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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한국 미술시장의 힘든 계절나기

서진수

영, 영, 영거 아티스트! 

2007년 11월 이후 미술시장의 하강국면이 시작되면서 미술시장에는 생존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주제가 무겁고 가격이 비싼 작품보다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면서 재미도 있고 가격도 저렴한 젊은 작가의 전시를 여는 것이다. 이전에는 화랑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3~4년이 지났거나 대학원을 마치고 한 번 정도는 개인전을 연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하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단체전에서 선을 보였다가 반응이 좋으면 그 때서야 젊은 작가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러나 너무나 영(young)한 작가들의 전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미술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2006~7년에 30대 청년작가의 전시가 40~50대 중견 작가의 전시를 앞섰다면, 2008년에는 30대 초의 청년작가와 20대 중후반의 젊은 작가의 전시가 30대 중 후반 이후 작가의 전시보다 많아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여기에 여름 휴가기간인 8월에 열린 조선일보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의 아시아프(ASYAAF: 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s Art Festival)는 화랑이 일반적으로 소개하는 30대 청년작가가 아닌 20대 청년작가들의 젊고 젊은 아트 페어였다고 할 수 있다. 젊기에 박진감도 넘치고 가격대에서 미술시장에 활기를 넣어준 면도 컸지만, 상당 부분은 아직 햇볕을 더 받아야 하는 풋사과와 같은 작품들이 많아 젊은 작가들이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아시아프에서 눈에 띄었던 몇몇은 화랑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젊은 작가들이기에 너무 일찍 소위 말하는 “(작가) 선생님”으로 대우 받는 것에 대해 스스로 경계해야 하고, 화랑이 아직은 어린 작가들을 “젊은 작가 초대전”이란 명분으로 참가비를 요구하는 등 원칙에서 벗어나는 기획을 하여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겠다. 작가도 화랑도 젊은 작가는 장기 투자의 대상이지 단기 수익의 수단이 아니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가을경매, 선방은 했으나 홍콩-마카오 경매를 봐야

미술시장 경기의 회복을 기대하는 미술시장 관계자들의 관심은 케이옥션과 서울옥션의 9월 경매와 KIAF(한국국제아트페어: Korea International Art Fair)에 쏠려 있었다. 봄과 여름 동안 시장이 너무 굳어 있어서 가을 경매를 시작으로 다시 기지개를 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의 경직을 감안하면 두 회사 모두 선방은 했지만 결과는 아직도 미술시장의 회복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결론이었다. 9월 8일 하야트 호텔에서 열린 케이옥션의 가을경매는 223점 중 137점이 낙찰되어 61.4%에 그쳤다. 김환기의 <여인과 달과 항아리>가 15억 원에 낙찰되고, 르누아르의 <파란 드레스의 안드레>가 14억, 그리고 피카소의 <광대와 여인>이 9억 5천 만 원에 낙찰되어 유명 국내외 작가의 고가 작품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낙찰총액 73억 3,800만 원은 3월의 93억 7,100만 원, 6월의 113억 2,600만 원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였다. 서울옥션은 연간 4회의 정식경매가 아닌 기획경매 형태로 억 대의 고가 작품이 별로 없는 가운데 239점 가운데 168점이 낙찰되어 낙찰률은 70.3%에 달했으나 낙찰총액이 24억 4,960만 원에 머물렀다. 윤중식의 풍경이 1억 1천 만 원에 낙찰되었고, 오치균, 김동유, 고영훈의 작품이 7천만원에서 9천만원대에 낙찰되는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의 경매 직전에 정부의 미술품 과세안이 발표되어 경매회사와 미술시장 관계자들 모두 적잖게 걱정을 했었다. 가을경매의 실적 저조는 과세안 발표의 영향도 있었고, 2년간 작품가격이 급상승한 후 거품이 빠지고 있는 점, 미술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구매자들이 심리적 갈등을 느끼고 있는 점, 여름휴가 이후 작품수집에 애로가 있었던 점, 미술시장에 대한 신선한 정보가 급감한 점, 삼성비자금 관련 공판이 계속 진행 중이고, 거기에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의 불안정성 등이 뒤섞여 일어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양대 경매회사의 경매에 대한 기대는 10월 7일에 열리는 서울옥션의 홍콩 경매와 11월 28일 마카오에서 열리는 케이옥션의 경매로 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 미술시장은 자국 미술품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의 양대 경매회사가 중국에서 치룰 경매의 성패는 결국 해외 미술품을 제외하면 국내인의 관심이 크게 좌우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의 과세안 발표 속 KIAF(한국국제아트페어) 

화랑, 경매회사, 제3섹터 미술시장 관계자 모두가 침체 극복을 위해 팔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돌파구를 찾아보려 해외 시장을 향한 행보도 계속하고 있고, 젊은 작가도 찾고, 해외작가 전시도 열고, 일반인을 위한 강좌도 열고, 스튜디오 마련 등 작가를 위한 서비스도 늘리고 있다. 그 가운데 국내의 선도 화랑 중 두 곳의 빅 이벤트가 열렸다. 가나아트 25주년 기념전인 'the bridge'와 갤러리 현대 강남점 오픈 기념전인 '한국추상미술 1세대전'이다. 가나아트는 중견 작가와 젊은 작가를 커플로 묶어 전시를 기획하고 인기투표까지 실시하고 있고, 현대는 근현대 작가 대형기획전 형식의 전시를 하고 있다. 경색된 시장의 영향으로 확실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컬렉터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빅 이벤트도 열렸다. 한국 미술시장 최고의 행사 가운데 하나인 KIAF가 9월 19일부터 22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렸다. 시내 곳곳에서 배너광고를 볼 수 있고, 어느 해보다 준비가 돋보이는 금년 행사에 20개국에서 218개 화랑이 참여하는 KIAF는 아시아 최고의 아트페어로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지속된 경기 침체 탓인지 2007년만큼의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좋은 소식들이 들려 참가자들이 긍정적인 견해를 가졌으면 한다.


미술시장 역시 전체적으로 보면 자본시장과 건설시장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결국 경제 전반이 좋아야 미술시장 경기도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점은 미술시장 선도국에서는 경제 상황이 나빠도 미술에 투자하려는 거부들이 존재하는데 우리는 그러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정부가 각종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카지노 사업자의 개별소비세와 함께 개인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안을 발표하는 것을 보며 정부가 좀 더 정책목적과 효과, 산업운영 현황, 거시적 차원에서의 과세방안, 세계 미술시장과 우리의 현실을 좀 더 세밀하게 검토했으면 하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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