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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포스트 공모전의 징후들

송인상

포스트 공모전의 징후들

_작가 등용문의 변화에 주목 한다



최근에 국제미술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작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들 중에는 특히 젊은 작가들이 많다. 지난 5월에 열린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작가도 대부분 30대에서 40대 초반이었다. 그들의 경력을 보면 그다지 화려하지가 않다. 그 흔한 공모전의 경력도 눈에 띄지가 않는다. 미술 판의 중심에 있던 작가는 더욱 아니다. 공모전의 수상경력과 학력이 작품 값에 영향을 주던 예전의 상황과는 딴판이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포스트 공모전의 징후들을 살펴본다.


공모전의 변천

우리나라에 공모전이 처음 도입된 것은 일제 강점기 때인 1922년의 제1회 조선미전(조선미술전람회)이다. 우리 힘으로 처음 시작한 공모전은 해방 이후 1949년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며 심사방식이나 상의 구조 등 이전의 조선미전을 그대로 따랐다. 이후 30회를 지속한 국전은 1981년에 막을 내리고 민전인 미술대전으로 바뀌었다. 그 배경에는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한 중앙미술대전과 동아미술제 등 민전들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후 공모전은 군웅할거 시대에 들어갔다. 변화의 조짐은 1980년대 후반 서울올림픽 전후로 해외 작가의 초대 및 교류전이 급물살을 타고 늘어나면서 전시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되었고 이에 힘입어 1995년 광주비엔날레의 태동을 가져왔다. 광주비엔날레는 전시문화의 변화와 함께 작가 발굴의 장을 다변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공사립미술관들의 개관과 이에 따른 대형 기획전, 사립 창작스튜디오 개설, 사립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자체 개발한 작가 발굴 시스템 등은 작가 등용문의 다변화를 가져왔다. 2000년대 이후에는 국공립 창작스튜디오 개설, 아트페어형 기획전들, 일부 민전과 문화재단에서 기존의 작품공모를 대신 전시회를 공모하는 제도의 시행 등으로 작가 발굴의 무대는 변화를 지속해 왔다.


이처럼 작가의 성장 무대가 변화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오늘날 대부분의 공모전들은 이미 폐기된 국전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전국적으로 수 백 개에 이르는 공모전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공모전의 숫자로 가늠해 보면 한국은 우수한 작가들이 넘쳐나야 하고 우리 미술계는 더욱 화려해졌어야 맞다. 그 동안 변화를 꾀한 공모전은 손꼽을 정도며 대부분이 존재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잃었다. 공모전을 높이 쳐주던 때가 있었다. 1970년대를 전후한 시기의 국전(國展)과 민전(民展, 신문사 주최)등은 작가 지망자들이 선망하던 무대였고 화가 등용문의 대명사였다. 행여 수상(受賞)이라도 하게 되면 작품 가격은 물론 심지어 작가의 사회적 지위까지 영향을 끼쳤다. 최근에 필자가 큐레이팅한 '1970년대 한국미술-국전과 민전'(2007. 6.3-6.24 /한가람미술관) 에서 만났던 당대 공모전 수상 작가들에게서도 그러한 자부심을 쉽게 읽을 수가 있었다. 1970년대 당시만 해도 국전과 민전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발표 무대가 드물었던 탓에 작가 지망자들은 당연히 공모전을 우선순위로 꼽았고 거기서 배출된 작가는 나름대로 당대 미술의 대표주자로 인정받았다. 그들 중에는 오늘날까지도 중진작가로 각광을 받는 작가가 많다.


작가 발굴의 다종화

시대에 따라 의식과 제도는 변화한다. 국전을 예로 들자면 70년대 이전에는 나름대로 필요성을 가졌으나 지금은 다양한 작가 발굴의 무대가 국전 같은 공모전을 대신하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 블로그에서 인기를 끈 한 무명작가가 미술관에서 초대전시를 갖고, 책까지 출판했다. 십 여 년 전만 해도 생각하지 못한 변화의 한 예다. 인터넷의 발달로 작가들의 작품정보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전시(展示)라는 작품 매개 방식도 온라인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홈페이지의 사이버 전시가 오프라인에서 초대받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상에서 미술 정보의 축적, 가공, 유통(전달) 기술의 발달이 전시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미술 시장의 규모와 교류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전시들이 국가를 넘나들고 있다. 이제까지 언급한 일련의 내용들을 요약하자면 현재의 미술판은 경력 중심으로 매겨지던 중심과 주변을 나누던 벽이 무너지고, 작가 발굴의 장이 다종화로 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미술계가 두 가지 상반된 이슈로 술렁이고 있다. 그 하나는 국제미술시장에서 작품가격이 거품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미술대전에서 심사 비리로 전직 미협회장을 포함한 수십 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다. 미술계의 명암을 보여주는 실체이자 포스트 공모전 시대를 여는 서막이라는 생각이 든다



송인상(1959- ) 중앙대 예술학전공 석사. 예술의전당 미술관 큐레이터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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