사이드 디렉터 역임. 현 대안공간루프 협력큐레이터. 베니스 비엔날레한국관 ‘이용백’(2011), ‘드림소사이어티(2013)’ 등 전시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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