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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한국 미술교육의 현황과 방향

이주은

정서적인 어려움으로 학교생활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조기교육과 입시경쟁을 위해 학습능력을 집중 강화시키는 좌뇌 편중 교육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뇌의 조화로운 발달을 막으며 안정된 정서를 갖는데 악영향을 미친다. 미술교육의 목적은 단지 그림을 잘 그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머릿속에서 조합하고 발전시킨 다음 손을 통해 다시 밖으로 내보낸다. 이때 미술활동을 통해 감각기관의 정교한 인지능력, 정보를 융합하고 추리하고 상상하며 사고하는 능력, 그리고 손을 통해 구체적인 형상으로 구현해내는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그 밖에도 사회성과 협동성 등 정서지능의 향상은 미술활동과 관련이 깊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에서는 부적응 학생, 부진아 학생, 특수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실시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되고 있는 학습장애, 학업부진, 주의력결핍행동장애, 과잉공격, 도벽, 등교 거부, 자신감 결여, 정서불안 등에 대해서는 상담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형편이다. 청소년기의 특성을 고려하여, 청소년이 겪게 되는 심리적인 문제에 다가가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미술활동은 학교 미술교육 과정에서 강조될 필요가 있다.


미술이라고 하는 조형언어는 단선적인 시간을 벗어나 동시적이고 심리적인 시간을 따른다. 따라서 그것은 다층적이고 비논리적인 의식의 심층에 접근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시각적인 것은 언어능력보다 앞서기 때문에 무의식에 보다 근접해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지는 방어적으로 은폐되고 억압된 자신의 부분들을 드러내며, 자기를 발견하고 통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술활동은 실존적 자아와 만나는 방법이고 창조성을 포함하여 자신의 자원을 알아차리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억압되지 않은 고유한 창조 욕구의 발현으로서 생성적이면서 동시에 치유적일 수 있는 것이다. 심리적 장애가 있든 없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소통해야 하며, 소통의 매개가 되는 형식의 창출은 그래서 치유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개인과 타인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 만족스러운 삶의 열쇠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을 잘 알고 타인에게 민감한 사람들은 때로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당면한 문제에 지혜와 미덕으로 대처한다. 반면 정서적으로 문맹인 사람들은 불화, 좌절, 실패한 대인관계로 인해 자신의 길을 그르치기도 한다. 


장기적 정서적인 환경을 통한 미술교육

지난 10여 년간 미국과 유럽의 교육 개혁가들은 학교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청소년의 정서적·사회적 문제들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초기 가정환경에서 정서의 사회화가 적절하지 못했었다 할지라도 이를 대신하여 학교에서 개선 학습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학교가 정서 학습의 결손을 어느 정도 교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학교에서 사회정서학습 또는 인성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가 하면, 이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정서지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 개입을 통해 발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서지능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미래사회에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학교폭력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정서교육으로서의 예체능 수업이 강조되고 있다. 미술교육이 정서교육에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프로그램에 의존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정서적 환경을 만들고 다져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험자인 청소년이 창작 및 공감의 주체가 되는 즐거운 작업과정이야말로 청소년기의 삶을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바꾸는 촉진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은(1969- )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 이화여대박물관 학예연구원 역임. 현 성신여대 대학원 미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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