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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미술시장의 조용한 변화

서진수

미술시장이 힘든 가운데서도 조용히 변하고 있다. 만 2년을 바삐 달려오던 시장이 고공공포증과 피로를 호소하며 2007년 9월 경매 이후 갑자기 경색되더니 2008년 들어서도 급작스런 반전이 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악재와 경기 탓도 있다. 그러나 침체 속에서도 부러움을 사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변모하는 미술시장의 몇 가지 모습은 기본과 변화가 발전임을 보여준다.


부산에서 열린 화랑미술제의 성장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화랑의 전시회, 아트페어, 경매, 기획사의 기획전 중 어느 한 곳에서 먼저 희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하며 봄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전시결과가 좋았다는 얘기들은 줄고, 신생 경매회사와 연초에 개최된 경매의 결과들은 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끝났다. 냉각기와 동절기를 국내 작가의 큰 전시보다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 전시와 탕쯔강, 런샤오린, 추이슈원, 리슈루이, 인쥔 등 중국 작가의 전시가 많아진 것도 화랑가의 한 모습이었다. 이런 와중에 부산으로 자리를 옮겨 열린 2008 화랑미술제는 예상보다 많은 관객이 다녀갔고, 판매액도 2007년의 2.4배에 달하는 70억 원에 달했다. 오랜만에 부산에서 열린 큰 미술시장은 한편에서는 25억 원 짜리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과 4억 원짜리 앤디워홀의 작품이 팔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것 파는 거예요?”, “ 여기는 설명은 안 해주나요?”, “이것 누구누구 작가 것 진짜네”라는 얘기가 들리는 편차가 큰 행사였다.


그러나 부산비엔날레와 부산시립미술관의 전시 작품 외에 일반 관객이 접한 감상과 판매를 위한 작품들은 아트페어를 찾은 관객과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미술관에서 본 경험이 있는 작가의 작품 앞에 모여들고, 부부가 돈 되는 작품과 즐기는 작품을 놓고 밀고 당기다가 좀 더 깎아주는 작품을 구매하는 광경도 목격됐다. 화랑들은 조금 만 더 팔렸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꼈지만 그래도 판매가 잘 되는 부스를 보며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상하며 짐을 쌓다.



경매회사들의 신전략과 변화

연초에 열린 경매들은 기존 회사의 경우 낙찰률 70퍼센트대, 전회 대비 낙찰총액 감소, 신생 회사들의 경우 20~30퍼센트대의 낙찰률과 10억 원 미만의 낙찰총액에 그쳤다. 그리고 줄어든 경매횟수와 위축된 시장으로 탐색을 위한 온라인 경매나 자선 경매를 열기도 하였다. 2007년도에 설립된 경매회사 중에는 경매를 미루고 있는 회사도 있고,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시를 먼저 개최하여 홍보를 하는 회사도 있다.


2월 말과 3월 들어 D옥션, 옥션 M을 시작으로 기존 경매회사들의 본격적인 2008년 경매가 시작되었다. 작년 호황기에 밑도는 관람객의 수와 응찰자들로 낙찰률은 겨우 버텼으나 낙찰가격이 하위추정가 부근에서 성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3월 하순에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경매가 실시된다. 프리뷰와 카탈로그에서 양대 메이저 회사의 경쟁이 보인다. 기존의 전시 지역 외에 다른 지역에서 프리뷰를 열고, 두 권으로 된 카탈로그에 카바를 만들어 씌워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양사 모두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경쟁을 벌이며 공격 경영에 나섰다. 우연인듯 끊겼던 이중섭의 작품이 양사 모두에 출품되었다. 그리고 증가하는 경매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기존 메이저 경매회사들은 새로운 작품의 발굴, 스페셜리스트 교육 강화와 책임제, 지역 및 해외 프리뷰 개최 등을 통한 고객선 다변화 등의 전략을 수립하고 있고, 신생 경매회사들은 수수료 대폭인하, 재판매 보장 등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경매장에서 외국인 고객들이 눈에 띈 점도 새로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 중국,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의 경매시장도 빠른 속도로 네트워크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제 3섹터의 약진

화랑의 전시나 아트페어, 경매회사의 경매 외에 기획 아트페어인 제 3의 미술시장이 열려 미술시장 관계자의 관심을 끌었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제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작가 57명의 작품을 아트페어 형식으로 기획한 블루닷 아시아전이 출품작의 93.2퍼센트에 달하는 317점을 팔아 39억 3천 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첫 회에 90퍼센트 이상을 팔아 국내외 미술관계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블루닷 아시아전은 그동안 인지도가 급성장한 4개국 작가들을 분석하여 참여시켰고, 각국의 화랑과 경매 관계자들에게 홍보를 하여 판매가 성공을 거두었다. 전시기간 10일 동안 홈페이지 조회수도 400만 회를 넘고, 개별적으로 10만 회가 넘는 작가도 있었다. 전시와 적극적인 홍보, 대학에서의 전문가 초청 특강 등을 통해 판매에서의 성공뿐만 아니라 참여 작가의 국내외 초대전 성사를 끌어냈으며 기획사의 인지도를 단번에 높였다. 구매 국가의 다변화, 주요 작가의 솔드아웃 전략 등이 섬세함과 서비스 정신 속에서 덧보였다.



강해지는 미술시장, 포용과 절제의 미덕을

이제 미술시장은 외적으로는 경기변동에 의한 부침을 받는 일반시장이 되었지만, 내적으로는 상황과 조건들을 극복하여 살아남고 나아가 파이를 키우는 일반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화랑은 전시를 통해 작가를 키우고 국내외 아트페어와 연계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고, 경매회사는 일정한 패턴에 안주하지 않고 증가하는 신생 회사들과 무한경쟁을 통해 생존과 시장 파이를 키우는 전략을 세워야 함을 절감하고 있고, 제 3섹터들은 체계적이고 새로운 기획만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음을 느끼고 있다. 이제 미술시장은 아트페어 노하우, 경매를 통한 시장정보의 축적, 늘어난 화랑과 경매회사간 무한경쟁과 차별화된 전략과 아카데미 개최를 통한 컬렉터층 양성 등으로 커지며 강해지고 있다.


한 마디로 미술시장은 그동안 힘들었지만 구조는 개선되고 있다. 어느 시장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쏠림현상, 통상의 악재들을 극복하고 튼튼한 시장으로 거듭나려고 작가와 유통관계자 모두가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정부 정책의 긍정적 변화와 공동의 이익이 커질 시대를 생각하며 모두가 크게 보고 조금만 더 포용과 절제로 힘을 합치면 그만큼 미술시장의 회복이 빨라질 것으로 믿는다. 모든 시장 관계자들이 노력하고 있어 두바이, 도쿄, 베이징 등에서도 좋은 소식들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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