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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대통령의 글씨, 품격과 시장성

서진수

서예는 우리의 전통 미술 분야에서 중요한 분야이다. 서예는 글씨와 그림의 경계를 통합하여 예술로 승화시키고, 글씨의 의미를 직접 전달하는 파급력이 강한 예술이다.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고 했던가. 글씨가 바로 그 사람이라고 해서 인품, 학덕, 교양, 명성을 가진 조선시대 학자의 글씨와 서예 대가의 글씨 내지는 작품이 주로 거래되었는데, 대통령의 글씨도 심심찮게 거래되고 있다. 


글씨 내지는 휘호, 그리고 서예작품이 가장 많이 거래되는 전직 대통령은 단연 박정희 대통령이다. 총 119점의 글씨가 출품되어 85점이 낙찰되었다. 71%에 달하는 서예 작품이 팔렸고, 판매액도 14억이 넘는다. 그 다음은 김영삼 대통령으로 52점이 출품되어 40점이 낙찰되어 77%의 낙찰률을 보였고, 낙찰총액은 1억 1,380만 원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37점이 출품되어 34점이 낙찰되어 92%가 팔렸고, 판매액은 1억 6,030만 원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서예작품은 한문과 서예 세대답게 꽤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26점 중 21점이 낙찰되어 낙찰률이 81%에 달하고, 판매액도 5억 5,100만 원에 달한다. 윤보선 대통령의 글씨 역시 17점 출품되어 16점이 낙찰되어, 낙찰률이 94%에 달하고, 판매액은 1억 1,680만 원에 이른다.


박정희, 유비무환, K옥션, 4,200만 원, 2010년


각 시대를 대표하는 전직 대통령 휘호현장 휘호를 즐겼던 박정희 대통령은 개발경제 시대에 정부 부서나 국가 기관에 힘을 불어넣어주는 구호 등을 많이 썼다. ‘자조정신, 축산흥농, 민주언론, 정론위국(正論爲國), 필승, 국태민안, 선국후기(先國後己), 개척과 전진,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 씩씩하게 자라라, 중단하는 자는 승리하지 못한다’ 등 1960-70년대 한국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구절이 많다.


이승만 대통령은 ‘근실독행(勤實篤行), 방구명신(邦舊命新), 근로, 부국강병 영세자유’ 등의 휘호와 긴 시구를 쓴 작품 등이 있다. 대통령의 휘호 가운데 가장 고가에 낙찰된 작품이 이승만 대통령의‘지인용(智仁勇)’이다. 화선지 반절지에 큼직큼직하게 석자를 쓴 이 작품은 추정가가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이었는데  1억 5,500만 원에 낙찰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 동지들에게 ‘경천애인(敬天愛人)’과 ‘사인여천(事人如天)’을 많이 써준 것으로 유명하다. 경천애인과 사인여천을 대귀로 쓴 휘호도 있고, 응천순민(應天順民), ‘민주구국의 길’과 같은 글씨도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대도무문(大道無門)’을 많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고, 경매에도 대부분 이 휘호가 출품되었다. ‘인자무적(仁者無敵), 송백장청(松柏長靑)’도 즐겨 쓰는 글귀이다. 윤보선 대통령은 ‘민주흥국(民主興國), 천도무사(天道無私), 천류불식(泉流不息)’ 등의 글을 서예작품으로 남겼다. 이 외에도 김구와 박영효 등의 글씨도 2차 미술시장에서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취향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비석 등 기념비, 현장 휘호, 방명 기회 등을 통해 남긴 역대 대통령의 글씨는 그 자체로 개인의 품격과 국격이 되고 아시아와 한국의 전통문화의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들의 글씨 뒤에는 서예 대가들의 자문과 지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에는 국가 지도자의 글씨 외에도 옷차림, 청와대의 실내장식, 매너 등 많은 내용들이 대통령의 품격과 국격의 잣대로 꼽힌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가이자 서예시장의 강자인 추사 김정희 작품(낙찰률은 100/171=58%, 낙찰총액은 22억 5,300만 원)의 거래실적 못지않게 대통령의 글씨가 거래된다는 것은 미술시장이 갖는 또 다른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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