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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대구미술관 개관과 대구미술계

김영동

대구는 근대도시로서의 발전 과정에서 인구나 경제 규모가 항상 서울, 부산 다음으로 꼽는 우리나라 3대 도시의 하나였다. 그러나 요즘은 다른 광역시들이나 수도권 지역들에 비해 성장속도가 둔해져 활기를 잃은 도시처럼 비쳐지고 있다. 단순통계일지 모르지만 지상에 보도되는 여러 경제수치 마다 전국 최하위를 기록해 실제로 시민들이 느끼는 정서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무래도 첫째 원인은 경기와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그 요인은 복합적이다. 그래서 근래 전 분야에 걸쳐 침체된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한 방안으로 문화적인 국면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대구는 비교적 안정감을 주는 자족적인 도시환경을 갖추고 있는데, 폐쇄성 짙다는 외부의 시선도 있지만 시민의식에 개방성이 없지 않다. 일제 때부터 서울에서 부산을 거쳐 일본을 오가는 길목에 위치한 관계로 드나드는 유학생이 많았고 자연 외래 풍조나 유행에도 민감했던 곳이다. 6.25를 거치면서 피난도시로서 각계의 인사들이 유입되어 문화적인 다양성을 수혈하게 되었다. 학문과 문화의 도시로서도 손색이 없는 것이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학이 있고, 시인과 문인, 화가의 수가 아마도 제일 많은 곳이 아닐까 싶다. 정치·사회적으로나 역사·문화적인 측면에서 전통 있고 그러면서도 활기차고 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 왔던 곳이다.


그런데 몇 가지 역설이 있다. 일제 때는 유림의 고장에 둘러싸여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나왔고 해방 후에는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매우 높던 곳으로 이름났던 이곳이 지금은 TK의 고장이라는 부정적인 관념이 대구의 대표 이미지로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중앙과 타 시도들과 비교해 심한 문화적 격차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 도시에서 시립미술관 하나 짓는데 10년이나 걸린 힘겨운 현실이 과도한 중앙 집중과 지역불균형을 겪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한 예가 아닐까 싶다. 대구의 미술계가 결코 작지도 않고 대구미술의 힘과 저력은 널리 알려져 있다. 1920년대에 시작한 서양화의 역사가 1950년대의 추상미술과 1970년대의 현대미술 그리고 1980년대의 민중미술까지 한국근대미술과 시종 맥을 같이하면서 발전해온 도시다. 괄목할만한 대가의 위치에 오른 작가도 많다. 과거의 문화적 전통과 미술의 역사를 내세우는 것이 실상은 현재의 부진을 가리기 위한 자기 합리화나 위안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동안 미술관 건립을 위해 미협과 예총, 작가들이 애쓴 과정을 돌아보면 희망을 실현시키는 데는 문화의 논리만으로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고 남는다. 이런 여러 가지 사정들을 뒤로하고 드디어 지난달 대구미술관의 개관을 보았다.



대구미술관에 대한 기대

그래서 미술관에 거는 기대와 꿈은 더 클지 모른다. 지역미술계의 오랜 염원이자 숙원이었던 만큼 앞으로 대구미술의 새로운 지도를 그려나가는 일에서부터 과거를 재조명하는 일까지. 대구에는 특히 회화의 전통이 깊다. 이런 콘텐츠가 있는 도시에 이제 미술관의 하드웨어는 후발 미술관인 만큼 우수할 것이다. 최초 설계 후 10년이나 지나 완공한 미술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첨단일 수는 없겠지만. 그 밖에 그동안 미술관의 공백을 메워주기 바라는 성급한 요구들도 나올 수 있다. 오페라나 뮤지컬을 볼 수 있는 훌륭한 공연장은 있어도 규모 있는 해외기획전 한번 유치해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미술관의 위치가 다소 접근하기 불편한 점이 있지만 그 대신 훌륭한 경관을 안고 넓은 경내 면적을 자랑하는 장점이 있다. 접근성의 불편을 돕는 시의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당국은 세계적인 미술관을 표방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사유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라는 말이 있듯 구체적인 데서 시민들의 감동을 산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하겠다. 또 하나 지역사회와의 관계에서 대구의 문화적인 자존심을 높일 수 있는 얼굴기관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용대 초대 관장은 어떤 학연이나 지연도 아닌, 오직 전문적인 영역에서 쌓은 그의 경험과 실력을 높이 사 발탁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오래도록 시민들의 사랑과 기억에 남는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



김영동(1956- ) 영남대 미술사학 박사. 매일신문사 차장 역임. 현 '영상예술의 도시-대구' 전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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