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06)아트페어 전성시대! 제대로 누리고 활용하고 있나?

김윤섭

좌) 2015 서울리빙디자인페어, 2015.4.1 - 4.5, 서울, 삼성코엑스
우) 2014 화랑미술제, 2014.3.6 - 3.9, 서울, 삼성코엑스

2000년대 이후 경매와 아트페어는 미술시장의 쌍두마차로 여겨진다. 화랑 중심의 전통적인 시장 구조에 비해, 그만큼 수요자의 비중이 커진 것이다. 경매가 특정 계층만을 상대한다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아트페어야말로 미술시장의 꽃이라 할 만하다. 전세계 미술시장에서도 아트페어의 활약은 눈부시다. 국제적인 입지를 다진 몇몇 아트페어는 미술시장의 리더를 자처할 정도이다. 유명 아트페어에 맞춰 아트투어 전용 여행상품도 생겼다는 건 이제 옛말이 됐다. 지난 3월에 열린 아트바젤홍콩 기간에 홍콩을 찾은 한국 여행객이 최소 1,000여 명이 넘었다는 얘기도 있다. 수십 명에서 소수까지 전문 아트투어 팀을 꾸린 예도 10여 곳이 넘었다. 불과 4-5일 만에 단지 미술만을 중심 테마로 움직인 것이며, 미술 종사자 혹은 미술애호가라는 특정 계층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아트바젤처럼 브랜드 파워가 보장된 아트페어일 경우 미술시장에선 확실히 ‘절대 갑’이다. 제 아무리 콧대 높은 굴지의 경매사라도 이런 아트페어 시즌에 맞춰 경매일정을 조절할 정도이다. 사실 홍콩의 아트페어는 우리나라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보다 역사가 짧다. 10여 년 전만해도 KIAF는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로서 각광받았다. 10년 만에 강산이 바뀌었다. 이젠 홍콩과 서울의 미술시장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색해졌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에도 아트페어는 적지 않다. 전국에 군소 아트페어를 합치면 20여 개는 족히 넘는다. 그런데 과연 아트페어들은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안타깝지만 성적은 낙제점이란 지적이 우세하다. 각각 아트페어별로 내세울 만한 특색이 없다. 어딜가나 똑같은 작가와 작품 일색이다. 물론 아트페어니 ‘장사가 될 만한’ 작가와 작품을 가지고 나오는 것을 말릴 수는 없다. 하지만 아트페어는 분명 수요자 중심의 장이다. 화랑이 단골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 충실하다면, 아트페어에선 잠재고객 개발에 보다 최선을 다해야 1차 시장인 화랑까지 더불어 살 수 있다. 아쉽게도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일부 화랑에선 부스를 몇 미터 단위로 판매한다는 말도 들린다. 이런 불투명하고 소극적인 자세로는 발전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부푼 기대감으로 아트페어 장을 찾는 대부분의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선 무엇을 개선하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우선 수요자의 욕구를 잘 파악하자. 아트페어 장을 찾는 모든 관람객이 구매자는 아니다. 시장의 트렌드를 살피고, 차기에 자신의 기호에 맞는 작가를 물색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나 동호회의 문화 여가를 즐기려는 예도 있다. 얼마 전 같은 장소인 코엑스에서 화랑미술제와 리빙디자인페어가 연이어 열렸다. 분위기는 너무 달랐다. 출품된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페어를 대하는 관객의 모습이 인상이 남달랐다. 아직도 미술은 너무 ‘불필요하게’ 무겁다. 미술이 생활이 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낯설게 한다. 보고 쉬고 즐기고 힐링하는 일거다득의 묘수가 필요하다. 그래서 아트페어도 기획자의 협력이 필요하다. 단지 일정 크기의 부스를 판매하고, 판매된 공간은 어찌 채우든 무신경한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화랑이 나무라면, 아트페어는 숲이다. 전체 숲의 정경이나 인상이 좋아야 나무도 좋아 보이기 마련. 

아트바젤홍콩이 비엔날레 못지않게 별도의 기획전에 신경 쓰는 이유를 주목하자. 우리 아트페어도 작가와 더불어 유능한 전시기획자를 발굴 육성하는 장으로도 활용하자. 기획자의 성공 이면엔 보이지 않는 부대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복되는 작가와 작품을 최소화하고, 다양성을 추구하자. 아트페어 전체를 생각하면,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까지 고려한 ‘변별력과 개별성을 지닌 아트페어’를 지향하자. 미술의 주변 요소와의 적극적인 콜라보에 나서야겠다. 단지 작품이미지를 활용한 아트상품 개발 수준이 아니라, 기업이나 기관 등과의 매칭프로그램도 병행하면 어떨까. 더 이상 수요자는 앉아서 기다리지 않는다. 자신을 충족시킬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면, 시간이나 거리 등 다소 불편함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미술은 원래 그렇다는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소통하고 교감하는 진정한 미술 소비시대가 열릴 것이다. 아트페어의 중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 김윤섭(1969- ) 명지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 수료. 월간『미술세계』편집장, 월간『아트프라이스』편집이사 역임.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전문위원, 국립현대미술관 및 서울시립미술관 작품가격 심의위원.『그림좋다-한국 현대미술의 젊은 트렌드를 읽는 25가지 키워드』한국미술경영연구소(2008), 현재 동국대 평생교육원 주임교수.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