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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미술 시장의 과제는 재미 활성화와 작품성 교육

서진수

미술작품은 예술성과 가격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작가는 타고난 소질, 교육, 경험, 열정, 직관, 때론 가난한 성직자가 지녀야 할 순교정신 등을 발휘하며 예술성을 추구하여 가격을 형성하고, 평론가와 유통관계자는 미술사적 가치, 자질, 안목, 유경험, 자본력, 사회적 여건, 경기변동, 담론의 성과, 국내외 시장의 반응, 경제수준, 국민성 등에 따라 작품의 예술성을 판단하여 가격 결정에 관여하며, 구매자는 구매력, 연소득, 소비성향, 취향, 과시 본능, 안목, 지식, 특이한 경우 부부간의 화목 등에 따라 예술성을 판단하여 시장이 형성해놓은 가격에 접근하여 협상을 벌인다. 작가, 평론가와 유통 유도자, 고객이 모두 예술성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 3주체의 미술에 대한 이해와 구매 행동이 도식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면 한국미술시장의 규모는 국민소득을 고려해볼 때 지금의 몇 배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한국미술시장은 2005-7년간의 초호황과 2008-9년간의 후퇴를 경험한 후 2010년 다시 회복되는가 싶더니 2011년부터 계속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일까? 



미술시장이 계속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말하면 ‘재미’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시장에 있는 사람들이나 이전에 미술 시장을 누볐던 사람들이 ‘즐거움과 이익’으로 대변되는 재미를 2005-7년만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성에 대해서는 확신 반 유행 반의 상황에서 가격만 보고 덤볐던 사람들이 경기불황과 미술품의 가격 폭락 후 시장을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고, 새로 진입할 사람은 누가 재미를 보았다는 소식을 듣지 못해서 이자 갚기 바쁘거나 과감하게 시장에 돈을 유입시키지 않고 있다. 판매 부진과 가격 하락에 대한 부담으로 원로작가와 중견작가의 전시가 실종되고, 팔아도 경비충당은 어려웠지만 가볍고 경쾌했던 청년작가의 전시도 덩달아 줄어드니 사실 화랑을 가도 재미를 보는 경우가 가뭄에 콩 나듯 하다. 돈이 시장에 많이 유입되어야 작가들이 페인팅도 하고 설치도 하고 비디오도 만드는 실험이 다양하게 이루어져 재미나는 작품이 많아지는데 이러한 연결고리가 단절되어 시장이 가라앉아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미술계와 미술 시장이 더 협력하고 생각을 바꾸어 재미있는 전시를 서서히 늘리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22,451 달러인데, 미술 시장에서 근무하는 4만 명이 1년간 거래한 총액은 4,500억이니 1인당 10,040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이 차이가 지금 우리 미술계를 총체적으로 ‘가난한 성직자’ 집단으로 만들고 있다. 작품이 두 배 쯤은 더 팔려야 작가와 유통 관계자를 포함한 미술인 전체의 소득이 높아지고, 미술시장이 활력을 찾고, 미술과 미술계, 그리고 미술시장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미술작품의 예술성과 작품성에 대한 교육이 만족할 만큼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선순위 과목에 밀리는 초등교육에서의 미술시간, 미술관의 전문 인력과 소장 작품의 부족 등은 미술작품의 예술성에 대한 교육을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만나면 어떤 작가의 전시와 작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나 질문을 먼저 꺼내기보다는 가격에 대해서만 묻고 끝낸다. 정확히 형성되는 과정을 모르니 가격 얘기가 길어야 오래가질 못한다. 우리 사회에서 예술성이란 아직은 추상명사에 속한다. 작품성이 일반명사로 통용되고, 궁극적으로는 작품성=가격이라는 공식이 통용되기 위해 평론가들이 미술시장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국민 모두가 고가든 중저가든 작품을 사기 때문에 작품 구매자를 굳이 컬렉터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컬렉터를 특정 작가, 특정 시기, 특정 부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구매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한다는데, 그 관용어가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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