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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년만의 귀환 ‘2011 화랑미술제’

정종효

아주 오래된 화랑미술제의 도록을 뒤척이다가 『인간과 한국의 자연전』이라는 부제목을 가진 86년의 화랑미술제 도록을 집어 들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86년은 대한민국에서 아시안게임이 처음으로 치루어 졌던 해였고 그 해 8월에 열렸던 화랑미술제 도록이다. 그러나 아무리 도록의 앞뒤 표지와 내지를 뒤져봐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행사장소에 대한 표기가 되어있지 않았다. 당시 회장을 맡았던 선화랑 김창실 대표의 인사말을 읽고서야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었고 아름다운 고궁에서 개최되는 화랑미술제를 자축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더불어 화랑미술제의 취지와 방향에 대한 강한 메시지도 함축되어있어 그 의의를 되새겨 봄직했다.


“...전국 45개 회원 화랑 중 38개 화랑이 참가하는 열성을 보여 주었으며 부산, 대구 등 멀리 제주도 남단의 화랑에서 까지 (중략) 도시중심의 미술문화에서 지방으로 확산 발전해가고 있는 우리의 미술은 진정 밝은 전망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좋은 징조 (중략) 앞으로의 협회전을 세계적인 전시회로 꾸며 서울의 FIAC으로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화랑미술제를 세계적인 견본시장으로 발전시키고 지역미술에 대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바램은 30년간 화랑미술제를 지속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되어 왔다. 국제갤러리 이현숙 대표가 회장으로 있던 지난 2008년에는 한동안 변화를 주지 못했던 화랑미술제를 변화와 차별화 시키고 침체된 지역미술시장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화랑미술제는 서울을 떠나 지방나들이를 단행하면서 부산에서 첫 시장을 펼쳤다. 이미 대구에서는 ‘아트대구(Art DaeGu)’와 ‘대구아트페어(DaeGu Art Fair)’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광주에도 ‘아트광주(Art GwangJu)’를 준비한다는 설이 나돌고 있었지만 도시 규모가 두 번째인 부산은 미술인구, 미술대학 보유 수, 갤러리 수 등 여러 측면을 볼 때 위축된 분위기였기에 활성화시켜야 될 필요성이 있고 인구 밀집도를 볼 때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 화랑협회에서는 판단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원화랑이 서울에 적을 두고 있고 부산까지의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화랑협회로서는 쉽지 않은 중대하고 큰 결정이었다. 예상대로 첫 출발의 결과가 서울과 비교해서 어려움이 있었으나, 지역작가와 갤러리를 참가시키고 프로그램을 다양화 시킴과 동시에 아시아권의 해외 고객까지 초청하는 적극적인 전략으로 한 해 한 해 눈에 띄는 성과를 가져왔다. 관람객과 거래량이 증가하고 대중적인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부산에도 국제행사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도 이끌어 내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술계와 일반대중에게 미술시장의 필요성과 대중성을 부각시키는 중대한 결과를 얻었다.



화랑미술제 변화에 대한 기대

1977년 화랑인의 친목도모로 한국화랑협회가 설립된 이래 3년을 제외하고는 오늘날까지 매해 빠짐없이 치루어 온 화랑미술제는 과히 한국미술시장의 모태라고 자부할 수 있다. 때로는 회원참가만으로 진행되는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화랑미술제는 많은 꿈을 먹고 자랐고 제일 오랜 역사의 아트페어로써 지역미술발전·신진작가발굴·미술시장발전 등 많은 역할을 한 미술견본 시장의 모태로써 ‘키아프(KIAF)’를 태동 시키고 아시아의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로 성장시켰다. 부산에서 3년 동안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다시 서울로 다시 귀환한 화랑미술제, 지난 2월 10일부터 14일까지 코엑스에서 장을 펼쳤다. 변화된 작품들과 내실 있는 프로그램 구성으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의 화랑미술제였다. 미술과 음악의 만남이라는 취지로 '오페라와 미술'이라는 강연을 도입하여 연일 강연표가 매진이 될 만큼이나 인기를 누렸고, 대중적인 흥미를 더하기 위한 '퍼포먼스와 마임'이라는 프로그램은 미술작품으로 만 채워진 행사장내의 분위기를 변화시켜가며 관람객에 재미를 더했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예전보다 활발한 진행으로 새로운 작품들을 중심으로 관람객에 알기 쉽게 접근성을 유도하였다. 그 외에도 다양해진 프로그램과 변화된 작품들이 어우러져 관람객수와 거래량에서도 예년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


2011년 한 해가 막 시작된 지금 아직 눈과 찬 공기가 기승을 부리는 2월이다. 조금은 침체된 한국 미술시장에 따스한 공기를 불어넣어 준 화랑미술제, ‘서울의 FIAC’이 되리라는 초창기의 꿈을 가지고부터 올해 29회를 치르고 내년엔 30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향후 다시 어떤 모습으로 한국 미술시장에 자극제 역할을 하고 영양분을 공급하게 될지 기대되는 바가 크다.



정종효(1968- ) 일본 큐슈 나가사키 회화 석사. 문화관광부장관 표창(2007) 수상. (사)한국화랑협회 사무국장 역임. 현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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