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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한국 비엔날레의 단상(斷想)

장준석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그리고 서울미디어아트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막되었다. 큰 규모의 미술 행사가 무려 세 곳에서, 그것도 서울과 부산, 광주지역에서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치러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국가 규모의 행사를 한 곳도 아닌 세 곳에서 치르자면 아마도 적지 않은 힘의 분산과 막대한 행사비를 감당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특히 광주비엔날레는 매회 경비가 수십억에서 백억이 넘는 행사로서 벌써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많은 돈을 투자한만큼 광주비엔날레는 유럽이나 미국 등 국외에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국 작가들이 국외에서 활동하는 데 탄력을 받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도 예술가적인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예향의 도시 광주를 알리고 현대 미술의 한 흐름을 보여주는 역할도 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광주비엔날레가 좀 더 국제적인 비엔날레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내외부적인 문제점들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무엇을 남겼나?

사람으로 치자면 어른이 다 된, 국민의 세금으로 치러지는 광주비엔날레의 득과 실은 무엇일까.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비엔날레라고 주최측에서 자랑하는 광주비엔날레가 그동안 배출한 대표적 한국 작가는 누구인지, 15년 동안 이 행사로 인하여 직간접적으로 벌어들인 외화는 얼마인지, 미술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무명작가로 참여하여 세계 미술계에 명함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 작가로 성장한 이는 몇 명이나 되는지, 어떤 유명작가의 작품이 몇 점이나 광주비엔날레에 남아있는지 등을 이제 성년이 다 되어가는 비엔날레이기에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한 분석이나 정리가 아직은 미흡하지만, 지금까지 소요된 경비에 비한다면, 관광객 유치나 국내외 무명작가의 성장이나 작품 소장의 양적인 면 등은 대단히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외국 예술감독의 잦은 영입은, 행사를 치를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국내 전시 기획자들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아시아권의 홀대로 아시아 여러 국가의 적잖은 미술전문가들은 광주비엔날레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이번에, 올해로 30년째이며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 된 방글라데시비엔날레를 다녀왔다. 평소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많았던 터라서 광주비엔날레와 견주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각국 대표들을 위한 숙식과 식사 제공은 방글라데시에서 중급호텔 수준이었으며, 각국 대사들은 물론이고 대통령도 오픈 행사에 참여했다. 광주비엔날레에 지원돼 온 경비보다 수십 배 적은경비로 치러진 이 방글라데시비엔날레에 아시아 30여 개국이 참여하였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행사의 밀도와 열기 그리고 국가 간의 경쟁력과 규모 등은 대단하였다. 각국의 커미셔너와 예술가들은 자국의 미술을 알리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였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심포지엄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에 이르기까지 하루 종일 진지하게 계속되었다. 방글라데시비엔날레가 세계에서 가장 적은 경비로도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비엔날레로서의 유명세와 명목을 이어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광주비엔날레처럼 많은 돈을 쏟아 붓지않아도 대통령을 비롯한 방글라데시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애정이 느껴지는 성공적인 비엔날레라 생각되었다.


광주비엔날레는 많은 경비를 들여 서구의 유수한 미술잡지에 전면 광고를 하는 등 그 비용이 방글라데시비엔날레에 비해 엄청나게 많다. 그럼에도 미흡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듯 하다. 예를 들어 이번 광주비엔날레 사이트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문사이트는 개막 사흘전까지도 타이틀만 있을 뿐 준비되지 못했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많은 경비를 쓰고 있음에도 국내 미술인들은 물론이고 광주 지역의 미술인 및 시민들까지도 상당수는 외면하고 있다. 관람객 수를 불리기 위한 자구책에 의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단체 관람이 이루어지거나 그 지역의 기업인들에 의해 많은 표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팔리기도 하지만, 정체성마저 흐려진 듯 보인다. 게다가 광주비엔날레를 좌지우지하는 극소수의 구성원들은 비엔날레가 생긴 이래로 지금까지 여전히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따라서 광주비엔날레의 좀 더 발전적인 앞날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공인 전문가 집단에 위탁해서 더 심도 있고 수준 높은 기획에 의해 비엔날레의 위상을 높여야 할 것이다 



장준석(1961- ) 동국대 미술사 박사.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2000) 수상. 미술과비평 편집주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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