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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88만원 세대와 새로운 예술 공간의 자생, 상생을 위하여

문두성

5-6년 전 대학생활을 마쳐가던 이십대 중반의 나는 꽤나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아직 여름옷을 꺼내 입기도 전인데 ‘내년 취업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라는 뉴스가 여기저기 들려왔고, 스펙전쟁이다 뭐다 하면서 친구들은 이미 동아리방과 학교 앞 술집을 떠난 지 오래였다. 나 역시 위기를 느끼고 그 달리기에 동참하였지만, 철학 전공에다가 변변찮은 자격증 몇 개, 외국어점수 몇 점 가지고는 어디 회사에 면접 보러 갈 기회도 별로 없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니 어느새 머리에는 학사모가 씌워져 있었고, 졸업식 파티에서 가져온 숙취만이 남아있었다.

졸업 후 취업준비생 생활은 의외로 길지 않았다. ‘위기에 놓인 사회초년생의 두려움’은 단 3주 만에 스스로를 번듯한 직장인으로 만들어주었다. 대신 내가 그동안 중요하게 여겼던 생각들을 스스로 매장해버려야만 했다. 돈을 버는 행위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그 수준이나 적성 같은 건 서서히 뒷전으로 밀어냈다. 그동안 겪었던 이 모든 일들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고, 다들 그렇게 눈을 낮추며 취업한다는 이야기를 서로 해대며 술잔이나 기울이곤 했다. 그때쯤 ‘88만원 세대’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던 것 같다. 그 후 사직서를 내고 대학원을 졸업한 후 어렵게 들어온 미술계에도 그 분위기는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적성에는 맞는 분야이니 거기에 맞게 만족하며 현재까지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피할 수 없는 모순과 충돌 안에서 때때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많은 예술인이 스스로 연명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양보하거나 포기하곤 한다는 이야기는 미술계 안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가 되었다. 과연 이것이 신자유주의가 우리에게 평등한 권리로써 준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인 것일까? 현재의 시점에서 88만원 세대 미술인들이 선택한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니, 길에 끝은 있을까? 알다시피 2014년을 기점으로 미술계의 88만원 세대들이 운영하는 예술 공간들이 대거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기성 미술계가 소화하지 못하는 미술을 보여주며 곳곳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데, 이 새로운 공간들은 기성 미술계에 대한 저항 혹은 제도권으로부터의 독립 등을 내세우며 자생하고 있다. 이미 이 모습을 두고 한국 현대미술의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말처럼 그들의 자생과 활동이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필자는 세대론을 언급하면서 갈등의 모습을 구체화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주류를 이끌어 나아가고 있는 기성 미술계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 이 현상을 하나의 새로운 운동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기성 미술계는 아직도 이들의 움직임에 별다른 반응이 없다. 비록 그들이 기존 미술계에 대한 확고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해도 분명 그 움직임들은 타당해 보인다. 그들의 움직임을 두고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말라는 것이다. 청년관 신설이나 신생 공간을 위한 기금 조성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성 미술계는 왜 그들이 그렇게 움직였느냐를 천천히 따져보고 계속 곱씹어 봐야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88만원 세대와 기성 미술계 사이에는 골이 생겨나고 또 깊어지지 않을까 한다. 그들의 움직임을 단순히 도전이나 미미한 현상 정도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계속 그들의 발언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활발한 활동을 주시하며 서로 상생하는 길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에 그 새로운 공간 리스트를 첨부한다.



- 문두성(1984- ) 홍익대 대학원 미학 전공,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공공개발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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