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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대안공간의 대안은 어디에 있을까

김준기

대안공간들이 10년의 실험을 거쳐 한국 시각예술계의 근간을 이루는 풀뿌리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안공간들이 전국적으로 고루 자리잡으면서 문화민주주의의 시대를 열어가는 전환의 시기가 도래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창작 및 발표공간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 시각예술창작 및 전시공간 지원사업 정기공모 심의결과를 발표했다. 5억의 예산으로 16개의 대안공간을 지원했던 기존의 사업 틀이 9억원으로 대안공간 18개, 사립미술관 13개 공간을 지원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대안공간의 명단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10년의 역사를 넘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들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10여 년 전부터 대안공간 활성화를 주도했던 공간들이 여전히 좋은 공간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각 공간의 차별화를 위해 변화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각 지역의 거점 도시들을 중심으로 한 대안공간의 활동이 도시의 예술적 활동과 더불어 도시 전체의 문화적 맥락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어서 대안공간 활동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몇 몇 개의 공간은 활동의 방식이나 결과가 다소간 열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지역 거점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위해서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곳이어서 향후 대안공간이 전국적으로 고루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의 대안공간 루프, 대안공간 풀,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 부산의 대안공간 반디 등과 같은 대표적인 대안공간들은 지난 10년의 역사를 통해서 젊은 작가들을 제도권으로 올려놓는 매개 역할을 충분히 해냈을 뿐더러 여전히 미술생태의 한 축을 형성하는 중심적인 공간들이다. 여기에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아트스페이스 휴, 갤러리팩토리, 브레인팩토리, 갤러리 정미소 등의 후발 대안공간들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대전의 반지하와 대구의 대안공간스페이스 가창 같은 경우 아직 이렇다 할 활동이 두드려져 보이지는 않는다. 때로는 열악하다거나 상투적이라는 평가를 받기까지 하지만, 지역도시의 대안공간으로서의 성장가능성을 염두에 지켜보아야 할 곳으로 보인다.


활발한 지역의 대안공간 모습

몇몇 공간들은 한정적인 작가군들을 위한 폐쇄적인 커뮤니티 공간으로서만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갖기도 한다. 물론 한 공간이 독창적인 색채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가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포인트가 어긋난 비판으로 보인다. 다만 그러저러한 생각이나 태도를 가진 대안공간이 폐쇄적인 제도미술권의 권력중심에만 관심을 가졌을 때의 위험성에 관해서는 숙고해볼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미 권력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대안성을 이야기하기란, 그것도 제도 안에서의 대안적인 지위를 획득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술위의 지원대상에 진입한 신규 선정 공간들에 관한 관심도 크다. 서울과 안산, 수원, 진안 등에서 대안공간으로서의 정착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온 공간들이다. 서울의 팀프리뷰와 수원의 대안공간눈은 젊은 작가들 또는 경기도 지역 작가들을 발굴하는 데 목표를 두고 꾸준히 활동해왔다. 진안의 계남정미소를 오래된 정미소를 이용한 커뮤니티스페이스로서 지역공동체와 동행하는 대안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안산의 리트머스 또한 이주노동자들의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포함해서 체계적인 대안적 예술행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아직 예술위 지원대상은 아니지만 충분히 자질을 인정받고 있는 많은 공간이 있다.


안양의 대안예술공간 스톤앤워터, 부산의 오픈스페이스 배, 인천의 스페이스 빔, 안산의 커뮤니티스페이스 리트머스 등은 대안공간의 대안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기성의 미술제도가 허락하는 단선적인 활동방식을 넘어서서 새로운 대안으로서 행동주의 예술을 펼치고 있다. 대안공간 뿐만 아니라 다원예술 매개공간들도 주목해볼만 하다. 광주의 대인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매개공간 미나리, 부산의 부산대 앞을 거점으로 독립문화 활동을 하고 있는 독립예술공간 아지트, 그리고 청주의 복합문화체험장 하이브를 거점으로 하는 다원예술매개공간 톡톡 등도 장르혼융과 복합장르실험을 벌이고 있는 좋은 거점공간들이다. 바야흐로 대안공간의 대안성이 지역성, 공동체성, 예술행동 등의 화두와 만나 상승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준기(1968- ) 홍익대 예술학과 박사. 석남미술상 젊은이론가상(2007) 수상. 사비나미술관 학예실장,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역임. 현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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