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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인스타그램 속의 ‘자랑질’

박영택

지금은 종이 매체 보다 빠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무수한 미술정보가 돌아다닌다. 검색과 클릭만으로 사람들은 화면 속의 정보를 빠르게 소비한 후 다시 새로운 정보를 찾아 나선다. 현대사회 소비주의적 삶의 형식을 그대로 전제하는 행위다. 그것은 종이의 질감과 무게를 제 손가락의 촉지성으로 체감하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공들여 읽고 넘기는 경험을 박탈시킨다. 뇌와 근육의 관계가 고도로 집중되어 얽히고 지난 시간과 현재, 미래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이루어지는 독서가 지니는 기억의 공간은 부재하다. 마우스를 긁어가면서 스크린에서 환하게 빛나는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이의 감각은 독서하는 이의 신체적 감각과는 현격한 차이를 발생시킨다. 



허윤희, 꽃다발1, 2007, 종이에 목탄, 72×102cm


오늘날은 새롭고 자극적인 뉴스거리나 정보가 흘러 넘쳐나는 시대. 이슈에서 이슈로 숨가쁘게 넘어가는 사람들과 스스로 자기 존재를 정보로 전락시키는 사회이며 이곳에서 개인은, 너무 많고 진위도 알 수 없으며 진지하게 성찰하기란 더더욱 불가능한 정보 속에서 먼지처럼 부유한다. 사람들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구 트위터), 틱톡, 스냅챗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다. 그곳은 이야기 매체가 아니라 정보 매체다. 더 많은 데이터와 기록이 생성, 저장, 전달되는 동시에 과장된 자기 선전과 탐욕스런 과시, 노골적인 상업적 목적과 오류 투성이 정보가 진실인 양 목소리를 높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내 사라져버릴 정보가 끊임없이 출현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어지럽게 선회한다. 나는 여전히 종이 매체를 통해 미술 소식을 읽는다. 인터넷 뉴스를 통해 간혹 미술계 뉴스를 접하지만, 홈페이지를 갖고 있지 않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는데 지장이 있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어쩌다 화랑,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현재 화랑과 작가 상당수가 인스타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전세계적으로 연결된 이 유리처럼 투명한 정보망의 위력은 대단해 보인다. 새로운 것을 찾아 세상을 샅샅이 뒤져 건져 올린 것이 정보가 된다. 그 정보는 곧바로 게시하고 공유하고 링크를 걸라고 강요하듯이 윽박지르며 다가온다. 새로운 정보와 소통이 무기가 되고 자본이 되고 힘이 된 시대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화랑은 소속 작가를 적극 홍보, 판매하는데 활용하고 또한 새로운 작가, 흥미로운 작가에 대한 정보를 찾는 적합한 플랫폼으로 사용한다. 작가 역시 작품을 홍보, 판매하는데 더없이 좋은 공간으로 이를 활용한다. 그리고 이 공간은 컴퓨터 활용이 수월한 젊은 작가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결과적으로 인스타그램이란 플랫폼이 기존 미술계의 지형을 과감하게 변형시켰다. 고립된 사회에서 역설적으로 고독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보다 확장되었고 이것은 더욱 철저한 소비사회와 정보사회를 극대화한다. 이곳에서는 공동체의 이야기, 미술에 대한 담론이나 작품의 질적 측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비판적 합의가 아니라 오로지 일방적인 광고와 허구적인 수사에 의지하는 정보만이 횡행한다.

작가는 작품과 작업실 사진을 수시로 업데이트해서 마치 강박증에 걸린 듯이 자신의 상황을 투명하게 노출하는데 익숙하고 전시 혹은 아트페어에 출품된 작품 사진을 올리는 한편 판매현황을 실시간 중계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몇 개를 팔았다거나 또는 ‘솔드아웃’ 되었느니 예약주문을 받았느니 하는 자랑을 올려놓는 경우도 자주 있으며 화랑도 마찬가지다. 자기 과시는 내면의 공허를 반영한다. 순기능 못지않게 인스타그램은 이렇게 인간의 정신을 몰아내기도 한다.

오로지 소비와 정보에 압도되고 그것만이 유일무이한 것이 된 미술계에서, 수많은 작가와 화랑은 너무나 투명해 보이지만 어떠한 검증이나 공론의 합의와도 무관한 체 일방적으로 과장, 과잉된 수사를 동원한 정보를 인스타그램이나 그 외 무수한 정보 플랫폼에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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