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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국제 허브로서의 꿈은 멀어졌나

이희영

국제 허브로서의 꿈은 멀어졌나
_홍콩아트페어의 자극


이 달 5월 17일부터 20일까지 중순 제5회 홍콩아트페어(ArtHK12)가 역대 최고의 규모로 열린다. 39개국의 266개 화랑들이 여기에 참여한다. 적어도 재작년까지 홍콩아트페어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견본시장의 선도적 지위와 그 역할을 두고 경쟁했다. 홍콩아트페어는 전략적 입지, 면세 혜택, 국제적 경영환경, 영어의 사용 등과 같은 전통적 이점으로 한국보다 6년이나 늦게 출발했음에도 KIAF와 곧잘 비교되었다. 그러던 것이 작년 홍콩아트페어는 예기치 못한 혁신을 통해 국내의 화상들을 당혹하게 했다.

작년 5월 홍콩아트페어 기간 50여 대의 개인 제트기가 홍콩국제공항에 내렸고 38개국에서 260여 개의 화랑이 참여해 5,000점 이상을 팔았다. 더욱이 홍콩아트페어는 가고시안, 말보로, 화이트큐브, 하우저앤위르트, 마리안 굿맨 등 유럽과 미국의 유력 화랑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유럽과 미국의 시장을 한꺼번에 이식한 모습을 보였다. 이 혁신적 성과는 아트바젤을 운영하는 MCH사가 기존의 홍콩아트페어의 지분 60%를 사들여 그들 나름의 운영방식으로 페어 자체를 새롭게 설계한 것에 비롯된다.

아시아의 중심축을 목적으로 매해 “국제적 시장이 될 것”을 외쳐온 KIAF는 같은 해 9월에 치룬 아트페어에서 한류를 의식한 연예기획(Entertainment Management)의 요란함과 미술작품을 배경으로 한 포토 존에 이끌린 청년관객의 동원이 두드러졌다. 이는 어떻게든 흥행(Performance)에 도달하려는 분투로 비친다. 출품작들은 소수의 고가품에 다수의 중저가품을 섞은 진열로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명맥을 유지했다. KIAF는 홍콩의 혁혁한 성과 이전에 이미 참여부스의 설정이며 페어의 설계가 끝난 탓에 대응할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어떻든 KIAF의 노력과 실천은 국제적 시장을 구성할 국제적 고객의 창출보다 국내의 흥행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설계의 한계를 노출한 것으로 보인다.


KIAF, 더 새로운 움직임이 절실
국제적 고객의 창출에 실패한 것은 흥행에 대한 KIAF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듯하다. 시장의 중요 품목인 미술, 그것이 지닌 매체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연예기획의 발상에 의존한 흥행의 설계가 그 첫 번째이다. 작품의 관람을 방해하는 부착물의 허용이나 부스의 시각적 명료함이 무시되는 치장과 관람자의 망막을 자극하는 광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매체의 흥행(Performance of Media)에 대한 고려가 없었기 때문이다. 둘째, 질적 고객 창출을 위한 전략의 부재를 들 수 있다. VIP고객의 관람 시간대를 따로 할애함으로써 고객에게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쾌적함이 작년 홍콩아트페어에는 있었다. 하지만 작년 KIAF는 어두운 칠의 벽으로 둘러싼 VIP라운지 말고는 실재하는 작품 앞에서 선 VIP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 해외에서 서울을 방문하는 예비 고객이 홍콩 못지않음에도 이들을 흡수할 배려가 설계에서 빠졌다. 이는 관람자의 흥행(Performance of Spectator)에 대한 고려가 없었기 때문이다.

끝으로 KIAF는 금융권의 적극적 개입이나 금융환경을 페어 곁에 두지를 못했다. 해외의 고객이 인지할 정도의 금융기관이나 우량기금(가령 국민연금 혹은 건강보험)과 어떻게든 뚜렷한 연관을 맺고 그것을 노출시켜야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금융이나 기금 쪽에서 소수라도 작품들을 매입하고 그 항목들의 운영과 관리를 아트페어 측에서 자문해도 될 것이다. 이는 금융의 흥행(Financial Performance)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음을 드러낸다. 홍콩의 전통적 이점과 최근 급증하는 중국고객의 구매력에 미술흥행에 능한 기업이 다급히 유럽식 설계를 시도하는 것이 최근 변화된 홍콩아트페어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작년에 뚜렷한 성과와 함께 동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좀체 넘볼 수 없는 성과를 내었다. 식민지 속에서 짧은 현대미술의 역사를 지녔고 그만큼 제대로 된 현대미술관이 없는 홍콩에서의 성취라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서울을 비롯한 웬만한 지역에 현대미술관이 들어서 있고 미술가를 배출하는 대학들도 한국은 지나칠 정도로 많다. 더욱이 현대미술을 생산해온 역사 또한 홍콩보다 더 길다. 미술을 연예와 섞는 것 또한 특이하고 새로운 움직임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국제화폐로 구매할 질적 고객을 창출하지 못하는 시장이라면 그것은 KIAF가 아닌 KAF가 될 것이다.



이희영(1965- ) 서울대 서양화과 석사. 서초조형예술원 학예교육실장 역임. 현 아트네시각매체 학예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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