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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008년 미술계, 비관적으로 우울한 풍경

박영택

악재란 악재는 죄다 터졌던 작년 말과 올 한해 미술계는 급속한 경기침체와 양도 소득세 문제까지 겹쳐 거의 ‘그로기(groggy)’ 상태다. 연초에 숭례문이 홀라당 다 타버리고 난 후 삼성 비자금의혹, 박수근 위작 파문사건이 줄을 이어 일어났고 곧 이어 국립미술관수장과 문예진흥원장의 사퇴 등 현 이명박정권과 코드가 맞지않는 임기제 기관장 숙청이 감행됐다. 노무현 정부들어 임명된 상당수 인사들에게 코드 인사라며 그토록 칼날을 세우고 흠집을 내는데 정신이 없던 이들이 자신들의 코드에 맞는 이들을 앉히고자 혈안이 된 꼴을 보고 있다. 그러나 미술계는 그 어느것 하나 해결 능력도 없고 해결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사실 미술계 내부문제로 인해 불거진 것들이지만 말이다. 나는 이 미술계가 좀 더 가라앉고 완전히 썩어서 문드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턱없이 오른 작품가격도 확 내려가고 과평가되었던 작가들은 정리되고 진정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작업을 해온 작가들이 제대로 조명 받아야한다. 젊은작가들은 그런 작가, 작업을 모범삼아 그 지점으로육박해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그 것이 문화다. 문화는 가치를 다투는 것이고 질의 문제이다. 제대로된 감각과 인식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구별되어야 한다


미술에 대한 날카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기무사터에 미술관을 새로 지어야 되는게 능사가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이 미술관다운 기능을 제대로 해내는 게 더욱 중요하다. 다양한 미술문화지원제도에 심의나 운영 혹은 추천위원 등 으로 참여하고 있는 작가들이나 전문가들 역시 투명하게 임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여전히 학연과 지인,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있음을 본다. 화랑들은 당연히 시장에서 돈 되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있고 몸집 불리기에 관심이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이해가 간다. 작가들의 작품은 속된 말로 이용되는 소모품에 불과하다. 작가들 역시 그런 장단에 들떠서 그저 작품파는데만관심이 있을 뿐이다. 어떻게 시장에 자신을 알리며 프로모션하고 마케팅 해야하는지, 어떤작품을 그리고 만들어야하는지, 어느 줄을대야 잘 풀리는지, 어떤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나 후원제도를 이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보와 통로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 혜택을 받는 작가들만 반복해서 이용하고 그 작가들이 은연 중 권력적이 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도 든다. 대안공간이나 레지던스가 마치 중요작가의 잣대나 기준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의문이다. 자기가 좋아서 작품을 하고 자기 것을 찾고 고심해야 하는 데 오늘날 작품한다는 것은 죄다 남을 위해서, 남에게 잘 보이기위해서만 해댄다. 진지함은 사라지고 표피적인 감각과 알량한 손재주, 그것도 그저 무모한 손의 노동을 앞세우거나 기발해보이는 재료의 연출과 선정적인 효과주의, 공들여 만드는 인테리어수준에서 맴돌거나 전통을 차용(중국 현대작가들의 것을 인용하는 경우가 대부분)하고 희화화 시키면서 그 것이 마치 의미있는 전통의 재해석이나 계승인 것처럼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의아하다. 아울러 그런 선생이나 선배의 작품을 약간씩 변주해 선보이는 제자나 후배들의 작품을 보면 서글프다. 미술에 대한 고민과 그 것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묻고 동시에 그 지성적인 질문을 그 만의 감각과 감성으로 날카롭게 구현해내는 일이 미술이라는 사실은 망각된다.


2008년 좋은 전시 

올 한 해 이런저런 전시를 보고 다녔지만 젊은 작가들의 작업이지나치게 남을 의식해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 너무나 유사하게 최근 유행하는 작업들을 공들여 답습하고 있다는 점, 똑같은 개념과 문제의식을 갑주처럼 두르고 있는데 그 개념, 주제가 도대체 자기가 사유한 것인지 남이 그렇게 사유하니까 같이 따라 하는지, 그런 사유는 해야, 하는 척해야 오늘날 작가/작업이라고 말해질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인지도 무지 구분이 안간다. 이런 푸념을 뒤로 하면 그래도 올 한 해 미술계는 시각적으로는 어느 해 못지않게 풍요로웠던 것이 사실이다. 각종 비엔날레와 대규모 전시가 줄을 이어 눈이 호사했으며 안젤름 키퍼와 척 클로즈, 빌 비올라, 아네트 메사제, '20세기 라틴아메리리카 거장전' 같은 외국전시도 좋았다. 회에는 김형관, 이상남, 송현숙, 변용국, 최병소, 이세현, 조동완 조해준 부자, 유봉상, 정영숙 등이 눈에 들었다. 김나리의 도조, 김홍주와 정광호 2인전을 위시해 신하순, 김현철의 동양화와 영상작업의 박준범, 박찬경, 그리고 박현기 유작전이 손에 꼽힌다. 감수강과 김옥선, 오형근의 사진전시도 그렇다. 미처 언급하지 못한 많은 전시들을 어떻게 다 호명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비관적으로 우울한 미술계 풍경이지만 좋은 전시는 거품 속의 비수처럼 항상 번뜩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박영택(1963- ) 성균관대 석사. 마니프 미술평론상(1995) 수상. 아트포스트 기자, 금호미술관 큐레이터 역임. 현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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