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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아직 피워야 할 두 송이의 꽃

홍지수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와 청주공예비엔날레의 현실과 단상


한국 공예를 대표하는 문화행사인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와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공예’와 ‘예술’을 공유하는 국제문화행사라는 점 이외에 여러 면에서 닮았다. 90년대 말 지자체의 주도와 기획에 의해 태어난 두 행사는 매회 유사한 시기에 공모전, 전시, 학술행사,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을 얼개로 열린다. 최근 국내 공예 담론과 전시기획의 빈약함을 드러내며 현대공예 및 도자예술의 매체 혼성과 다채로운 조형 시도를 현대미술과 구분하지 못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초기 ‘국제’라는 명분에 가려졌던 지역 미술인들의 이해 관계 및 요구가 개입되면서 점차 타 미술비엔날레와의 차별성을 잃고 국제화에서 국지화, 지엽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7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본전시 전경, 2017


그러나 정작 두 행사가 초기만큼의 성공을 재현하거나 별다른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은 태생적 한계에 기인한다. 조직위가 상시화되면서 비엔날레 운영에 초점이 맞춰졌던 재단의 업무는 정책 및 관련 산업 전반으로 광범위해졌다. 그 속에서 비엔날레를 차근히 내실 있게 준비하고 운영할 조직의 여력과 동력은 당연히 분산된다. 비엔날레를 매개로 국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그 속에서 헤게모니를 주도하며 예술과 산업을 부흥시키는 데 총력을 다하고자 태어난 조직이건만, 2년여의 간격을 두고도 매회 비엔날레 준비에 급급해하는 것은 모두 이러한 복잡한 이해관계와 상황이 얽혀 있는 탓이고 이를 조직이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두 비엔날레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예산 확보다. 두 비엔날레의 예산은 지자체의 공적자금 투입에 크게 의지하다 보니, 이를 감시할 의무가 있는 해당 지자체와 의회는 행사와 조직의 혁신을 내세워 예산의 자립과 조직의 축소 및 통합을 강하게 요구한다. 물가, 환율 그리고 세계미술계 상황 등의 여러 변수를 고려하여 당년 비엔날레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필히 확보해야 할 면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울며 겨자먹기식’ 무리한 예산 삭감을 반복해 온 결과, 최근 두 비엔날레는 비엔날레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골격을 스스로 무너트리고 행사를 원활하게 치르는데 필요한 인력, 서비스를 무리하게 줄이는 위험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최소한의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동력이 떨어진 행사내용과 운영이 더이상 지역 주민과 외지 관람객, 해외의 관심과 신바람을 일궈낼 참신한 감각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불행은 올해 취소된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및 2019청주공예비엔날레의 프로그램과 현장 운영 곳곳에서 쉽게 목격된다.



2019청주공예비엔날레 본전시 기획전 1 ‘몽상가들’ 전경, 2019


세계도자비엔날레와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사람의 인생에 비견하면 이제 20대 건실한 청년의 나이다. 그들이 모델로 삼은 해외 세계 첨단의 미술 축제들이 지금의 권위와 영향력을 얻기까지 들인 노력과 여정을 감안한다면, 이제 10여 회 남짓에 불과한 두 행사의 족적은 미약하다. 해외 교류와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던 시대, 국내 작가들이 제 안방에서 해외 도자예술과 공예의 표현에 견주어 제 것을 성찰할 수 있게 했고 해외 전문가들과 작가들이 변방에 불과하던 한국공예 그리고 한국 문화의 면모와 위력에 관심을 갖게 하고 인정하도록 만든 것은 두 비엔날레의 공적이다. 두 비엔날레 없이 한국 공예와 도자예술의 오늘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두 비엔날레가 세계 유수의 비엔날레와 견주어 영향력과 위상을 갖추고 우리가 그 혜택을 누리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 그리고 공예 구성원들의 노력 및 대의가 필요하다. 고작 10번의 노력으로 애써 맺게 한 꽃봉오리를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으로 성장시키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홍지수(1976- ) 홍익대 미술학 박사. 한국도자재단 전시팀장 및 홍익대학교 학술연구교수 역임. 『그릇, 도예가 13인의 삶과 작업실 풍경』(미디어샘, 2014) 등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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