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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변방에 우짖는 새 소리를 들어라!

김종길

변방에 우짖는 새 소리를 들어라!

_지역에 뿌리 내린 미술운동과 미술사적 연구의 필요성



소설가 현기영은 1980년 초반, 김윤식의 일기 『속음청사(續陰晴史)』와 천주교의 자료, 그리고 제주 촌로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변방에 우짖는 새라는 소설을 집필한 바 있다. 19세기 후반의 매우 복합적인 시대적 상황 속에서 발생한 이재수의 난과 방성칠의 난을 집요한 천착을 통해 재구성함으로써 제주도의 역사ㆍ지정학적 의미를 새롭게 재맥락화했다. 이는 한국 역사소설의 새로운 지평이 되었다. 우리가 여기서 재인식해야 하는 것은 사료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이다. 현기영에게 속음청사(續陰晴史)가 없었다면 소설의 탄생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소설이긴 하지만 그의 이 작품은 상상력을 최대한 자제한 역사서에 가깝다.


현재의 미술 잡지는 담론의 공간이전에 향후 미술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미술활동 기록에 치중하다보니 자연스레 지역 미술활동에 대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1차적 비평기록의 의무를 진 평론가도 수도권을 향해 있으니 더더욱 문제이다. 특히 제주도와 같이 지정학적으로도 먼 거리에 있는 경우, 그 활동사를 추적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4ㆍ3 민중항쟁을 주제로 10년 넘게 활동해온 탐라미술인협회 작가들의 활동이 비중 있게 다가오며, 자연미술운동을 펼쳐 온 공주의 자연미술가협회 ‘야투’(野投)와 가평군 대성리와 자라섬에서 활동해 온 ‘바깥미술회’ 또한 올해로 결성 25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 그리고 ‘마감뉴스’ 그룹도 15년 가까이 되었고, 경기북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섬’전도 그 뒤를 이어 새로운 형식의 주제를 던지고 있다. 그 외에도 시사적 이슈와 결합되어 창작으로 연결시킨 미술활동도 있다. 예컨대 새만금, 대추리, 매향리, 노근리와 같은 현장성이 그 맥놀이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1차적 기록과 연구, 비평 활동이 필요하다. 



제2회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필자는 8월부터 10월까지 개최되는 제2회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의 이론 연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당선된 후, 야투 25년사를 비롯해 자연미술미학 연구, 국내외 자연미술 비교연구, 비엔날레 참여 작가에 대한 작품론 등을 집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여, 거의 매주 주말마다 공주에 내려가 참여 작가들의 작품 제작 현장을 살폈고, 야투의 25년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물론 분석과 연구는 긴 시간동안 지속될 것이다.



초기 연구를 통해 알게 된 몇 가지 놀라운 사건도 있는데, 국내외 자연미술가들 사이에선 이미 공인된 것이지만, ‘자연미술’이란 용어의 탄생이 야투의 탄생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1980년대 후반 국제적 미술지의 집중조명을 통해 하나의 독립된 미술사조의 반열에 올라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자연미술가들이 야투의 활동에 동참하고자 매 년 한국의 공주시에 오기를 희망한다는 점이다. 1991년부터 명성을 쌓은 금강국제미술전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한달 여 동안 숙식을 함께 하며 작품을 만들고, 밤에는 서로의 작품을 프리젠테이션할뿐만 아니라 서로의 협력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휴머니티의 소통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셋째, 야투는 어두운 정치현실이 전개되던 1981년, 야외현장미술연구회란 이름으로 탄생했으며, 이 연구회는 사계절연구회로 발전해 현재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자연미술 실험을 계속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동아시아의 자연관과 철학으로부터 뿌리대고, 대지미술, 퍼포먼스, 개념미술 등의 유사 미술 활동의 영향을 받은 야투의 ‘자연미술’은 21세기 핵심 화두 중의 하나인 생명, 생태,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야투에 주목해야 하는 여러 이유들 중의 몇 가지들이다. 그러나 어찌 25년의 활동이 그것뿐이겠는가. 이제 미래 한국 미술사의 풍요를 위한 적극적인 비평 전략을 짜야 할 때이다. 



김종길(1968- ) 경희대 예술경영학 석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평론상(2005) 수상. 모란미술관 학예연구사, 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 역임. 현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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