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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09년 1/4분기 미술시장

서진수

2009년 첫 3개월간의 미술시장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각국이 경제 침체의 골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회생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상호의존성이 강해진 글로벌 경제는 늘어진 다른 나라의 어깨를 함께 일으켜 세우지 않으면 일어설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미술시장도 비슷한 양상이다. 그러나 불황 버티기, 불황 극복, 불황 활용을 위한 미술계의 노력도 결코 약하지 않다. 예전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미술시장 호황기 때 인지도를 쌓은 작가들의 행보는 정중동(靜中動)이다. 


화랑 전시와 아트페어는 조용히 진행 

가나아트센터의 ‘온고지신’, 갤러리현대의 ‘손길의 흔적’, 노화랑의 ‘미래의 작가 13인’, 이화익 갤러리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인터알리아의 ‘Edition Work : 진화하는 장르’등 그룹전과 각각의 화랑들이 기획한 전시들이 조심히 시장을 두드려보며 봄을 열고 있다. 올 봄 전시 컨셉트 중 하나가 어느 화랑 소속인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열리는 연합전이다. 그리고 다양성이다. 한 작가의 한 컨셉트로는 관람객과 컬렉터의 발길을 끌기 어렵다는 판단인 듯하다. 판매는 아직 인기작가 몇 명의 작품에 국한되고 있다. 호황기 때는 야구로 말하면 5~6번 타자도 안타를 잘 치는데, 지금의 미술시장은 야구의 일반 경우인 4번 타자까지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3번 타자에 머무르는 느낌이다. 그것도 경매시장에서 인지도가 확고해진 인기작가에 멈추고 있어 아직은 미술시장이 바닥을 쳤는지에 대해 언급하기엔 이른 듯하다. 그리고 외국작가전은 반응은 괜찮으나 환율의 영향으로 판매가 좋은 편은 아니다. 


봄을 맞아 아트페어가 열리기 시작했다. 첫 테이프는 2월 27일부터 3월 3일까지 대구 EXCO에서 열린 아트 대구이다. 1만 5천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판매는 작년의 23억보다 적은 15억 원이었다. 그리고 화랑협회와 부산일보사가 주최하는 ‘화랑미술제’가 부산 BEXCO에서 열렸다. 두 아트페어 모두 관람객 수나 판매가 경기침체를 감안하여 낮게 잡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경기침체보다 문화예술에 대한 행수가 강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지역 미술 발전을 위한 지원과 미술시장 다변화에 대한 인식이 커지는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해외 아트페어 참가는 세계경제 침체와 환율 문제 등으로 참가 화랑들의 숫자가 대폭 감소하였으나 가나아트센터, 아라리오갤러리, 국제갤러리, PKM갤러리가 뉴욕에서 열린 Armory Show에 참가하였고, 같은 기간에 뉴욕에서 열린 Scope Art Show에 갤러리선컨템포퍼리가 참여하였다. 그리고 아랍의 미술시장 허브를 지향하는 Art Dubai에 학고재, 표갤러리, 갤러리선컨템포러리 등이 참가하였다. 참가 화랑 모두 판매 결과가 중요할텐데 열심히 활동하고, 홍보도 하고, 신청에 대한 신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미술, 유명작가 작품 발굴, 대중화 3박자에 도전하는 경매시장

2009년 경매시장의 흐름은 중저가 현대미술품 집중, 유명작가 고가품 발굴, 고미술 명품 발굴, 해외미술품 소개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탄탄한 중저가품을 찾아내 낙찰률을 올리고, 중간중간 고미술 명품으로 낙찰총액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눈에 띈다. 메이저 경매의 경우 이미 떨어진 지난해의 낙찰규모 이상으로 상승시킨다는 전략으로 가고있다. 유명작가의 새로운 작품 발굴이 구매자의 눈길을 끌기도 하였다.아이옥션은 단원 김홍도의 10폭 소병풍과 <검선도>, 추사 김정희의 <묵란도>를 출품하여 각각 4억 5천만, 3억 5천만, 9천만 원에 낙찰되었다. K옥션은 장욱진의 <해.달.산.아이>(추정가 2억 9천만~4억 원)와 16세기에 그린 <삼장보살도>(추정가 2억~2억 5천만 원)를 출품하였고, 서울옥션은 1580년에 그린 <감로왕도>(추정가 별도문의=당일 경매 현장에서 발표함), 청전 이상범의 10곡 병풍(추정가 3억~4억 원), 조선시대의 <목제도금삼세불좌상>(추정가 3억 5천만~5억 5천만 원), 박수근의 <노상의 여인들>(추정가 5억 5천만~7억 5천만 원), 이중섭의 <선착장을 내려다 본 풍경>(추정가 별도문의)과 이우환의 <선으로부터>(추정가 12억~15억 원)를 출품하였다. 그리고 2002년에 낙찰된 안중근의 서예작품이 재판매(추정가 3억 5천만~4억 5천만 원)를 위해 출품되어 관심이 집중된다.



세계미술시장 : 경매기획전과 기획전시의 시사점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과 그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제가 모아온 미술품과 장식품 경매가 크리스티의 기획으로 2월 26일 파리의 그랑팔레(프랑스의 대표적인 아트페어인 FIAC이 열리는 곳)에서 열려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티스의 정물화(695억원), 몬드리안의 전형적인 구성 작품(417억 원) 등의 회화 작품 뿐만 아니라 브랑쿠시의 인체 조각 4점(565억 원), 소파, 진열장, 골동 담배합, 귀걸이, 목걸이, 티스푼 등 장식품, 그리고 문제가 됐던 중국 원명원의 청동 12지상 2점(각각 304억 원) 등 1,209점 모두가 지닌 경매 참여자와 관람객들을 흥분시켰다. 낙찰총액이 3억 7,393만 5,500유로(약7,242억 원)에 달했다. 그리고 2009년 4월에는 2008년 8월 데미안 허스트의 기획경매로 전 세계 미술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소더비가 헤지펀드 매니저인 억만장자 스티븐 코헨의 소장품 기획전시를 연다. 코헨 부부는 그들이 구매한 데미안 허스트의 포르말렌에 말린 상어조각을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대여할 정도로 유명한 컬렉터이며, 그들은 자신들의 컬렉션 작품을 이곳저곳 미술관에 대여하여 애호가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그들이 소장하고 있는 드 쿠닝, 피카소 등의 작품 20점이 소더비에서 전시되는 동안 또 다시 세계의 미술애호가들이 열광할 것이다.


고가미술품 경매와 전시가 세계 경제 침체 속에 열려 특수재로서의 미술품이 갖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술품이 생활 장식품일 뿐만 아니라 경기변동의 영향을 덜 받는 특수재화라는 것이다. 고급 미술품을 수집하는 디자이너들은 필요와 아이디어를 위해 수집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미술품 소비의 시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일면도 있고, 가능하다면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보라고 시사하는 점도 함께 들어 있다.


정보화되는 한국 미술시장

연초 미술시장연구소의 2008년 미술시장 리포트 이후, 아트밸류 연구소의 미술품과 증시의 비교 연구가 발표되었고, 미술품 가격정보연구소의『2009 미술작품가격』, 한국미술시가감정연구소의『2009 작품가격』, 그리고 한국미술투자연구소의『미술투자 가이브북』이 발간되었다. 이제는 미술시장이 미술품의 수요공급 뿐만 아니라 미술시장 정보의 수요공급까지 갖추어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미술시장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규모의 확대, 구조의 발전과 변화, 작품의 질적 향상과 다양화가 이루어져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미술계 관계자들이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희망을 갖는 부분이 바로 이 점 때문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려운 시기에 서교동 누실의 창가에서 우리와 또 다른 세계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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