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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덕수궁, 정동 소고

류지연



좌) 임수식, <책가도389>, 2017, 병풍, 보존용 잉크젯 프린트, 210×640cm
우) 강애란, <대한제국의 빛나는 날들>, 2017, 혼합매체, 가변크기

 8월 30일 덕수궁 돌담길 일부가 개방되었다. 약 170m 중 100m 구간의 보행길은 고종과 순종이 주로 이용했고, 이 길을 통해서 러시아 공사관, 경희궁으로 가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이 길은 1958년 이래 영국대사관이 점유하면서 막혔으나 2000년대 초부터 개방하려는 시도 아래 드디어 일부 개방되었다. 이미 많은 인파가 다녀갈 정도로 이 길에 대한 관심이 크다. 덕수궁을 둘러싼 정동에 대한 관심은 일찍이 확인된 바 있다. 매년 5월, 10월에 개최되는 정동야행은 2017년 상반기만 해도 15만 명이 다녀갔고 이제는 서울시를 대표하는 역사문화 탐방축제이자 관광상품으로 손꼽힌다. 이번 10월에는 5일부터 8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2012년 개최된 ‘덕수궁 프로젝트’는 전통궁궐에 현대미술 작품을 덧입힘으로써 큰 호응을 얻으며 이후 여러 궁궐에 미디어 파사드 전시가 열리는 시초가 되었다. 2017년 올해에는 5년 만에 또다시 ‘덕수궁 야외프로젝트’를 개최하기에 이르렀고 덕수궁 내 중화전 앞 행각, 함녕전 등 7개의 장소에 강애란, 권민호, 김진희, 양방언, 오재우, 이진준, 임수식, 장민승, 정연두 등 한국 작가 9명의 미술, 음악작품 9점이 소개되며 9월 1일(금)부터 11월 26일(일)까지 약 세 달간 진행된다. 대중음악에서는 2016년 봄 소녀시대 멤버 윤아가 첫 솔로곡 <덕수궁 돌담길의 봄>을 발표하여 4050세대의 <광화문 연가>의 계보를 잇는 2030세대의 노래를 선보이기도 하였다.

 정동은 휴버트 보스가 미국 대사관저와 덕수궁을 드나들며 고종황제의 유화초상화를 그렸던 곳이며 배재학당, 이화학당, 정동교회를 중심으로 하여 외국식 교육제도가 유입되기도 하였으며, 얼마 전 보수공사를 마친 중명전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장소이기도 하다. 덕수궁은 1933년 일제에 의해 공원으로 조성된 이후 많은 관람객이 다녀간 곳이자 1945년 해방기념 문화대축전 미술전람회가 개최되었으며 해방공간 시기에 미소 공동위원회가 개최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덕수궁, 정동이 여전히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많은 예술가에게 새로운 창작의 영감을 주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덕수궁과 정동의 공간적, 역사적 특성은 단순히 역사 교과서 혹은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무생물체로서의 역사를 보여주지 않는다.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건물과 길이 존재하고 있으며 대한제국부터 시작된 근대적 시스템과 사고가 오늘날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앞선 시기보다 이해도가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아직도 풀어낼 이야깃거리가 많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우리가 덕수궁과 정동, 대한제국과 근대 시기에 대하여 아직도 잘 모른다는 사실이 아닌가라는 또 다른 물음을 던진다.

 2018년은 덕수궁 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 근대미술전문 미술관으로 설립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연평균 4회 전시를 통해 근대미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내 유일한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해왔으며 그 전시에서 발굴된 작가와 작품들로 인해 한국미술사가 새롭게 정립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루어야 할 근대미술의 공백은 많다. 근대공예의 시작점이었던 이왕직미술품제작소(1908년 설립), 한국근현대미술의 서막을 알린 서화협회(1918년 창립)를 비롯하여 많은 근대미술가들이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안타깝고 슬프지만 가장 가까운 역사를 체계적이면서 지속적으로 되짚어보는 것이야말로 우리 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앞으로 덕수궁과 정동을 둘러싼 행사들이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일회성 행사만이 아니라 보다 깊이있고 여운이 있는 성격으로 개최되기를 바란다.


류지연(1972-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기획 담당(1996- ), ‘달은 차고 이지러지다: 작품의 이후’, ‘명화를 만나다:한국근현대회화100선’, ‘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 ‘조르조 모란디’, ‘한국근대미술 1945-1950’,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전 등 다수의 전시 기획. 국제교류재단 등 전시기획 및 근현대미술과 관련한 글쓰기와 강의 진행. ‘바우하우스 무대실험’, ‘아시아큐레이터컨퍼런스’ 등 국내외 학술행사 다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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