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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2021년 아트페어의 민낯

박영택

미술품이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으며 미술시장이 보기 드문 호황을 누린 2021년이었다. 전통적으로 갤러리를 통해 거래되던 미술품 구입루트도 다변화되어 수년 전부터 옥션과 아트페어가 대세를 이루더니 지금은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작가로부터 직접 작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많은 아트페어를 다녀왔지만 매번 동일한 작가, 작품을 보고 왔다는 느낌이다. 분명 한자리에서 동시대 주목받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만 여러 아트페어에서 같은 작가, 작품을 마주쳤던 것도 사실이다. 화랑에서는 작품을 팔아야 하니 시장에서 선호되는 몇몇 작가가 독점하는 구도를 보이거나 획일화된 작품으로 도열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개별 아트페어나 화랑 대부분은 성격이 뚜렷한 경우가 드물고 전속작가 개념도 희박하다 보니 초래된 부득이한 균질화다. 화랑의 안목, 전문성은 여전히 난망한 일이다. 이로 인해 상업성, 장식성이 낮고 인맥이 부족한 작가나 다양한 작업을 하며 작품성이 좋은 작가가 화랑을 통해 아트페어에 진입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갤러리는 아트페어 부스비를 감당하기 위해 판매를 최우선으로 삼아 일반 대중의 눈높이나 인테리어 적합성이나 장식성, 그리고 지명도를 우선해서 작가를 선정하고 작품을 선별했다. 이 연장 선상에서 그림을 그리는 연예인이 끌어들여진다. 판매와 홍보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요즘 연예인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미술계를 실감할 수 있었다. 유명연예인이 구입한 작품, 그들 활동과 판매에 관한 기사가 줄을 잇고 나아가 연예인이 유튜브를 통해 미술품 재테크 등에 관한 방송 활동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들이 전문가 행세를 한다. 연말에 열린 울산국제아트페어는 낸시 랭과 걸스데이 출신 유라, 가수 구준엽의 특별전을 열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이벤트를 가졌다. 물론 이들은 모두 미술 관련 학과를 졸업한 방송인들이다. 그러나 전시에 초대될 만한 작가들이냐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The Other Art Fair ⓒWikimedia Commons, 2013


주최 측이 아트테이너라는 이들을 마케팅에 적극 사용하는 것이 아트페어의 판매와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기에 생긴 결과다. 아트페어도 전문적인 전시인데 이를 체계적으로 감당할 전문인력이 부재하다보니 생기는 일이다. 여기서 문제는 그들이 연예인이 어서가 아니라 작품성에 대한 평가나 검증이 없이 단지 유명세에 의존하거나 오로지 판매나 이벤트를 목적으로 그들을 이용하려는 그 얄팍한 발상이 문제라는 것이다. 지역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보자는 지극히 저급한 기획이 아닐 수 없다. 모 평론가는 “(연예인들의) 미술 전공여부보다 작품의 독창성, 지속성과 진정성이 더욱 중요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했는데 당연히 전공여부보다 작품의 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아일랜드 태생 영국화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92, Francis BACON)도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그가 인정받지 못했던가?

아트페어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우여곡절은 사실상 돈이 절대적 가치를 만드는 신자유주의 사회의 불가피한 결과이다. 돈이 된다면 모든 것을 허용한 결과가 지금 열리는 아트페어의 민낯을 결정했다. 같은 선상에서 아트페어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대부분의 강의 역시 미술품 투자, 아트테크에 관한 것이었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에 투자가 어려워진 사람들이 투자처를 찾아 미술시장으로 이동하는 추이를 반영하면서 아트마켓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는 MZ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뷰잉 판매나 NFT거래, 디지털시대의 미술시장, 아트테크의 비법 등에 관한 강의가 주를 이룬다. 이는 아트페어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술시장에 소개되지 못하거나 그런 기회를 접하기 힘든 작가에게 무작위로 메일을 돌려 이에 응한 작가의 작품 자료를 데이터화해 이를 온라인 판매와 렌탈, 이미지 사용료 등의 여러 부가적인 수익 창출사업을 도모하는 업체가 급증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일종의 플랫폼 사업인데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작품의 예술성과 무관하게 사업이 작동될 수 있다는 것이 위험 요소다. 어떤 작품이 마치 대단한 투자가치가 있거나 훌륭한 작품인 것처럼 위장될 수 있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데 회사는 이에 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이 너무 적다는 점 등이 무엇보다도 문제다.



- 박영택 현재 경기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현대미술의 지형도』,『 민화의 맛』 등 20여 권 및 6권의 공저가 있다. 60여회의 전시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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