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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국립현대미술관 관장도 없고, 직무대행은 교체 중

하계훈

개관 전부터 무리한 일정 강행으로 화재사고를 일으켜 아까운 인명의 희생을 초래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2013년 개관기념 전시에서 특정 학교 출신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였다는 비난으로 또 다시 미술계의 우려와 비난의 대상이 되었었다. 누가 출품했느냐도 문제가 되겠지만 오래 전부터 예정된 개관전을 내부 학예인력이 감당해내지 못하고 외부인에 의해 기획되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아니 사실은 이 점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십년 넘게 근무한 학예관들 가운데 그 누구도 적임자가 없어서 외부 인력이 개관전시를 기획한 것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우리 미술계의 숙원 사업이었던 서울관이었기에 미술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나쁜 소식은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었다. 개관 준비와 함께 진행된 운영인력 선발 과정에서 관장이 자신의 제자를 합격시키기 위하여 평가 점수를 조작하였다는 의혹을 받고 검찰에 고발되면서 2개월 업무정지 조치를 당한 것이다. 사실상 해임과 같은 이러한 조치의 후속으로 이제 새로운 관장이 선임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건으로 두 달쯤 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은 관장이 부재한 가운데 기획운영단장이 직무대행을 해왔는데, 이달 초에는 다시 이 기획운영단장도 임기를 다해서 새로운 단장을 임명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정리하자면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시점에 국립현대미술관은 관장이 부재한 가운데 직무대행자인 기획운영단장(일반직 고위공무원 나등급, 원서접수 1.13-19)이 교체되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남궁선

새로운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현재 미술관 내외부와 미술계, 그리고 언론의 초미의 관심은 누가 새 관장이 되는가인 것 같다. 일부 일간지 기자들은 구체적인 인물을 거론하며 추측성 보도를 내놓기도 하는데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나 행정안전부에서 관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누구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물론 어떤 사람이 관장직을 맡는가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보아야하는 것은 관장의 부재나 심지어 관장 직무대행자의 부재를 예측할 수 있으면서도 미리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부의 미술관에 대한 인식이 더 심각하게 성토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미술관을 지향한다는 선언과 달리 미술관의 운영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3류에도 못 미치는 것 같다. 도대체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관장이 이러한 불미스런 일로 파면성 해임을 당하는 곳이 어디 있으며, 정부가 이러한 관장의 부재를 이처럼 방치하는 미술관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직무대행자마저 임기가 다해가는 것을 미리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미술관 운영을 방치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도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외국의 대형미술관들은 관장의 교체를 몇 달 전부터 예고하여 신구 관장의 업무가 부드럽게 인계인수되게 한다. 그런데 우리 국립현대미술관의 관장은 지금부터 적임자를 선발한다 하더라도 두 달 정도의 공백 기간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신임 직무대행자도 업무 숙지를 하면서 관장의 역할을 대행하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사실 관장의 부재 기간에 행정 분야의 선임자인 기확운영단장이 학예실장을 제치고 직무대행을 하는 것도 제대로 된 미술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이것은 미술관 학예업무의 중요성을 별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근본적으로 정부가 미술관 운영을 전문성에 입각한 학예인력 중심으로 파악하기보다는 단순히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두달쯤 관장이 부재해도 행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제 새로운 관장이 누가 되더라도 다시 그러한 행정 중심의 틀 안에서 미술관이 운영되면서 종종 외부의 전문성에 의존하고, 관료적 행정에 휘둘리는 후진적인 미술관 운영의 행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지적과 건의는 이제까지 수없이 반복되었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 국립현대미술관의 발전도 없었다.


- 하계훈(1958- ) 고려대 영문과,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 런던 시티대학교 미술관 경영학 석사 및 박사과정 수료. 국립현대미술관자문위원,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지혜를 어디서 구할 것인가』(루비박스, 2008)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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